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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종이 치고 애들 스무 명 고개가 한꺼번에 저를 향하는 순간이 있어요. 그때 목덜미부터 확 올라옵니다. 귀가 먼저 뜨거워지고 그다음에 뺨이에요. 애들이 '쌤 왜 빨개졌어요' 하고 물으면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찬물로 손 씻고 들어가고 교탁 밑에 얼린 물병도 놔두는데, 삼 분이면 도로예요."
학원에서 중학생 수학을 가르치는 30대 중반 남성분의 이야기입니다. 같은 일을 6년째 하고 있었지만, 아이들 앞에 서는 첫 1분은 해가 갈수록 더 힘들어졌다고 하셨습니다. 찬 손이 왜 잠깐만 효과가 있는지, 얼굴 열을 내리려면 그다음에 무엇을 살펴봐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찬 손을 떼면 열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얼굴 열감을 식힌다는 방법은 거의 다 해 보셨습니다. 수업 전에 화장실에서 손목에 찬물을 대고, 가방에는 차가운 캔을 하나 넣어 다녔습니다. 열이 오르면 손등을 뺨에 붙이거나 에어컨 바람이 바로 떨어지는 곳에 서 있기도 했습니다.
그 방법들이 전혀 소용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찬 것을 대면 뺨의 열은 실제로 조금 내려갔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손을 떼고 다시 아이들 쪽을 보면 몇십 초 만에 같은 열이 올라왔습니다.
더 힘든 것은 주변의 말이었습니다. 긴장을 좀 풀라는 말도 듣고, 아직 어려서 그렇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느끼는 순서는 반대였습니다. 마음이 긴장했다고 느끼기 전에 목덜미부터 뜨거워졌습니다.
먼저 한 가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이 있든 없든 하루 종일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두근거림 같은 다른 몸의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병원 진료로 몸 쪽부터 확인하시는 것이 순서입니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혼자 있을 때는 괜찮다가 사람 앞에만 서면 올라오는 열입니다.
스스로 가늠해 볼 단서도 있습니다. 더운 방이나 사우나에서 오른 열은 시원한 곳으로 나오면 그대로 내려가 있습니다. 반면 사람 앞에서 오른 열은 찬 것을 대도 그 상황에 있는 동안 자꾸 되돌아옵니다. 한 번 내려간 뒤 그대로 있는지, 몇십 초 만에 다시 오르는지를 보시면 됩니다.
물론 이런 차이만으로 의학적인 판단을 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쪽을 먼저 살펴봐야 할지 가늠하는 단서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얼굴보다 먼저 반응이 시작됩니다
뇌에는 편도체라는 부위가 있습니다. 눈앞의 상황이 나에게 해가 되는지 아닌지를 빠르게 판단하고, 해가 된다고 판단하면 온몸에 신호를 보냅니다. 이 과정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생각을 시작하기 전에 일어납니다.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도 그 신호에 따른 반응 가운데 하나입니다. 신호가 나가면 얼굴 쪽 혈관이 넓어지고 피가 몰립니다. 다시 말해 이 열은 얼굴 자체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몸의 반응이 얼굴에 나타난 것입니다.
무엇을 해가 되는 상황으로 받아들이는지는 태어날 때 모두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이 그 기준을 만들어 갑니다. 어떤 상황에서 마음이 크게 위축되는 경험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그와 비슷한 상황만 와도 같은 신호가 나갈 수 있습니다.
국이 끓어 넘칠 때 찬물 한 컵을 부으면 거품은 가라앉습니다. 하지만 불을 그대로 두면 곧 다시 끓어오릅니다. 찬물이 잘못된 방법이어서가 아닙니다. 찬물이 닿는 곳과 끓게 만드는 원인이 있는 곳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찬 손과 찬물도 이와 비슷합니다. 이미 올라온 열을 조금 낮추면 그 수업을 끝까지 마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긴장이 심할 때 병원의 도움을 받는 분도 있습니다. 그날의 긴장이 내려가면 한 시간을 버티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다만 이런 방법들은 열이 오른 뒤의 반응을 다루기 때문에, 아이들의 고개가 돌아오는 순간마다 신호를 내보내는 쪽은 그대로 남습니다.
