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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란 검사는 다 받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대요. 그럼 저는 왜 매일 오후만 되면 뒤통수가 조여 오는 걸까요.
어제도 회의가 끝나고 자리에 앉는데 뒷목부터 뻣뻣해지더니 관자놀이까지 욱신거렸어요.
서랍에 진통제를 늘 넣어 두는데, 요즘은 그것도 예전만큼 듣지 않습니다."
삼십 대 후반의 여성분이 상담을 신청하며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두통 원인을 찾기 위해 일 년 사이 병원 세 곳을 다녔고, 마지막에는 머리 사진까지 찍었다고 합니다. 결과는 어디서나 같았습니다. 이상이 없다는 말은 다행이었지만, 그렇다면 이 통증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아무도 답해 주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그 뒤로는 검색창에 두통 원인을 넣고 관련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자세가 문제라는 글도 있었고, 목베개를 바꿔 보라는 조언도, 물을 자주 마시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글을 읽다 보니 한 가지가 걸렸습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는 멀쩡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자세가 원인이라면 자고 일어난 아침이 가장 아파야 할 텐데, 그분의 머리는 늘 하루가 어느 정도 지난 뒤부터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먼저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두통이 벼락처럼 갑자기 시작되었거나, 잠을 깨울 만큼 심하거나, 날이 갈수록 나빠지거나, 열·구토·팔다리 저림이 함께 온다면 병원에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글은 이미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은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팽팽하게 당겨진 기타 줄
사람이 긴장하면 뇌 깊은 곳에 있는 편도체가 먼저 반응합니다. 편도체는 지금 상황이 안전한지 위험한지를 살피는 부위입니다.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몸이 곧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근육을 긴장시킵니다. 이때 목과 어깨, 그리고 머리를 덮고 있는 두피 근육에 먼저 힘이 들어갑니다.
긴장이 잠깐 지나가면 상황이 끝나면서 몸의 힘도 함께 빠집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긴장이 반복되면 힘이 다 빠지기 전에 다음 긴장이 찾아옵니다. 그렇게 근육이 조인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그 조임 자체가 통증으로 느껴집니다.
기타 줄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줄감개를 계속 돌려 줄을 팽팽하게 당겨 놓아도 줄 자체에 흠집이 생기거나 끊어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손끝이 살짝만 스쳐도 큰 소리가 납니다. 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머리만 계속 아픈 상태가 이와 비슷합니다.
그분도 목과 어깨가 늘 뻐근하다는 말을 여러 해 들었다고 합니다. 마사지를 받으면 그날은 조금 나아졌지만, 며칠이 지나면 다시 같은 곳이 뭉쳐 있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집니다. 같은 상황에서 이런 조임이 반복되면 뇌는 그 상황과 통증을 한 묶음으로 익힙니다. 그다음부터는 그 상황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목과 두피에 힘이 들어갑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몸이 먼저 긴장하는 것입니다.
그분의 두통도 아무 때나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주말에는 종일 아무렇지 않다가도 월요일 오후 회의만 지나면 어김없이 뒷목부터 뻣뻣해졌습니다.
통증보다 먼저 굳는 곳이 있었다
자신의 두통 원인을 스스로 가늠해 볼 단서가 하나 있습니다. 머리가 아프기 전에 몸의 어디가 먼저 굳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턱을 꽉 물고 있거나, 어깨가 귀 쪽으로 올라가 있거나, 뒷목이 뻣뻣해진 뒤 통증이 따라온다면 긴장에서 오는 두통에 가깝습니다. 이것만으로 의학적인 구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통증이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살펴보면 원인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분에게 물어보니 답은 금방 나왔습니다. 회의 중 자기 이름이 불릴 때부터 턱에 힘이 들어간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자기가 맡지 않은 일까지 자기 쪽 문제로 넘어올 때 그랬습니다. 아니라고 한마디 하면 될 텐데 그 말이 나오지 않았고, 회의실을 나설 때쯤이면 이미 뒷목이 굳어 있었습니다.
