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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없을 때, 칭찬을 들어도 채워지지 않는다면

Published: 2026. 09. 21.
핵심 요약 / ABSTRACT
이미 해낸 일이 많고 칭찬도 자주 듣는데, 새 일 앞에만 서면 “저는 아직 못 합니다”라는 말부터 나오시나요? 자신감이 없을 때는 자격이나 성공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일의 내용을 듣기도 전에 ‘못 한다’는 답이 먼저 나온다면, 근거가 늘어도 반응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체인지 심리최면상담센터는 해 보기도 전에 손부터 거두게 하는 무의식 자동반응과 그 반응에 얽힌 어린 시절의 감정을 함께 다룹니다. 이 반응이 누그러지면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 일을 살펴보고, 망설이던 일에도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습니다.

본문

“팀장님, 그건 제가 아직 못 합니다. 다른 사람한테 맡기시는 게 나을 겁니다.”

자동차 부품 공장 품질관리팀에서 열두 해째 일하는 마흔한 살 남성분이 팀장에게 한 말입니다. 팀장은 곧 가동할 새 생산 라인의 품질 담당을 맡아 보라며 설명 자료를 책상 위로 밀어 주던 참이었습니다. 그분은 자료의 첫 장도 넘겨 보지 않았습니다. 종이가 손끝에 닿기도 전에 두 손을 책상 아래로 내리고 무릎 위에서 주먹을 쥐었습니다.

배 속은 찬물을 들이켠 듯 서늘하게 가라앉았고 입안은 금세 말랐습니다. 팀장실을 나온 그분은 곧장 주차장으로 가 차 안에 한참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가슴은 쿵쿵 뛰는데 다리에는 힘이 빠졌습니다. 그날 밤에는 식탁에 다섯 번째 자격증 문제집을 펴 놓고 새벽 두 시까지 밑줄을 그었습니다.

상담실에서 그분이 가장 먼저 꺼낸 것도 자격증 이야기였습니다. “회사 책상 서랍에 자격증이 네 장 있어요. 팀장님은 현장에서 저만큼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시고요. 그런 말을 들을 땐 좋은데, 새 일 얘기만 나오면 그게 다 없던 일이 돼요. 하나만 더 따면 달라질 줄 알았는데, 네 번째를 땄을 때도 똑같았어요.”

해낸 일이 이렇게 많은데도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새 일 앞에서는 ‘못 한다’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상담에서는 자격이나 칭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설명을 듣기도 전에 손부터 거두게 하는 반응을 살펴봤습니다.

 서랍 속 자격증 네 장


서랍 속 자격증 네 장

그분이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삼 년 전 조장을 맡아 달라는 말을 사양했을 때는 아직 경험이 모자라서라고 여겼습니다. 그 뒤로 퇴근 후에 공부해 자격증을 두 장 더 땄고, 공정 개선 제안으로 사내 상도 두 번 받았습니다. 측정값이 이상하게 나오면 후배들은 제일 먼저 그분 책상으로 찾아왔습니다.

작은 성공을 하나씩 쌓아 가는 것은 자신감 회복에 흔히 권하는 방법이고, 실제로 여기서 힘을 얻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분에게는 근거가 늘어도 그대로인 순간이 있었습니다. 늘 하던 검사에서는 누구보다 차분했지만, 해 본 적 없는 일이 앞에 놓이면 ‘아직 못 한다’는 말부터 나왔습니다. 작년에 거래처 공장 감사에 함께 가자는 제안도 그렇게 사양했습니다.

칭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팀장이 “이 라인은 너만큼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할 때면 가슴이 잠깐 따뜻해졌습니다. 하지만 새 일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그 따뜻함은 사라지고, ‘그건 지금 하는 일 얘기고’라는 생각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미 해낸 일에 대한 칭찬은 몇 번을 들어도, 해 보지 않은 일 앞에서는 힘이 되어 주지 못했습니다.

