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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란 검사는 다 받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대요. 그럼 저는 왜 매일 오후만 되면 뒤통수가 조여 오는 걸까요.
어제도 회의가 끝나고 자리에 앉는데 뒷목부터 뻣뻣해지더니 관자놀이까지 욱신거렸어요.
서랍에 진통제를 늘 넣어 두는데, 요즘은 그것도 예전만큼 듣지 않습니다."
삼십 대 후반의 여성분이 상담을 신청하며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두통 원인을 찾기 위해 일 년 사이 병원 세 곳을 다녔고, 마지막에는 머리 사진까지 찍었다고 합니다. 결과는 어디서나 같았습니다. 이상이 없다는 말은 다행이었지만, 그렇다면 이 통증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아무도 답해 주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그 뒤로는 검색창에 두통 원인을 넣고 관련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자세가 문제라는 글도 있었고, 목베개를 바꿔 보라는 조언도, 물을 자주 마시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분이 눈여겨본 것은 아침에는 괜찮다는 점이었습니다. 늘 하루가 어느 정도 지난 뒤부터 머리가 아팠습니다. 아픈 시간만으로 자세의 영향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통증이 시작되기 전 무엇을 했는지 살펴볼 단서가 됐습니다.
여기서 먼저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두통이 벼락처럼 갑자기 시작되었거나, 잠을 깨울 만큼 심하거나, 날이 갈수록 나빠지거나, 열·구토·팔다리 저림이 함께 온다면 병원에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글은 이미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은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긴장이 풀리기도 전에 다음 부담이 이어지면 몸에 힘을 준 상태가 오래갈 수 있습니다. 이런 긴장이 두통과 함께 나타나기도 하지만, 모든 두통을 근육의 조임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분도 목과 어깨가 늘 뻐근한 상태로 여러 해를 보냈다고 합니다. 마사지를 받으면 그날은 조금 나아졌지만, 며칠이 지나면 다시 같은 곳이 뭉쳐 있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긴장하는 일이 반복되면, 그 장소에 들어서기만 해도 몸에 힘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분에게는 회의 시간이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분의 두통도 아무 때나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주말에는 종일 아무렇지 않다가도 월요일 오후 회의만 지나면 어김없이 뒷목부터 뻣뻣해졌습니다.
통증보다 먼저 굳는 곳이 있었다
두통이 시작되기 전 턱을 악물거나 어깨를 올리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뒷목이 뻣뻣해진 뒤 머리가 아프다면 그 순서도 기록해 보십시오. 이것만으로 원인을 구분할 수는 없지만, 진료나 상담 때 증상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분에게 물어보니 답은 금방 나왔습니다. 회의 중 자기 이름이 불릴 때부터 턱에 힘이 들어간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자기가 맡지 않은 일까지 자기 쪽 문제로 넘어올 때 그랬습니다. 아니라고 한마디 하면 될 텐데 그 말이 나오지 않았고, 회의실을 나설 때쯤이면 이미 뒷목이 굳어 있었습니다.
이런 두통에 진통제는 도움이 됩니다. 이미 생긴 통증을 낮춰 그날 오후를 넘기게 해 줍니다. 스트레칭이나 온찜질도 굳은 근육을 푸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런 방법은 통증이 시작된 뒤에 쓰는 대처입니다. 회의실에 들어설 때마다 턱과 목에 먼저 힘이 들어가는 반응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반응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마음을 다잡는 것만으로는 잘 되지 않습니다. 스스로 회의실에 들어서며 턱에 힘을 주기로 결정해서 생기는 반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반응은 생각보다 먼저 일어나고, 본인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몸이 굳어 있습니다.
최면상담에서는 몸이 굳는 순간의 감정과 느낌에 집중합니다. 비슷하게 긴장했던 경험이 떠오르면 당시 표현하기 어려웠던 마음도 함께 살펴봅니다.
쏟아진 흙 앞에 서 있던 아이
그분과의 상담도 턱의 뻐근함에서 시작했습니다. 두통이 오기 직전이면 턱 안쪽이 먼저 뻐근해진다고 하셨습니다. 최면 상태가 깊어질수록 턱의 감각이 또렷해지더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옛날 저녁이 떠올랐습니다.
떠오른 장면은 집 안이었습니다. 마루 끝에 놓여 있던 화분이 넘어져 흙이 바닥에 쏟아져 있습니다. 어른은 아이를 그 앞에 세워 놓고 나무라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자기가 화분을 넘어뜨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니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아직 말이 길게 나오지 않던 무렵이었고, 무엇보다 여기서 울거나 말대꾸를 하면 더 큰 소리가 돌아온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고개를 숙인 채 턱에 힘을 주고, 어른의 말이 다 끝날 때까지 그대로 버팁니다.
아이는 억울했지만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턱에 힘을 준 채 어른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상담에서는 이 모습과 현재 회의에서 입을 다물 때의 긴장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깊은 최면 속에서 어른이 된 그분은 고개를 숙인 어린 자신에게 다가갔습니다. 아이는 화분을 넘어뜨리지 않았는데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한 채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분은 아이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먼저 알아주었습니다.
“네가 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 억울하지. 지금 아니라고 말이 안 나오는 것도 네 잘못이 아니야.”
그 말을 전한 뒤 같은 저녁을 다시 경험했습니다. 화분은 그대로 넘어져 있었고 어른의 목소리도 같았습니다. 다만 아이는 이번에는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이해를 갖고 그 장면을 겪었습니다.
바로 말이 나오지 않아도 나중에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악물고 있던 턱에서 힘이 빠졌고, 억울한 마음을 몸에 힘을 주어 눌러 두지 않았습니다. 최면에서는 억울해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한 채 턱과 어깨를 굳히고 끝나기만 기다렸던 다른 경험들도 이어서 다뤘습니다. 그 자리에서 말이 나오지 않더라도 사실을 나중에 바로잡을 수 있고, 말할 때까지 몸을 굳혀 버틸 필요는 없다는 이해를 함께 다뤘습니다.
회의실에서 처음 꺼낸 한마디
상담 뒤 회의에서 또 맡지 않은 일로 이름이 불렸을 때, 이분은 서류를 넘기다 고개를 들고 그 건은 다른 팀에서 넘어온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회의는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자리로 돌아왔을 때도 늘 뻣뻣해지던 뒷목이 괜찮았고, 지난주에는 서랍의 약통을 열어 보니 알약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검사에서 큰 이상이 없다고 통증까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두통이 계속되면 진료를 이어 가면서 통증 전의 몸 상태와 그때 느끼는 부담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후마다 머리가 조인다면 그전에 어떤 일을 했고, 턱과 목에 언제부터 힘이 들어갔는지 돌아보십시오. 그분처럼 말을 꺼내기 어려운 순간에 긴장이 반복된다면, 관련된 경험과 감정을 상담에서 함께 다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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