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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에 좋다는 건 웬만큼 해 봤습니다. 물도 챙겨 마시고, 목도 돌려 보고, 관자놀이도 눌러 보고요.
어제도 두 시 반쯤 오른쪽 관자놀이가 조여 오길래 갓길에 차를 대고 십 분을 눈 감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잠깐 낫는데 거래처 두 곳 돌고 나면 또 똑같습니다. 뭘 더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식자재를 거래처에 납품하는 회사에서 영업을 맡은 삼십 대 후반 남성분이 첫 상담에서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하루에 차로 거래처 여덟 곳 정도를 방문했고, 차 수납함에는 진통제와 파스, 박하 향이 나는 오일이 늘 들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두통을 줄이는 방법을 몰라서 계속 아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통 없애는 법’을 찾아 하나씩 해 봤습니다. 물을 더 많이 마시기 시작했고, 점심을 먹고 나면 차에서 십 분씩 눈을 붙였습니다. 목과 어깨를 풀어 보기도 하고 베개도 바꿨습니다.
이런 방법들은 아플 때마다 어느 정도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두통이 찾아오는 횟수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도 일주일에 서너 번 머리가 아팠고, 여러 방법을 익힌 뒤에도 여전히 비슷한 횟수로 두통이 반복됐습니다.
방법을 더 찾기 전에
두통 없애는 법을 더 찾아보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두통 중에는 생활습관이나 대처법을 바꾸기보다, 병원에서 원인부터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와 다르게 갑자기 심한 두통이 시작됐거나, 자다가 깰 만큼 아프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진다면 진료를 먼저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열이나 구토가 함께 있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머리를 부딪친 뒤부터 두통이 시작된 경우에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것은 이런 위험 신호가 없고, 필요한 검사도 받아봤지만 특별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두통이 반복되는 경우입니다.
해 본 방법들이 해 준 일
병원에서 필요한 검사를 받았는데도 특별한 원인이 나오지 않고 두통이 반복된다면, 그다음에는 지금까지 해 온 방법들이 어디까지 도움이 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은 탈수로 인한 두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잠깐 쉬거나 어깨를 스트레칭하면 굳어 있던 몸이 풀리면서 한결 편해질 수 있습니다. 진통제 역시 이미 시작된 통증을 낮춰 남은 일정을 이어 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분에게도 이런 방법들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오후에 관자놀이가 조여 오면 갓길에 차를 세우고 십 분쯤 눈을 감았습니다. 그러면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고, 진통제를 먹으면 남은 거래처를 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날의 통증은 줄어도, 다음 날 비슷한 시간이 되면 또 머리가 아팠습니다. 물을 마시고 쉬고 약을 먹는 방법은 이미 올라온 통증을 낮추거나 몸의 부담을 줄여 주었지만, 오후만 되면 다시 긴장하고 머리가 아파 오는 반복까지 바꾸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면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던 날에도 왜 오후만 되면 비슷한 시간에 머리가 아파 오는 걸까요?
늘 다니던 길로 돌아가는 핸들
두통이 반복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머리가 아프기 전에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만나기 전부터 신경이 쓰이거나, 어떤 말을 들을지 몰라 긴장하는 순간이 먼저 오는 것입니다.
그런 순간 몸은 생각보다 빨리 반응합니다. 우리 뇌의 편도체는 위험하거나 불편한 상황을 빠르게 감지하는 데 관여하는데, 긴장되는 상황이라고 받아들이면 우리가 미처 의식하기도 전에 몸에 힘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오랫동안 반복되면 몸에도 익숙한 순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긴장할 때마다 목이나 어깨가 굳고, 그 뒤에 머리가 아픈 일이 계속되면 나중에는 긴장이 시작되는 것만으로도 몸이 예전과 비슷한 반응을 먼저 보이는 것입니다.
운전을 오래 해 보신 분이라면 비슷한 경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곳에 가려고 출발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늘 다니던 길로 핸들을 꺾고 있는 경우입니다. 그 길로 가겠다고 일부러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익숙해진 방향으로 손이 먼저 움직인 것입니다.