문제는 이런 반응이 마음먹는 것보다 먼저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찬물을 대는 행동은 의식적으로 할 수 있지만, 그 상황을 위험으로 판정하는 반응은 마음먹는다고 바로 멈추지 않습니다. 우리가 얼굴 열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신호가 나간 뒤이기 때문입니다.
최면상담에서는 얼굴에 열이 오를 때 함께 나타나는 몸의 반응을 먼저 확인합니다. 그리고 그 반응이 만들어지던 무렵의 경험과 감정까지 함께 다룹니다. 마음먹는 것만으로는 바뀌지 않던 반응을 다루는 방법입니다.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던 순간
그분에게는 얼굴에 열이 오르기 전에 먼저 나타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배 안쪽이 갑자기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습니다.
깊은 최면 상태에서 그 느낌에 집중하자 세 살 무렵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집에 여러 친척이 모여 있던 날이었습니다. 아이는 거실 한쪽에서 혼자 컵을 들고 물을 마시다가 바닥에 쏟았습니다.
컵이 떨어지는 소리에 어른들의 이야기가 멈췄습니다.
누군가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머, 얘가 다 쏟았네.”
그 순간 거실에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아이를 바라봤습니다.
아이는 그대로 얼어붙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얼굴과 귀가 갑자기 뜨거워졌습니다.
한 어른이 다가와 바닥을 닦는 동안에도 아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누가 웃고 있는지, 누가 화가 났는지 살피면서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세 살 아이에게는 물을 쏟은 일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조금 전까지 자기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갑자기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때의 아이에게는 여러 사람의 시선이 한꺼번에 자신에게 모이는 순간이 긴장하고 얼어붙어야 하는 상황으로 남았을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된 뒤 학원 교실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수업 종이 울리고 학생 스무 명이 한꺼번에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배가 철렁 내려앉고 목덜미와 귀가 뜨거워진 뒤 얼굴까지 열이 올랐습니다.
깊은 최면 상태에서 어른이 된 그분은 거실에 얼어붙어 서 있는 어린 자신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물을 조금 쏟은 것은 아무 문제가 아니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쳐다본다고 해서 무서워하거나 긴장할 필요도 없고,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는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지금은 안전하다고 알려 주면서 당시 혼자 감당했던 놀람과 긴장을 충분히 풀어 주었습니다.
해마다 넘기던 설명회가 돌아왔습니다
얼마 전 원장이 학부모 설명회를 누가 맡을지 물었을 때 그분이 손을 들었다고 합니다. 해마다 다른 강사에게 넘기던 일이었습니다.
설명회 날 강당에는 학부모 30명 정도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분은 앞에 서서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했습니다. 설명회가 끝난 뒤 가방을 열어 보니, 아침에 얼려 넣어 둔 물병이 손도 대지 않은 채 다 녹아 있었습니다.
사람 앞에서 오르는 얼굴 열은 얼굴이 유난해서 생기는 일만은 아닙니다. 사람들의 고개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순간을 몸이 위험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같은 얼굴에서도 반응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도 가방에 차가운 캔을 넣어 두거나, 열이 오를 때 손등부터 뺨에 붙이는 분이 계실 겁니다. 차가운 손이 닿는 곳은 이미 열이 오른 얼굴입니다. 같은 상황만 오면 열이 다시 올라온다면, 얼굴 열 내리는 법을 하나 더 늘리기보다 그 신호를 반복해서 만들어 온 자동반응을 다뤄 볼 수 있습니다. 마음먹는 것만으로 꺼지지 않던 반응도 그렇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