 판결문이 먼저 나와 있는 재판


판결문이 먼저 나와 있는 재판

이런 반응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실패 도식’으로 설명해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거치며 ‘나는 끝내 해낼 수 없다’는 믿음이 굳어지면, 새로운 일을 만날 때마다 그 생각이 먼저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이미 해낸 일은 ‘그때만 가능했던 일’로 밀어 두고, 해 보지 않은 일에는 결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못 한다’는 답을 붙입니다. 성공이 여러 번 쌓여도 다음 일을 시작할 자신감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판결문을 미리 써 둔 재판에 빗대어 볼 수 있습니다. 변호인이 증거 서류를 한 상자 가득 내도 판사가 이미 써 둔 판결문만 읽는다면 결론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분이 모은 자격증과 칭찬도 모두 진짜 증거였습니다. 다만 ‘새 일은 못 한다’는 결론이 그 증거를 살펴보기도 전에 먼저 나왔습니다.

그분도 팀장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이번만큼은 해 보겠다고 말하자며 몇 번이나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자료가 앞으로 밀려오자 배가 먼저 서늘해졌고 손은 무릎으로 내려갔습니다. 입에서는 사양하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때 했던 다짐은 모든 일이 지나간 뒤에야 다시 떠올랐다고 합니다.

마음을 먹기도 전에 몸과 말이 먼저 움직이는 것을 무의식 자동반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자격증을 한 장 더 보태고 여러 번 다짐해도 팀장실 책상 앞의 몇 초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최면상담에서는 새 일 앞에서 배 속이 서늘해지는 감각에 주의를 모읍니다. 그 감각과 함께 떠오르는 경험을 살피고, 그 경험 속 아이가 당시 알지 못했던 점을 이해하도록 도우며 지금의 반응이 달라질 가능성을 찾아갑니다.

 방석 위에서 바라보던 팽이


방석 위에서 바라보던 팽이

최면이 깊어진 뒤, 그분에게 팀장실 책상 앞의 장면을 다시 떠올려 보게 했습니다. 설명 자료가 밀려오는 순간 배 속이 다시 서늘해졌고, 무릎 위의 두 손이 저절로 오므라들었습니다. 그 느낌에 집중하던 그분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습니다. “바닥에서 뭐가 웅웅거리며 돌아요. 아버지 손에 줄이 감겨 있어요.”

저녁을 먹고 난 안방입니다. 숟가락을 아직 서툴게 쥐던 무렵의 남자아이가 장판 위 방석에 앉아 있습니다.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 온 나무 팽이에는 빨강과 초록 줄무늬가 둘려 있습니다. 아버지가 팽이 몸통에 줄을 칭칭 감더니 손목을 휙 젖혀 바닥에 던집니다. 팽이가 웅웅 소리를 내며 돌기 시작하자 아이는 손뼉을 치며 무릎걸음으로 다가갑니다.

팽이가 비틀거리다 옆으로 쓰러집니다. 아이가 바닥에 늘어진 줄 끝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아버지가 웃으며 줄을 먼저 거둬 갑니다. “이건 아직 네 손으로는 못 돌려. 좀 더 크면 아빠가 가르쳐 줄게.” 줄에 닿지 못한 아이의 손은 잠시 허공에 머물다가 무릎 위로 돌아옵니다.

아버지는 그날 저녁 팽이를 몇 번이고 다시 돌립니다. 아이는 방석으로 돌아가 앉아 팽이만 바라봅니다. 팽이가 쓰러질 때마다 손가락이 움찔하지만 다시 손을 뻗지는 않습니다. 배 속이 서늘해지고 무릎 위의 두 손은 작은 주먹이 됩니다.

그분은 최면 속에서 방석 위의 아이 곁으로 가 나란히 앉았습니다. 그리고 쓰러진 팽이보다 줄을 감는 아버지의 손을 아이와 함께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줄을 잡아 보고 싶었지. 손이 거의 닿았는데 아빠가 먼저 가져갔구나. 아빠 손을 봐. 줄을 아래부터 한 바퀴씩 감고 손목을 젖히잖아. 아빠도 해 보면서 익힌 거야. 너는 아직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으니, 못 한다고 정해진 게 아니야.”

