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정말 의지가 약해서 계속 반복되는 걸까요?
“이번에는 정말 끊겠습니다.”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던 사람도 많습니다. 술을 열흘 넘게 마시지 않기도 합니다. 도박 앱을 지우고 계좌와 카드를 가족에게 맡기기도 합니다. 게임 시간을 줄이려고 제한 앱을 깔고 게임기를 치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다시 시작됩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은 저녁.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삼킨 날.
별일 없이 혼자 있는 밤.
평소에는 견딜 만했는데 특정한 상황이 찾아오자 술이나 게임, 도박 생각이 갑자기 강해집니다.
그래서 중독을 살펴볼 때는 단순히
“얼마나 오래 참을 수 있는가?” 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순간이 오면 다시 그 행동을 찾게 되는가?”를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열흘을 참은 사람이 어느 저녁 다시 술을 마셨다면 열흘 동안에는 의지가 있었는데 마지막 한 시간에 갑자기 의지가 사라졌다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날 무엇이 달랐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술을 며칠씩 끊었다가 특정한 날 다시 마시는 흐름은 아래 칼럼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 술 끊는 방법, 며칠 참다 다시 마시기를 반복한다면
술·도박·게임은 다르지만 반복되는 과정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중독 행동이 시작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과정을 단순하게 정리하면 비슷한 흐름이 보이기도 합니다.
불편한 감정이나 상황이 찾아옵니다.
↓
평소 익숙한 행동이 떠오릅니다.
↓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켜거나, 도박을 시작합니다.
↓
그동안 느끼던 감정이나 상태가 잠시 달라집니다.
↓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같은 행동이 더 쉽게 떠오릅니다.
예를 들어 답답한 날 술을 마셨더니 잠시 마음이 편해졌다고 해보겠습니다. 그 경험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답답함이 올라오는 것만으로도 술 생각이 먼저 날 수 있습니다.
게임도 비슷합니다. 회사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던 날 게임을 켜자 한동안 그 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면, 다음에 비슷한 기분이 찾아왔을 때 다시 화면을 찾기 쉬워집니다. 처음에는 즐거워서 시작했던 행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불편한 감정을 잠시 덜 느끼기 위한 행동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래서 게임이 별로 재미없는데도 끄지 못하고, 술을 마시면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다시 찾는 일이 생깁니다.
이때는 “이 행동이 얼마나 재미있는가?” 보다
“이 행동을 하는 동안 무엇을 덜 느끼게 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게임이 힘든 기분을 피하는 방법이 되어 가는 과정은 아래 글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도박에는 ‘기다림’이 사람을 붙잡는 특징도 있습니다
도박은 술이나 게임과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조금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모르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알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때 다음 판을 더 오래 기다리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돈을 따고 있는데도 자리를 뜨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돈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면 어느 정도 이익이 났을 때 멈출 수도 있을 텐데, 이겨도 계속 다음 판을 기다린다면 돈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잃은 뒤에는 “이번 한 번만 더 하면 본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해지기도 합니다.
본전과 다음 판에 대한 기다림이 왜 사람을 계속 붙잡는지는 아래 글에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 도박중독 치료, 딱 본전까지만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면
알코올중독은 도박·게임과 반드시 구분해서 봐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술, 도박, 게임에는 반복되는 심리적 과정이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완전히 같은 문제는 아닙니다. 특히 알코올은 몸에 직접 작용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신체적 의존과 금단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 손이 심하게 떨리거나 식은땀이 나고, 잠을 거의 자지 못하거나 몸 상태가 크게 나빠진다면 단순히 마음을 다잡으며 술을 참는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간이나 위장 등 몸에 이상이 의심되거나 반복적으로 기억이 끊길 정도로 과음한다면 병원에서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필름이 끊긴다는 것은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나중에 단순히 잊어버린 것과는 다릅니다. 술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그 시간의 경험이 기억으로 저장되는 과정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필름 끊김이 반복된다면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후회하는데 왜 그날 저녁 또 마실까요?
술 문제에서 가족이나 본인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 중 하나입니다. 아침에는 정말 후회합니다. 어제 목소리가 너무 컸던 것 같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것 같아 휴대전화 확인도 두렵습니다.
“다시는 마시지 말아야지.”라는 생각도 그 순간에는 진심입니다.
