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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한두 시간만 지나면 왼쪽 어깨에 돌을 하나 얹어 놓은 것처럼 묵직해져요.
그게 뒷목으로 올라오고, 오후가 되면 뒤통수 아래가 지끈거립니다.
목이 아픈 건지 머리가 아픈 건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파스를 붙이고 자도 다음 날 아침이면 똑같습니다."
이십 년 넘게 인쇄소에서 일해 온 오십 대 초반 남성분이 상담 첫날 하신 말씀입니다. 처음에는 일 때문이라고만 생각하셨습니다. 하루 종일 종이 묶음을 나르고 기계 앞에 서 있으니 어깨가 상할 만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어깨를 풀기 위해 해 볼 수 있는 것은 다 해 봤습니다. 동네 마사지 가게를 다녔고, 베개를 두 번 바꿨고, 목에 두르는 찜질기도 샀습니다. 마사지를 받고 나면 그날 저녁은 한결 가벼웠지만, 이틀만 지나면 어깨가 다시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일 때문이라고만 보기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늘 왼쪽만 아팠습니다. 그분은 오른손잡이고, 무거운 종이 묶음도 오른쪽으로 들어 올립니다. 단순히 몸을 많이 쓴 것이 원인이라면 오른쪽이 더 아파야 할 텐데, 매번 왼쪽 어깨와 왼쪽 뒷목만 굳었습니다.
먼저 짚고 갈 점이 있습니다. 팔이나 손끝이 저리면서 힘이 빠지거나, 넘어지거나 부딪힌 뒤부터 아프기 시작했거나, 고개를 돌리기 어려울 만큼 아프다면 병원에서 먼저 확인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것은 이런 신호가 없고 검사에서도 별다른 원인이 나오지 않은 경우입니다.
통증이 올라오는 순서는 혼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뒷머리에서 곧바로 아프기 시작하는지, 아니면 어깨와 뒷목이 먼저 뻣뻣해진 뒤 뒤통수까지 아파지는지 며칠만 지켜보시면 됩니다. 어깨와 뒷목이 먼저 굳는 순서가 느껴진다면 머리가 아프기 전에 먼저 굳는 근육이 있다는 뜻입니다. 의학적인 감별은 아니지만 무엇부터 살펴볼지 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천막 한쪽 줄만 세게 당기면
매번 같은 곳부터 굳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뇌 안쪽에는 편도체라는 부위가 있는데, 지금 상황을 위험으로 볼지 아닐지를 순식간에 정합니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근육에 힘이 들어갑니다. 언제든 피하거나 버틸 수 있도록 몸을 준비시키는 반응입니다.
그렇다고 온몸에 힘이 똑같이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이를 악물고, 어떤 사람은 배에 힘을 주고, 어떤 사람은 어깨를 끌어올리며 목을 움츠립니다. 처음에는 상황마다 달랐더라도 같은 방식이 여러 해 반복되면 특정 부위에 먼저 힘이 들어가는 반응이 굳어집니다. 그다음부터는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길 때마다 몸이 늘 같은 곳부터 긴장합니다.
마당에 천막을 쳐 보셨다면 아실 것입니다. 네 귀퉁이 가운데 한쪽 줄만 세게 당겨 박아 두면 천막 전체가 그쪽으로 쏠립니다. 천이 찢어진 것도 아니고 기둥이 부러진 것도 아닌데, 반대편까지 팽팽해지면서 주름이 잡힙니다.
어깨에서 시작된 당김이 뒷머리까지 올라오는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어깨와 뒷목의 근육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뒤통수 아래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어깨가 오래 조여 있으면 그 당김이 뒷목을 지나 뒤통수까지 이어져 통증으로 느껴집니다. 머리 쪽에서 뚜렷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뒷머리 통증 가운데에는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주무르고 나면 다시 굳는 어깨
마사지와 스트레칭은 이미 뭉친 근육을 푸는 데 분명 도움이 됩니다. 눌러서 풀어 주면 그날 저녁은 목을 움직이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자세를 고치고 모니터 높이를 맞추는 것도 어깨에 걸리는 부담을 줄여 줍니다. 병원에서 받는 약도 통증을 낮추고 굳은 근육을 느슨하게 해 주어 그 며칠을 넘기는 데 도움을 줍니다.
다만 이런 방법으로 이미 조여진 근육을 풀 수는 있어도,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길 때 어깨부터 힘이 들어가는 반응은 그대로 남습니다. 그래서 한 번 풀어도 며칠이 지나면 같은 곳이 다시 뭉칩니다.
그렇다면 이 반응은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요. 어깨에 힘을 주지 말자고 다짐하는 것만으로는 잘 바뀌지 않습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일이 우리가 무엇을 판단하기 전에 먼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최면상담에서는 바로 이 지점을 다룹니다. 어깨가 조여들기 직전에 어떤 느낌이 먼저 드는지 따라가다 보면, 그 몸짓이 처음 만들어지던 무렵의 경험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면이 깊어지면 평소에는 떠올리기 어려웠던 그 무렵의 감정까지 함께 다룰 수 있습니다.
부엌 앞을 지나가던 아이
이분의 상담도 그 느낌에서 시작했습니다. 어깨가 굳기 직전이면 왼쪽 귀 뒤쪽이 먼저 서늘해진다고 하셨습니다. 최면이 깊어지자 그 서늘한 느낌이 더 또렷해졌고, 그러다 본인도 생각지 못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말이 서툰 아이가 집 안의 짧은 복도에 서 있습니다. 부엌 쪽에서는 어른의 목소리가 높아져 있습니다. 무엇 때문인지는 아이도 모릅니다. 아이는 고개를 조금 숙이고 어깨를 안으로 말아 넣은 채 종종걸음으로 그 앞을 지나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런 저녁은 드물지 않았습니다. 목소리가 높아지는 날이면 아이는 늘 같은 자세를 취했습니다. 어깨를 끌어올려 목을 짧게 만들고, 숨을 얕게 쉬면서 소리 나지 않게 걸었습니다. 그렇게 지나가면 대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자세는 아이가 그 상황을 지나가기 위해 찾아낸 방법이었습니다. 어깨를 말고 목을 짧게 만든 채 지나가면 그 저녁이 조용히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효과를 본 자세는 몸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곁에 없는 지금도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기면 어깨부터 예전의 그 자세로 돌아갑니다.
깊은 최면 속에서 이분은 그 복도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지나가려는 아이 앞에 마주 앉아, 지금 들리는 저 소리는 네가 한 일 때문이 아니며 오늘 저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안전하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아이는 그 저녁을 다시 겪어 보았습니다. 부엌 쪽 목소리는 여전히 높았고, 아이는 같은 복도를 지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어깨가 위로 끌려 올라가지 않았고 목도 짧아지지 않았습니다. 숨도 얕아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이번에는 그 소리가 자기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베란다에서 선반을 짜는 저녁
이분은 지난 주말에 신발장 옆에 놓을 선반을 직접 만들었다고 하셨습니다.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두 시간 가까이 작업했는데, 예전 같으면 삼십 분만 지나도 어깨부터 뒷목까지 당겼을 자세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업을 마칠 때까지 괜찮았다고 하셨습니다.
어깨에서 시작해 뒷목을 지나 뒷머리까지 올라오는 통증이 꼭 근육을 잘못 써서만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길 때마다 늘 같은 부위부터 힘이 들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반응이 오래 반복되면, 어느 순간부터는 특별히 힘을 주려고 하지 않아도 어깨가 먼저 굳고 통증도 익숙한 순서대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