이런 두통에 진통제는 도움이 됩니다. 이미 생긴 통증을 낮춰 그날 오후를 넘기게 해 줍니다. 스트레칭이나 온찜질도 굳은 근육을 푸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런 방법은 통증이 시작된 뒤에 쓰는 대처입니다. 회의실에 들어설 때마다 턱과 목에 먼저 힘이 들어가는 반응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반응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마음을 다잡는 것만으로는 잘 되지 않습니다. 스스로 회의실에 들어서며 턱에 힘을 주기로 결정해서 생기는 반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반응은 생각보다 먼저 일어나고, 본인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몸이 굳어 있습니다.
최면상담에서는 바로 이 대목을 다룹니다. 두통이 시작될 때 몸에서 올라오는 느낌에 집중해 들어가면, 같은 긴장이 처음 몸에 익던 무렵의 경험과 그때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이 함께 드러납니다.
쏟아진 흙 앞에 서 있던 아이
그분과의 상담도 턱의 뻐근함에서 시작했습니다. 두통이 오기 직전이면 턱 안쪽이 먼저 뻐근해진다고 하셨습니다. 최면 상태가 깊어질수록 턱의 감각이 또렷해지더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옛날 저녁이 떠올랐습니다.
떠오른 장면은 집 안이었습니다. 마루 끝에 놓여 있던 화분이 넘어져 흙이 바닥에 쏟아져 있습니다. 어른은 아이를 그 앞에 세워 놓고 나무라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자기가 화분을 넘어뜨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니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아직 말이 길게 나오지 않던 무렵이었고, 무엇보다 여기서 울거나 말대꾸를 하면 더 큰 소리가 돌아온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입술을 안으로 말아 물고, 고개를 숙인 채 턱에 힘을 주고 어깨를 잔뜩 올립니다. 어른의 말이 다 끝날 때까지 그대로 버팁니다.
억울한 일을 겪으면 마음에 남는다고 흔히 말합니다. 하지만 말로 따질 줄 모르는 아이에게는 그 감정을 밖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은 몸의 긴장으로 남고, 그때 힘이 들어갔던 근육에도 그대로 남습니다.
깊은 최면 속에서 그분은 그 저녁 장면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아이에게, 그건 네가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고, 지금 그 말이 나오지 않는 것도 네 잘못이 아니라고 짧게 일러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같은 저녁을 처음부터 다시 겪었습니다. 화분은 그대로 넘어져 있었고 어른의 목소리도 그대로였습니다. 달라진 것은 아이 쪽이었습니다.
안으로 말아 물고 있던 입술이 풀리고, 악물고 있던 턱에서도 힘이 빠졌습니다. 귀 옆까지 올라가 있던 어깨도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억울한 마음은 그대로 있었지만, 더는 그것을 몸에 힘을 주어 눌러 두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 화분이 어쩌다 넘어졌는지는 장면 안에서 끝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장면의 이야기를 마칠 무렵, 그분의 턱이 저절로 벌어지며 긴 숨이 나왔습니다.
회의실에서 처음 꺼낸 한마디
회의에서 또 자기가 맡지 않은 일로 이름이 불린 날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서류를 넘기다 말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 건은 자기 쪽에서 올린 자료가 아니라 다른 팀에서 넘어온 것이라고 한 문장으로 말했습니다.
그 말을 했다고 해서 별다른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회의는 그대로 넘어갔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 자리에 돌아와 앉았는데, 늘 뻣뻣해지던 뒷목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사무실 서랍에 넣어 둔 진통제를 꺼내는 날이 드물다고 하셨습니다. 지난주에는 통을 열어 보니 알약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머리가 아픈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만 그 이유가 늘 머리 안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말은 병이 없다는 뜻이지, 아픈 이유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늘도 오후가 되면 뒤통수가 조이기 시작하고 서랍에서 진통제부터 찾게 되신다면, 함께 살펴볼 것이 있습니다. 통증이 오기 전에 어느 근육에 먼저 힘이 들어가는지, 또 그렇게 힘을 주는 반응이 언제부터 몸에 익었는지입니다. 마음먹는 것만으로는 잘 바뀌지 않는 이 자동반응은 다시 다룰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