어른이 된 자신에게 아직 해 보지 않은 것과 못하는 것은 다르다는 설명을 들은 아이는, 그 사실을 마음에 둔 채 그 저녁을 다시 겪어 보았습니다. 아버지는 이번에도 ‘아직 못 돌려’ 하며 줄을 먼저 거둬 갔고, 아이도 전처럼 손을 무릎으로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직 해 보지 않았을 뿐, 못하는 아이로 정해진 것은 아니구나’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배 속은 차갑게 가라앉지 않았고, 눈은 쓰러지는 팽이보다 아버지 손에서 줄이 감기는 모양을 따라갔습니다.

팽이를 한 번 돌려 보기도 전에 ‘아직 못 한다’는 말을 듣고 손을 거둔 아이의 마음은, 새 일을 설명받기도 전에 자료에서 손부터 떼던 지금의 반응과 닮아 있었습니다. 최면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일을 만나면 내용을 살펴보기도 전에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결론 내리고 물러났던 경험들도 더 다뤘습니다. 처음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과 끝내 해낼 수 없다는 판단은 다르며, 해 보면서 배우고 필요하면 도움을 구할 수 있다는 이해를 이어 갔습니다.

 첫 장부터 끝까지 넘긴 설명 자료


첫 장부터 끝까지 넘긴 설명 자료

상담 뒤 그분은 먼저 팀장실 문을 두드렸다고 합니다. 새 라인 담당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면 설명 자료를 다시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자료를 받아 든 뒤에는 의자에 앉아 첫 장부터 끝까지 넘겼습니다. 배 속이 조금 서늘했지만, 두 손은 책상 위에서 볼펜을 쥐고 있었습니다.

다 읽고 나서는 처음 보는 설비 두 가지에 동그라미를 쳤습니다. “이 두 가지는 배워 가면서 하겠습니다. 맡겨 주시면 해 보겠습니다.” 전에는 첫 장을 넘기기도 전에 ‘못 한다’고 말했다면, 이번에는 일을 끝까지 살펴본 뒤 무엇을 배워야 할지부터 이야기했습니다.

새 라인이 가동된 첫 주에는 새로 들어온 측정 장비 앞에 가장 먼저 섰다고 합니다. 설명서를 옆에 펴 두고 설정값을 넣다가 숫자 하나를 잘못 입력해 엉뚱한 측정값이 나온 날도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역시 난 안 돼’ 하며 장비에서 물러났을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장비 업체 기술자에게 전화를 걸어 설정 순서를 다시 묻고 값을 고쳐 넣었습니다.

식탁 위에 펼쳐 두었던 다섯 번째 자격증 문제집은 책꽂이로 옮겼다고 합니다. 공부를 그만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새 라인 일이 손에 익으면 다시 펴 볼 생각이지만, 이제 그 책은 새 일을 맡기 전에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이 아니었습니다.

새 일을 제안받았을 때 ‘못 하겠다’는 말이 언제 나오는지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일의 내용을 다 들은 뒤 ‘이 부분은 아직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알아낸 것입니다. 반대로 첫 장을 넘기기도 전에 ‘나는 안 돼’가 먼저 나온다면, 일을 살펴보고 내린 판단보다 해 보기 전에 저절로 나오는 반응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자격증을 한 장 더 따고 칭찬을 한 번 더 들으면 그때는 달라질 거라며 기다려 오셨나요? 그렇다면 근거를 더 보태기 전에 살펴볼 것이 있습니다. 해 보기도 전에 ‘못 한다’고 답하게 만드는 반응이 누그러져야, 그동안 모아 온 경험도 다음 일 앞에서 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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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BASIS

이 글의 심리최면 기법과 연구 근거

이 글에서 다룬 최면상담 기법은 정서다리 최면 리그레션입니다. 깊은 최면 상태에서 지금 겪고 있는 증상에 얽혀 있는 감정을 따라가면, 그 감정이 처음 새겨진 무의식의 뿌리에 닿습니다. 그 원인을 찾아 해소하면 증상을 일으키던 무의식의 자동반응이 바뀝니다.