그런데 저녁이 되면 다시 술이 떠오릅니다. 후회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다음 음주를 막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부터 불편한 감정을 술로 넘기는 방식이 익숙했다면, 다음 날 올라오는 후회와 불안 마저 다시 술로 덮으려는 흐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즉, 불편한 감정 → 술 → 잠시 완화 → 다음 날 후회 → 다시 불편함 → 다시 술
이라는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술만 마시면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그 사람의 진짜 본심일까요?
평소에는 싫은 소리 한마디 못 하던 사람이 술을 마시면 갑자기 화를 내고,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거나 누군가에게 공격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가족도 본인도 혼란스러워집니다.
“저게 원래 저 사람의 본심인가?”
하지만 낮 동안 표현하지 못하고 미뤄 둔 감정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억울했지만 말하지 않았던 일,
속상했지만 괜찮은 척 넘긴 일,
화가 났지만 웃으며 지나간 일이 계속 남아 있다면 술로 자신을 억누르던 힘이 느슨해졌을 때 한꺼번에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술자리에서 나온 모든 말을 곧바로 ‘진짜 본심’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오래 쌓인 감정이 현재 상황과 뒤섞여 한꺼번에 나온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나도 반복의 고리에 들어가 있을까요? 중독 자가점검 체크리스트
아래 질문은 중독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가 아닙니다. 술·도박·게임 같은 행동이 현재 자신의 생활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질문입니다.
□ 줄이거나 끊겠다고 여러 번 결심했지만 다시 반복한 적이 있다.
□ 시작하기 전에는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이미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 속상함, 허전함, 억울함, 외로움, 답답함처럼 특정한 기분이 들 때 더 강하게 찾는다.
□ 술을 마시거나 게임·도박을 시작하면 그전에 느끼던 불편함이 잠시 줄어드는 것 같다.
□ 예전보다 더 오래 하거나 더 많이 해야 만족하거나 멈출 수 있다.
□ 미리 정한 양, 시간, 금액을 넘기는 일이 반복된다.
□ 다음 날 후회하면서도 비슷한 상황이 오면 다시 같은 행동을 한다.
□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사용 시간, 술의 양, 사용 금액을 줄여 말하거나 숨긴 적이 있다.
□ 잠, 일, 학업, 가족관계 또는 경제적인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도 계속한다.
□ 예전만큼 즐겁지 않은데도 습관처럼 반복한다.
□ 하지 않고 있을 때도 다음 술자리, 게임, 도박 생각이 자주 난다.
□ 실제로 문제가 생겼는데도 ‘이번 한 번만’, ‘딱 여기까지만’이라는 생각으로 계속한다.
여러 항목이 자신의 모습과 겹친다면 단순히 몇 개를 체크했는지만 세기보다 어떤 상황과 감정에서 이런 행동이 강해지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동마다 특히 주의해서 봐야 할 신호도 다릅니다. 알코올 문제라면 술을 끊었을 때 나타나는 신체반응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손 떨림, 식은땀, 심한 불면처럼 금단이 의심되거나 필름 끊김이 반복되고 몸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면 의료적인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도박은 손실 금액만으로 자신의 상태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빚이나 생활비 문제가 생겼는데도 계속하거나, 본전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 많은 돈을 걸거나, 돈을 따고 있는데도 멈추지 못한다면 현재 무엇이 자신을 붙잡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게임은 단순히 몇 시간 했는지만 보는 것보다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봐야 합니다. 밤을 새우느라 다음 날 일어나기 어렵고, 업무나 학업이 무너지며,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 화면 안에 머무는 것이 계속 편해진다면 사용 시간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독은 한 사람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중독으로 힘든 가정에서는 행동을 하는 사람만큼 그 옆의 가족도 지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을 마시는 사람을 기다리며 현관 소리에 예민해질 수 있습니다.
카드 사용 내역과 통장을 계속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시계를 보게 되고, 도박을 다시 시작하지 않았는지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생길 수 있습니다.
가족의 하루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생활보다 상대방의 술, 게임, 도박을 감시하고 막는 일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알코올 문제에서는 특히
“내가 잔소리를 해서 다시 마셨나?”
