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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같은 걸 세 번째 물어봤을 때였어요.
정신을 차려 보니 제 손에 있던 서류가 책상에 내리쳐져 있고, 사무실이 조용했습니다.
후배는 얼굴이 하얘져서 저를 보고 있었고요.
그런데 저는 제가 뭐라고 소리쳤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그 몇 초가 통째로 비어 있어요."
서른셋 남성분이 상담 첫날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물류회사에서 5년째 일하고 있었고, 사무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만 그해 세 번째였다고 합니다. 집에서도 비슷했습니다. 어머니가 별생각 없이 던진 한마디에 목소리가 먼저 올라갔고, 방문을 닫고 나서야 손이 떨렸습니다. 주변에서는 욱하는 성격이라고들 했습니다.
욱하는 성격을 고치고 싶을 때 대부분은 화를 어떻게 참을지부터 생각합니다. 하지만 먼저 봐야 할 것은 참는 힘보다 터지기 직전의 몇 초입니다.
그분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화를 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데 사과부터 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날 저녁에도 후배에게 커피를 사 주며 사과했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 다짐은 매번 진심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일은 늘 그 다짐과 상관없이 벌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진심으로 한 다짐은 정작 화가 터지는 순간 한 번도 떠오르지 않았을까요.
후회와 사과만으로는 놓치는 것
후회하고 사과하는 것만으로는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짐은 화가 터지기 전에 작동해야 하는데, 그분에게는 다짐이 끼어들 시간 자체가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약의 도움을 받는 분들도 있습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할 때는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약이 화가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감각까지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대개 화가 갑자기 터진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화는 한 번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오릅니다. 비가 오기 시작할 때를 떠올려 보면 쉽습니다. 대부분은 팔에 한두 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우산을 꺼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옷이 다 젖고 나서야 비가 오는 줄 압니다.
비가 갑자기 쏟아진 것이 아니라, 처음 몇 방울을 느끼지 못했을 뿐입니다.
오랫동안 눌러 온 화가 몸의 여러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을 화병이라고 부릅니다. 표현하지 못한 분노는 저절로 사라지지 않고 안에 남아 쌓입니다. 이미 가득 쌓여 있으면 작은 일 하나에도 곧바로 터집니다. 판단하고 멈출 틈이 없으니 후회는 늘 뒤늦게 옵니다.
그분에게는 한 가지가 더 있었습니다. 화가 많이 쌓여 있었을 뿐 아니라, 차오르는 동안 그 사실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턱에 힘이 들어가고 말수가 줄어드는 순간이 분명히 있었지만, 본인에게는 그 몇 분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터지기 전 몇 분을 되짚어 보면
자신이 어느 쪽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화가 터졌던 일을 떠올리고, 그 직전 몇 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순서대로 말해 보는 것입니다. 상대가 한 말은 기억나는데 그동안 내가 어땠는지는 비어 있다면, 참을성만의 문제는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마음먹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내가 알아차리고 있는 일뿐입니다. 화가 올라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아주 오래전에 익힌 자동반응이 먼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최면상담에서는 그 반응이 언제, 어떤 경험 속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살펴봅니다. 화가 올라오는 것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눌러 버리게 만든 어린 시절의 경험과, 그때 눌린 채 남은 감정을 함께 다룹니다.
턱에 남아 있던 감각을 따라가다
그분과의 상담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깊은 최면 속에서는 평소 지나쳐 버리던 몸의 감각이 오히려 또렷해집니다. 서류를 내리치기 직전 턱에 힘이 들어가던 느낌을 다시 붙들자, 낯선 저녁이 떠올랐습니다.
손님이 와 있는 저녁이었습니다. 상 위에 놓인 과자를 사촌 형이 집어 가자 아이의 입이 실룩거렸습니다. 울음이 올라오기 직전, 어른 한 사람이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손님들에게 말했습니다. "얘는 안 울어요. 참을 줄 알아요."
어른들이 웃었습니다. 누군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아이는 입을 다물었고, 두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말도 채 트이지 않았을 무렵의 일이라, 그분은 그런 저녁이 있었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 저녁에 아이가 익힌 것은 참는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속에서 무언가 올라올 때,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손에 힘을 주고 눌러 버리는 반응이었습니다. 이런 반응이 익숙해지면 화는 느껴지기도 전에 눌립니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도 화가 올라오는 동안에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최면 속에서 지금의 그분은 그 저녁의 아이 옆에 앉았습니다. 어른들이 칭찬했던 웃는 얼굴보다, 꼭 쥐고 있던 두 손을 먼저 들여다봤습니다. 지금 속에서 올라온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아이는 한참 뒤에 화났다고 말했습니다. 화났다고 말해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는 그 저녁에 처음 알았습니다.
욱하는 사람과 화를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서로 반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두 모습이 한 사람 안에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화를 자주 내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났다는 사실을 터진 뒤에야 알아차리는 데 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예전 실수가 나오자
회식에서 상사가 그분의 예전 실수를 다시 꺼내 웃음거리로 삼은 날이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젓가락을 내려놓고 나가거나, 집에 와서 문을 닫고 터졌을 상황입니다. 그날은 귀가 뜨거워지는 것이 먼저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곧바로 한 문장으로 말했습니다.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시죠."
목소리는 올라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터지고 나서야 후회하는 분들은 대개 자기 성격부터 고치려고 합니다. 그런데 손봐야 할 것은 성격이 아니라, 화가 올라오는 과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는 오래된 자동반응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도 마지막으로 터졌던 그 몇 초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빈 시간은 다시 마음먹는 것만으로 채워지기 어렵습니다. 그 순간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반응이 왜 생겼는지 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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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독 어떤 말이나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같은 감정과 반응이 반복되는지, 최면상담에서는 그 원인을 어떻게 찾아 다루는지 궁금하다면 **최면 원인치료란 무엇일까? 무의식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원리와 과정**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