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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한동안은 정말 잘 지켰거든요.
그런데 지난주 회식에서 딱 한 젓가락 집은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날 밤 집에 와서 냉장고 문을 열고 선 채로 남은 걸 다 먹었고
배가 불러 눕지도 못한 채 새벽까지 앉아 있었습니다. 머릿속에는 이제 다 망했다는 말만 돌았고
다음 날부터는 그냥 원래대로 돌아갔어요."
영업 일을 오래 해 온 마흔 줄의 남성분이 상담 첫날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몸무게를 줄여 보라는 말을 듣고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런 일이 몇 번째인지는 세는 것도 그만뒀다고 하셨습니다. 계단을 몇 층만 올라가도 숨이 찼고, 늦은 밤에 잔뜩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해 한참을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이분이 답답해한 것은 못 지킨다는 점이 아니었습니다. 지키는 동안에는 누구보다 잘 지킨다는 점이었습니다. 주변에서 독하다는 말을 들을 만큼 철저했는데, 그렇게 잘하다가도 한 번 어긋나면 그날로 전부 끝이 났습니다. 다이어트 실패가 반복될 때 먼저 볼 것은 무엇을 먹었는가보다, 어긋난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입니다.
지킬 때는 철저하다가 한 번에 무너지는 이유
먹는 것을 강하게 참고 있는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억제라고 부릅니다. 억제이론에서는 이렇게 팽팽한 상태가 오래 이어질수록, 한 번 깨졌을 때 오히려 더 많이 먹게 된다고 봅니다. 참는 힘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동안 세게 참고 있었기 때문에 풀렸을 때의 반동도 커지는 것입니다.
아껴 입던 새 옷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처음에는 앉을 때도 조심하고 국물을 먹을 때는 소매를 걷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소스가 한 방울 튀어 얼룩이 지면, 그때부터 그 옷을 아무렇게나 입게 됩니다. 옷이 못 쓰게 된 것도 아닌데 아끼는 마음은 그 한 방울에서 끝나 버립니다.
다이어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한 젓가락은 그 자체로 큰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한 젓가락에서 오늘은 이미 어긋났다는 판단이 서면, 남은 하루를 지킬 이유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조금 더 먹고 마는 대신 그날을 통째로 놓아 버리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통째로 놓아 버린 다음 날 아침에는 대개 전보다 더 세게 조입니다. 어제를 만회해야 하니 더 철저해지고, 그만큼 다음에 어긋났을 때의 반동도 커집니다. 요요가 반복되는 것은 이 고리가 몇 바퀴씩 돌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고리 안에 있는지는 한 주만 되짚어 보면 드러납니다. 계획에서 조금 어긋난 날, 그다음에 무엇을 했는지만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어긋난 그때 멈추고 다음 끼니를 평소대로 드셨다면 이 고리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루를 통째로 놓아 버렸고 이튿날 아침부터 더 세게 조였다면, 다이어트 실패가 반복되는 이유는 먹은 양보다 이 반응 쪽에 가깝습니다.
계획을 더 촘촘하게 짜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이유
이런 실패가 쌓이면 방법부터 바꿔 보게 됩니다. 식사와 활동을 관리하는 것은 몸이 달라지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병원에서 상의해 약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진료를 보는 의사와 정하실 부분입니다.
다만 이런 방법들은 계획을 지키고 있는 동안 힘을 냅니다. 한 젓가락이 어긋난 저녁에 오늘은 끝났다는 반응이 자동으로 따라 나오는 것까지 붙잡아 주지는 않습니다.
그럼 이 반응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요. 마음을 다시 굳게 먹는 것만으로는 잘 되지 않습니다. 어긋난 그 순간에 몸과 마음이 먼저 반응해 버려서, 생각으로 끼어들 틈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면상담에서는 그 순간 몸에서 먼저 올라오는 느낌부터 따라갑니다. 그러면 지금과 같은 반응이 처음 생겼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 드러납니다. 그 경험과 그때 남은 감정까지 함께 다룹니다.
방바닥에 쏟아진 장난감
이분과의 최면상담도 다이어트가 무너지기 직전의 느낌에서 시작했습니다. 식단에서 계획하지 않은 음식을 먹는 순간이면 명치 아래가 뜨거워진다고 하셨습니다. 그 느낌이 올라오고 나면 곧바로 ‘오늘은 다 망했다’는 생각이 따라왔습니다.
