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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프다기보다 조여요. 오후 두세 시쯤 되면 이마 위쪽하고 뒤통수가 같이 당기면서
꽉 끼는 모자를 눌러쓴 것 같습니다. 그 상태로 저녁까지 갑니다.
다들 스트레스 때문이라는데, 저는 제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회계사무소에서 십오 년 넘게 장부와 신고서를 검토해 온 사십 대 중반 여성분이 상담 첫날 하신 말씀입니다. 긴장성 두통이라는 이름은 진료실에서 여러 번 들었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사나흘은 오후부터 잠들 때까지 머리를 두른 듯한 조임을 달고 지냈습니다.
주변에서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을 좀 내려놓으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오히려 답답했습니다. 회사 일은 십오 년째 하던 그대로였고 집에도 별일이 없었습니다. 본인은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끼지 않는데, 무엇을 줄여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진통제를 먹으면 머리를 조이는 느낌은 한동안 가라앉았습니다. 그런데 어깨와 뒷목의 뻣뻣함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다음 날 다시 장부와 신고서를 펼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오전에는 대수롭지 않던 당김이 오후 두세 시가 되면 다시 머리를 조였습니다.
먼저 짚고 갈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겪어 본 적 없는 정도로 갑자기 심한 두통이 시작되거나, 시야가 흐려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 열과 구토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상담보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이 글은 이미 진료를 받고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비슷한 두통이 반복되는 분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오전에 알람을 하나 맞춰 두고, 소리가 울린 순간 어깨가 어디까지 올라가 있는지, 위아래 어금니가 맞닿아 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제야 자신이 계속 힘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 긴장은 일부러 힘을 준 결과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십 분 동안 들고 있는 쟁반
신경 쓰이는 일을 앞두면 몸은 생각보다 먼저 긴장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상황을 천천히 따져 보기 전에 먼저 조심해야 하는지 빠르게 판단하기도 합니다. 편도체는 이런 빠른 판단에 관여하는 뇌 영역 가운데 하나입니다. 실제 위험이 아니더라도 실수하면 안 된다거나 더 주의해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 목과 어깨 같은 근육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긴장성 두통을 겪는 분들 가운데는 목 뒤와 어깨, 턱, 이마와 관자놀이 주변이 함께 뻣뻣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근육의 긴장은 두통과 함께 나타나거나 통증을 더 불편하게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머리 전체를 띠로 두른 듯 조인다고 표현하는 분도 있습니다.
잠깐 힘이 들어갔다가 바로 풀리면 크게 불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 힘을 준 상태가 오래 이어질 때입니다. 힘의 세기가 아주 강하지 않아도 같은 부위가 오랫동안 쉬지 못하면 오후가 될수록 뻐근함과 조임이 커질 수 있습니다.
손에 쟁반 하나를 들어 보면 처음에는 그리 무겁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려놓지 않고 십 분 동안 같은 자세로 들고 있으면 팔이 떨리고 아파 옵니다. 쟁반이 갑자기 무거워진 것이 아니라 같은 근육이 계속 일했기 때문입니다. 하루가 지나면서 커지는 목과 머리 주변의 불편도 이런 식으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쟁반은 눈에 보이니 언제 내려놓을지 알 수 있습니다. 반면 목과 어깨에 들어간 힘은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아침부터 어깨가 올라가 있었다는 것도, 점심이 지나도록 턱을 다물고 있었다는 것도 모를 수 있습니다. 오후가 되어 머리가 조이기 시작하고 나서야 그날 내내 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풀어도 다음 날 다시 당기는 이유
진통제는 이미 올라온 통증을 줄여 그날 남은 일을 이어 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스트레칭과 마사지, 자세를 바꾸는 일도 굳어 있는 목과 어깨를 풀어 당김을 덜어 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분도 그렇게 한 날은 저녁이 한결 수월했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이런 방법은 이미 들어간 힘을 풀어 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다음 날 숫자를 맞춰 보고 신고서를 검토하기 시작할 때 어깨가 먼저 올라가는 반응까지 저절로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몸을 풀어 놓아도 비슷한 업무를 오래 한 날이면 오후에 같은 조임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힘을 주지 말자”고 마음먹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깨를 내리고 어금니를 떼는 것은 알아차린 뒤에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처럼 일을 시작하는 순간 이미 어깨가 올라가는 반응은 생각보다 먼저 일어났습니다. 본인이 선택해서 만든 동작이라기보다 익숙해진 자동반응에 가까웠습니다.