박준화(2018) 가톨릭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에서 운동선수 25명에게 이 기법을 적용한 결과, 21명(84%)에게서 수행붕괴 증상의 개선이 보고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같은 해 한국스포츠학회지에도 발표되었습니다.

또한 같은 기법의 임상 과정을 다중사례로 분석한 연구가 미국임상최면학회 학술지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Hypnosis에 게재되었습니다(Park, 2026, DOI: 10.1080/00029157.2026.2704104).

본 센터는 다양한 증상에 같은 원인치료 기법을 적용해 무의식 자동반응의 변화를 돕고 있습니다. 위 연구는 운동선수의 수행붕괴를 대상으로 한 것이며, 그 밖의 증상에 대한 개선 효과가 논문으로 검증된 것은 아닙니다.

관련 보도에듀동아 「박준화 박사, 프로야구·프로바둑 선수 대상 심리최면 멘탈코칭」 (2026.07.23)

“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미 변화의 첫걸음을 떼신 겁니다.

자꾸 돌아오는 증상은, 미처 흘려보내지 못하고 체한 감정이 남아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 감정에 가만히 귀 기울여 처음 생긴 자리를 풀어주고 나면, 증상은 더 머무를 이유가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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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화 박사 프로필 사진

박준화 Park Junhwa, Ph.D.

체인지 심리최면상담센터 소장 · 심리학 박사

  • 가톨릭대학교 심리학 박사 (상담심리)
  • 연세대학교 심리학 석사 (임상심리)
  • 임상심리사 (국가공인 자격)SSCI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
  • NGH 인증 최면 전문가 (Certified Hypnotist)
  • 한국심리최면협회(KPCHA) 협회장
  • 미국심리학회(APA) Division 30 정회원
  • 최면유도 기술 특허 보유
  • 『어처구니 있는 멘탈관리』 저자
  • 현역 프로야구 선수·프로바둑기사 전담 멘탈코치

ORCID 0009-0007-8803-0958 · Google Scholar ts5vjRAAAA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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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QUENTLY ASKED QUESTIONS

자주 묻는 질문

Q자신감 부족은 경험이 모자라서 생기는 것 아닌가요?

경험이 모자라 자신감이 낮은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때는 직접 해 볼수록 손에 익고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보입니다. 반면 비슷한 일을 여러 번 해냈는데도 새 일 앞에서는 매번 ‘이번에도 안 될 거야’라는 생각부터 들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경험의 양뿐 아니라 해 보기도 전에 결론을 내리는 반응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의 사례에서도 자격증을 네 장이나 딴 분이 새 라인 설명 자료의 첫 장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Q자신감이 없는 것과 겸손한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겸손한 사람은 자기 실력을 알면서도 드러내 자랑하지 않을 뿐, 필요한 일이 생기면 맡아서 해 봅니다. 반면 자신감 부족이 문제가 될 때는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도 먼저 사양하고, 그 뒤에 안도보다 아쉬움과 자책이 남습니다. 새 일을 제안받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거나 손이 움츠러드는 등 몸이 먼저 반응하기도 합니다. 사양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그때마다 후회가 쌓인다면, 겸손과는 다른 어려움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Q자신감 회복을 위해 최면상담에서는 무엇을 하나요?

자신감 회복을 위한 최면상담은 용기를 북돋는 말을 되풀이해 들려주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 글의 사례에서는 새 일을 제안받을 때 배 속이 서늘해지는 감각에서 시작했고, 깊은 최면 상태에서 아버지가 팽이를 돌리던 저녁이 떠올랐습니다. 줄을 잡아 보지도 못한 아이에게 ‘못 하는 것’과 ‘아직 해 보지 않은 것’은 다르다는 점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아버지의 말과 아이가 손을 거두는 행동은 그대로 둔 채 그 저녁을 다시 경험했습니다. 이후 그분은 새 일의 설명 자료를 끝까지 읽고, 배워야 할 점을 확인한 뒤 직접 맡아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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