“조금만 더 잘해 주었으면 달랐을까?”하며 가족이 자기 자신을 탓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행동의 원인이 가족 한 사람에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독을 다룰 때는 당사자의 행동뿐 아니라 그 행동 때문에 함께 무너지고 있는 가족의 일상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행동을 막아 두는 현실적인 방법도 필요합니다
중독이 반복되는 원인을 살펴본다고 해서 현실적인 제한이나 치료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술을 집에 두지 않거나 술자리를 줄이는 것은 실제로 술에 손이 닿을 기회를 줄여 줍니다. 도박 앱을 삭제하고 접속을 차단하거나 계좌와 카드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도 충동이 올라온 순간 바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시간을 벌어 줍니다. 게임 시간을 제한하거나 기기를 치우는 것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병원 치료, 약물치료, 전문 상담, 자조모임 역시 필요한 경우 각각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런 방법들은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장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게 만드는 안전장치와, 왜 비슷한 상황이 올 때마다 그 행동이 다시 떠오르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함께 갈 수 있습니다. 특히 신체적 의존이나 심각한 금단이 의심되는 알코올 문제에서는 안전하게 몸을 관리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왜 비슷한 상황만 오면 같은 행동이 떠오를까요?
심리학에서는 어떤 상황이나 감정과 행동이 반복해서 함께 경험되면서 서로 연결되는 것을 조건화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오래전에 자주 들었던 노래를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앞 소절만 들려도 다음 소절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일부러 기억하려고 애써서가 아니라 여러 번 반복되어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중독 행동도 특정한 상황이나 감정과 이런 식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힘든 퇴근길과 술,
답답한 밤과 게임,
혼자 있는 시간과 도박이 반복해서 이어졌다면 나중에는 그 상황이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행동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라는 결심이 그 반응이 이미 시작된 뒤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심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결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반복이 있다면, 결심보다 먼저 시작되는 반응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체인지에서는 행동 직전에 시작되는 반응을 살펴봅니다.
체인지 심리최면상담센터에서는 중독 문제를 살펴볼 때 술병, 게임기, 도박 앱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을 하기 직전에 어떤 감정과 신체반응이 먼저 나타나는지를 살펴봅니다.
술 생각이 나기 전에 가슴이 텅 빈 것처럼 허전해지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게임을 켜기 전 답답함이나 서운함이 올라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도박에서는 다음 결과를 기다릴 때 명치나 가슴에 긴장과 기대가 함께 올라올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후회와 불안이 올라왔을 때 그 감정을 다시 술로 덮으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깊은 최면 상태에서 현재 반복되는 감정과 신체반응에 집중하면서, 비슷한 반응이 오래전에는 어떤 경험과 함께 나타났는지를 살펴봅니다그리고 그때 남아 있던 감정과 지금까지 반복되어 온 무의식의 자동반응을 함께 다룹니다.
사람마다 현재 중독 행동과 연결된 감정과 경험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술 문제나 게임·도박 문제라고 해서 모두 같은 원인을 전제로 상담하지는 않습니다.
최면 원인치료 자체가 어떤 원리로 진행되는지 궁금하다면 아래 글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 최면 원인치료란 무엇일까? 무의식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원리와 과정
반복을 멈추려면 함께 살펴볼 것이 있습니다
술을 끊어야 한다는 것을 몰라서 술 때문에 힘든 것은 아닙니다.
도박을 하면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계속하는 것도 아닙니다.
게임을 밤새 하면 다음 날 힘들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알면서도 반복됩니다.
그래서 어느 시점에는 “왜 또 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그 행동을 하기 바로 전, 내 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를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술은 허전함을 잠시 덜 느끼게 해 주는 방법이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게임은 힘든 현실에서 잠깐 빠져나오는 통로였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도박은 아무 일도 없는 시간을 강한 기다림과 변화로 채워 주는 행동이었을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행동을 멈추기 위한 현실적인 조치는 중요합니다. 그와 함께 그 행동이 지금까지 자신의 마음에서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어떤 감정과 상황에서 자동으로 시작되는지를 살펴보면 여러 번 결심하고도 왜 다시 같은 행동으로 돌아왔는지를 조금 다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체인지 심리최면상담센터에서는 현재 반복되는 행동 직전의 감정과 신체반응에서 출발해, 그 반응과 연결된 오래된 경험과 감정을 깊은 최면 상태에서 찾아 함께 다룹니다. 단순히 더 오래 참는 데 그치지 않고, 반복을 시작하게 만드는 무의식의 자동반응이 달라져 일상이 다시 안정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면상담의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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