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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드는 법이라면 정말 다 해 봤어요. 따뜻한 우유도 마셔 보고, 휴대폰도 멀리 두고
호흡법에 명상 앱까지요. 그런데 누우면 오늘은 꼭 자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고
그때부터 정신이 더 말똥해져요. 천장만 보다가 시곗바늘 소리만 세고,
몸은 천근만근인데 머릿속은 환한 대낮 같아요.
이렇게까지 애쓰는데 왜 저는 잠 하나를 제 마음대로 못 할까요.”
불면으로 오래 고생하신 분들이 자주 하시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 한마디 안에 증상의 핵심이 들어 있습니다. 잠을 제 마음대로 하려는 것, 의지로 붙잡으려는 것. 바로 그 노력이 잠을 더 멀리 밀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잠은 애쓸수록 더 멀리 달아납니다
얼핏 이상하게 들립니다. 무슨 일이든 노력하면 가까워지는 법인데, 잠만은 왜 애쓸수록 멀어질까요.
잠은 우리가 의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몸이 긴장을 내려놓고 쉼의 상태로 넘어갈 때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꼭 자야 한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몸은 긴장하고 정신은 깨어납니다. 자려고 들이는 힘이 곧 잠을 쫓는 힘이 되는 셈입니다.
물에 등을 대고 누워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힘을 쭉 빼면 몸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그런데 가라앉을까 무서워 팔다리에 힘을 주고 버둥거리면, 오히려 몸이 더 가라앉습니다. 잠도 똑같습니다. 힘을 빼야 떠오르듯 잠이 드는데, 자려고 안간힘을 쓸수록 깊은 물속에서 발버둥 치는 사람처럼 더 깨어 버립니다.
좋다는 방법도 약도 닿지 못하는 자리가 있습니다
좋다는 방법을 모으는 것도, 약에 기대는 것도 그래서 한계가 있습니다. 수면에 좋은 습관들은 분명 도움이 됩니다. 약도 예민해진 신경을 가라앉혀 잠의 문턱을 낮춰 주니, 그 몫은 그것대로 인정할 만합니다.
다만 그 모든 방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전히 내가 무언가를 해서 잠을 만들어 내려는 방향이라는 점입니다. 정작 풀어야 할 것은 이 사람이 왜 힘을 빼지 못하는가인데, 그 자리는 건드리지 못한 채 남습니다.
그렇다면 힘을 빼지 못하는 그 자리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누우면 저절로 켜지는 긴장은 의지로 끄려 할수록 도리어 세집니다. 결심으로는 닿지 않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면상담에서는 의식의 결심이 아니라, 그 긴장이 처음 몸에 밴 무의식의 자리로 직접 내려가 봅니다.
최면 속에서 떠오른, 무언가를 꼭 쥔 아이
오래도록 잠을 의지로 붙들려다 지친 한 분이 계셨습니다. 깊은 최면 속에서, 누울 때마다 올라오던 그 놓으면 안 된다는 조임을 따라가 보니, 본인도 잊고 있던 아주 어린 날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말도 채 트이기 전, 한 어른이 아이에게 무언가를 손에 쥐여 주며 단단히 일렀습니다. 절대 놓치면 안 된다고요. 그런데 아이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 그것을 떨어뜨려 잃어버렸고, 어른의 불같은 호통이 떨어졌습니다. 어린 마음에는 그 물건이 아니라 다른 것이 새겨졌습니다. 내가 단단히 붙잡고 있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는, 손에서 힘을 빼는 순간 모든 게 잘못된다는 몸의 규칙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는 무엇이든 꼭 움켜쥐고서야 마음을 놓았습니다. 자라면서 그 습관은 손을 떠나 삶 전체로 번졌습니다. 무슨 일이든 직접 챙기고 단속해야 안심이 됐고,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어 잠자리에 누워서도, 그 몸은 힘 빼는 법을 잊은 채였습니다. 잠은 손을 펴야 드는 것인데, 평생 무엇 하나 손에서 놓아 본 적 없는 분이었던 셈입니다.
상담을 마치고 어머니께 넌지시 여쭤보니, 어릴 적 손에 무엇이든 꼭 쥐고 안 놓으려 해서 떼어 놓기가 어려웠다고 하셨답니다. 잠든 뒤에도 한참은 손을 펴지 않았다고요. 본인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던 모습이었습니다.
어느 아침, 다짐 없이 지나간 첫 밤
마음을 옥죄던 조임의 뿌리가 풀리고 난 후, 찾아온 변화는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그분은 잠에서 깨어나 한참이 지나서야 문득 깨달았다고 하셨습니다. 지난밤에는 '오늘은 꼭 자야지' 하는 다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잠을 통제하려 뒤척이며 자세를 고쳐 눕는 일도, 불안한 마음으로 시곗바늘을 쳐다보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저 자리에 누웠고, 어느 틈엔가 스르르 잠이 들었으며, 눈을 뜨니 아침이었습니다. 억지로 잠을 청하지 않은 첫 밤은 그렇게 지나간 줄도 모르게 지나가 있었습니다.
불면을 다스리는 길이 '더 열심히 자려는 노력'에 있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오히려 그 억지스러운 노력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내면의 오래된 매듭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깊은 무의식의 영역에 부드럽게 다가가다 보면, 좀처럼 긴장을 놓지 못하던 분들도 한 달 남짓한 시간이 흐르며 점차 편안한 밤을 맞이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도 어떻게든 잠들어 보려 온갖 방법을 손에 쥔 채 잠자리에 드셨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의지를 다져도 밤마다 불면의 고통이 되풀이된다면, 그것은 결코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자리에 누우면 저절로 켜지는 긴장감, 다짐만으로는 가닿지 않는 무의식의 반응이 아직 내면에 남아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그 무의식의 조임은, 혼자서 억지로 통제하려 힘을 줄수록 오히려 더 단단하게 굳어지기 마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