깊은 최면 상태에서 그 뜨거운 느낌에 집중하자 세 살 무렵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는 방바닥에 앉아 장난감 자동차를 한 대씩 줄지어 세우고 있었습니다. 평소 어른에게 장난감을 어지럽히지 말고 가지런히 놓으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아이는 자동차 바퀴가 매트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한 대 한 대 조심해서 놓았습니다. 거의 다 세웠을 때 손에 있던 자동차 한 대가 옆으로 넘어졌습니다. 그 자동차가 옆에 있던 차 두 대까지 건드리면서 줄이 흐트러졌습니다. 아이는 멈춰서 흐트러진 자동차들을 바라봤습니다. 얼굴이 붉어지고 숨이 빨라졌습니다. 그러더니 손바닥으로 남아 있던 자동차까지 한꺼번에 밀어 버렸습니다. 애써 가지런히 세워 놓았던 자동차들이 모두 방바닥으로 흩어졌습니다.
한두 대만 다시 세우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린아이에게는 몇 대가 흐트러지는 순간, 지금까지 잘해 온 것이 모두 틀어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일부만 어긋난 상태를 그대로 두기보다 나머지까지 모두 밀어 버렸습니다.
성인이 된 뒤 다이어트를 할 때도 비슷한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며칠 동안 식단을 잘 지켜 왔어도 회식에서 계획하지 않은 음식을 한 번 먹으면 ‘오늘은 이미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한 번으로 끝내는 대신 집에 돌아와 더 먹었고, 결국 하루 전체를 포기했습니다. 어긋난 것은 일부인데 전부 망한 것처럼 느끼고, 나머지까지 놓아 버리는 반응이 두 장면에서 닮아 있었습니다.
깊은 최면 상태에서 어른이 된 그분은 자동차 앞에 앉아 있는 어린 자신에게 다가갔습니다. 흐트러진 자동차를 함께 바라보면서 한 대가 넘어졌다고 해서 지금까지 잘 세워 놓은 자동차까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넘어진 건 이것뿐이야. 이것만 다시 세우면 돼.” 그리고 몇 대가 흐트러져도 처음부터 전부 다시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 상태에서 같은 장면을 다시 지나가 보았습니다. 자동차 한 대가 다시 옆으로 넘어졌고 몇 대의 줄이 흐트러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이가 남아 있던 자동차까지 밀어 버리지 않았습니다. 잠시 멈춰 넘어진 차를 바라본 뒤, 흐트러진 자동차 몇 대만 다시 세웠습니다. 처음처럼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도 훨씬 덜했다고 합니다.
최면상담에서 다룬 것은 자동차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조금 어긋난 일을 전부 실패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순간 나머지까지 포기해 버리는 오래된 반응이었습니다. 상담에서는 일부가 흐트러지면 지금까지 잘한 것까지 소용없다고 여기고 나머지를 놓아 버렸던 다른 관련 경험들도 최면 중 이어서 다뤘습니다. 어긋난 부분만 바로잡고 나머지는 그대로 이어 가도 된다는 이해를 함께 넓혔습니다.
회식 다음 날 아침
상담 뒤 참석한 회식에서도 예전처럼 젓가락이 먼저 갔고, 접시 하나를 거의 비워 일어설 때는 속이 더부룩했습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냉장고를 열지 않고 그대로 잤으며, 다음 날 아침도 굶지 않고 평소처럼 먹었다고 전했습니다. 저녁 약속이 잡혀도 그 주 내내 신경이 곤두서지는 않게 됐습니다.
다이어트 실패가 반복된다면, 먹은 것을 되짚기 전에 어긋난 다음에 무엇을 했는지부터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한 젓가락에서 하루 전체가 무너지고 그다음 날 아침부터 더 세게 조이고 있다면, 그것은 계획이 허술해서가 아닙니다. 오래 참다가 한 번 어긋나면 전부 놓아 버리는 반응이, 마음먹는 것과 상관없이 먼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 반응이 언제부터 몸에 익었는지는 지금의 식단표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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