최면상담에서는 이런 경우 현재의 두통 자체만 따라가기보다, 두통이 시작되기 전에 몸이 먼저 무엇을 하는지 살펴봅니다. 그분에게는 서류를 펼칠 때 양쪽 어깨가 먼저 올라가는 느낌이 중요한 단서였습니다. 최면이 깊어진 상태에서 그 느낌을 따라가자, 비슷하게 온몸에 힘을 주던 오래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물 한 컵을 옮기던 아이
그분의 상담도 어깨가 올라가는 느낌에서 시작했습니다. 서류를 펼쳐 숫자를 확인하려는 순간이면 양쪽 어깨부터 굳는다고 하셨습니다. 최면이 깊어진 뒤 그 감각에 머물자, 지금의 사무실과는 전혀 다른 오래된 부엌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컵 하나도 두 손으로 받쳐 들어야 하던 나이였습니다. 어른이 물을 반쯤 담은 컵을 건네며 저기 상까지 흘리지 말고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아이에게는 짧은 심부름이었지만, “흘리면 안 된다”는 말에 온 신경이 컵으로 쏠렸습니다.
아이는 두 손으로 컵을 받쳐 들고 아주 천천히 걸었습니다. 뒤에서는 똑바로 들라고, 조심하라는 말이 몇 번 더 들렸습니다. 그때마다 어깨가 귀 쪽으로 올라갔고 입은 꾹 다물렸습니다. 물이 흔들릴까 봐 숨도 크게 쉬지 못한 채 한 걸음씩 옮겼습니다.
컵은 상 위에 무사히 놓였습니다. 다만 마지막에 물이 한 방울쯤 넘쳤습니다. 어른은 “흘렸네” 하며 컵 밑을 손으로 훔쳤습니다. 심부름은 이미 끝났는데 아이는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컵을 내려놓고도 어깨는 한동안 올라가 있었습니다.
어른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심부름이었을 수 있습니다. 이 장면 하나가 지금의 두통을 만들었다는 뜻도 아닙니다. 다만 그분에게는 실수하지 않으려면 몸을 단단히 굳히고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방식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비슷한 심부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어른이 된 뒤에는 컵 대신 숫자를 다뤘습니다. 장부의 숫자가 맞는지 확인하고 신고서에 빠진 것이 없는지 살필 때마다 어깨가 먼저 올라갔습니다. 신고 마감이 몰린 주에는 오전부터 그렇게 일했고, 오후 두세 시가 되면 이마와 뒤통수까지 조여 왔습니다. 해야 할 일은 달라졌지만 “틀리면 안 된다”는 순간 몸을 먼저 굳히는 방식은 닮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스트레스를 별로 받지 않는다”는 말과 “내 몸에 긴장이 없다”는 말은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힘을 준 채 일하는 것이 익숙하면 그 상태 자체를 평소 모습으로 느끼기도 합니다. 본인에게는 별일 없는 하루인데, 목과 어깨는 쉬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깊은 최면 속에서 어른이 된 그분은 물컵을 들고 있는 어린 자신에게 다가갔습니다. 물을 조금 흘려도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고, 넘치면 닦으면 된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잘하려고 애쓰는 것은 괜찮지만, 잘하기 위해 온몸을 굳힌 채 버틸 필요까지는 없다고 짧게 전했습니다.
그런 다음 같은 저녁을 처음부터 다시 지나갔습니다. 어른은 똑같이 컵을 건네고 뒤에서 조심하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도 두 손으로 컵을 받쳐 들고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없던 일을 만들거나 어른의 행동을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물은 한 방울 넘쳤고 어른은 똑같이 “흘렸네”라고 말했습니다. 달라진 것은 아이가 그 말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어깨를 귀 쪽까지 끌어올린 채 버티지 않았고, 숨을 멈추듯 걷지도 않았습니다. 컵을 상에 내려놓은 뒤에는 심부름이 끝났다는 듯 어깨의 힘도 함께 풀 수 있었습니다.
이 상담에서 다룬 핵심은 물컵 사건 자체가 두통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실수하지 않으려 할수록 몸부터 굳히고, 일이 끝나도 그 힘을 바로 놓지 못하는 반응이 현재의 업무 상황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과거 장면에서는 바로 그 반응과 그때의 긴장을 다시 다뤘습니다.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 일곱 시 반
요즘 그분은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에 중국어 교실에 다닙니다. 수업은 일곱 시 반에 시작해 아홉 시에 끝납니다. 예전에는 그 시간이면 거실 불을 끄고 소파에 누워 머리가 가라앉기만 기다렸습니다.
지난주에는 신고 마감이 몰린 날에도 가방을 메고 교실로 갔습니다. 수업을 마친 뒤에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같은 반 사람들과 십 분쯤 서서 이야기를 나누다 왔다고 합니다.
오후 두세 시에 숫자를 확인하고 서류를 검토하는 일은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다만 예전처럼 그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이마와 뒤통수가 조이는 것은 아니며, 머리가 조이지 않은 채 저녁 일정을 이어 가는 날이 늘었다고 하셨습니다.
긴장성 두통의 원인이 모두 어린 시절 경험에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두통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필요한 진료와 검사를 먼저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고, 특정 일을 시작할 때마다 어깨·턱·목에 힘이 들어간 뒤 비슷한 두통이 반복된다면 통증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전에 몸이 어떤 순서로 긴장하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 반응이 오래전부터 익숙해진 방식이라면, 현재의 몸 반응과 함께 다시 다루어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