긴장할 때마다 머리가 아파 오는 반응도 이와 비슷할 수 있습니다. 두통이 올 때마다 쉬거나 약을 먹으면 그날의 통증은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비슷한 긴장 상황을 만나면 몸은 다시 익숙한 순서대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분의 경우에는 두통이 없었던 날을 살펴보니 한 가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하루 종일 머리가 괜찮았던 날이 나흘 있었는데, 사흘은 연차를 쓴 날이었고 하루는 오후 거래처 방문이 모두 취소된 날이었습니다. 단순히 일을 적게 해서 편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날들은 거래처에 들어가기 전부터 ‘오늘은 무슨 말을 들을까’ 하며 계속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반응은 “오늘은 머리가 아프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먹으면 달라질까요? 실제로는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긴장한 뒤 몸이 굳고 통증으로 이어지는 반응은 의식적으로 생각하기 전에 먼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면상담에서는 바로 그 앞부분을 살펴봅니다. 두통이 시작되기 직전에 몸에서 어떤 느낌이 먼저 나타나는지, 그때 어떤 감정이 함께 올라오는지를 따라가 봅니다. 그러다 보면 지금과 비슷한 방식으로 몸을 긴장시키던 반응이 언제부터 익숙해졌는지, 그 무렵 어떤 경험이 있었는지가 함께 떠오르기도 합니다.
식탁 아래에서 기다리던 저녁
그분과의 상담도 두통이 오기 전 몸에서 먼저 나타나는 느낌을 살펴보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머리가 아파 오기 전이면 늘 뒤통수 아래부터 조여 온다고 하셨습니다. 깊은 최면 상태에서 그 느낌을 따라가자, 평소에는 떠올려 본 적 없는 어린 시절의 저녁 한 장면이 나타났습니다.
아이가 식탁 아래에 들어가 앉을 만큼 어렸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녁상을 치운 뒤 어른 둘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식탁 아래로 들어가 무릎을 끌어안고 웅크려 앉습니다. 의자 다리 사이로 어른들의 발이 보입니다. 목소리가 커질 때마다 아이는 어깨를 잔뜩 올리고 숨을 얕게 쉽니다. 괜히 움직였다가 더 큰일이 날 것 같아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은 채 가만히 기다립니다.
한참 뒤 목소리가 잦아들고 방문 닫히는 소리가 나면 그제야 식탁 아래에서 나옵니다. 그때쯤이면 오랫동안 힘을 주고 있던 어깨와 다리가 뻣뻣해져 있었습니다. 그런 저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아이는 어른들이 왜 다투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언제 목소리가 더 커질지,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은 몸을 잔뜩 굳힌 채 조용히 기다리는 것뿐이었습니다. 성인이 된 뒤에는 식탁도, 다투는 어른들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거래처 문을 열기 전 “오늘은 또 무슨 말을 들을까” 하고 긴장하는 순간이면 몸이 먼저 굳었고, 뒤통수 아래부터 조이기 시작했습니다.
깊은 최면 속에서 어른이 된 그분은 식탁 아래에 웅크리고 있는 어린 자신 곁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아이 때문이 아니며, 아이가 몸에 힘을 주고 꼼짝하지 않아야 그 시간이 지나가는 것도 아니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아이는 그저 그 자리에 있어도 괜찮고, 숨을 편하게 쉬어도 된다고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같은 저녁을 다시 경험했습니다. 어른들의 목소리는 똑같이 높아졌고, 아이도 그대로 식탁 아래에 앉아 있었습니다. 달라진 것은 아이의 몸이었습니다. 무릎을 끌어안던 팔에서 힘이 빠지고, 귀 쪽으로 잔뜩 올라가 있던 어깨도 내려왔습니다. 목소리가 오르내리는 동안에도 숨을 참지 않았습니다.
오후 두 시 반의 갓길
최면상담을 받은 뒤에도 그분의 거래처 일정은 그대로였습니다. 하루에 여덟 곳가량을 돌아야 했고, 오후가 되면 여전히 바쁜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달라진 것은 그 시간을 지나는 몸의 반응이었습니다. 지난주 화요일에도 오후 두 시 반이 되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관자놀이가 조여 오기 시작할까 봐 갓길에 차부터 세웠을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그대로 다음 거래처 주차장으로 들어갔고, 잡혀 있던 여덟 곳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퇴근했다고 합니다.
이번 달에는 몇 년 동안 자주 빠졌던 친구들 모임에도 나갔습니다. 예전에는 모임 날이 다가오면 저녁부터 머리가 무거워질까 걱정했고, 결국 못 가겠다고 연락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오히려 그분이 먼저 날짜를 잡았습니다. 그날은 국밥집에서 저녁을 먹은 뒤 자리를 한 번 더 옮겼고, 집에 들어간 것은 자정이 다 되어서였다고 합니다.
두통이 올 때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시 눈을 감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진통제를 먹거나 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이런 방법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는데도 비슷한 시간, 비슷한 상황만 되면 다시 머리가 아파 오는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두통 대처법을 하나 더 찾기 전에 다른 질문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왜 긴장할 때마다 몸이 먼저 굳고, 그 뒤를 따라 두통이 반복되는가입니다. 그 반응이 언제부터 익숙해졌는지 살펴보고 당시의 경험과 감정을 다루는 것도 두통의 반복을 줄여 가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