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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여섯 시쯤부터 이상해집니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났는데 명치가 꽉 눌리고
어깨가 돌처럼 뻣뻣해져요. 누우면 숨이 얕아져서 열두 시가 넘도록 천장만 봅니다.
그런데 막상 월요일에 출근하면 하루가 그럭저럭 갑니다.
회사가 그렇게까지 싫은 것도 아닌데 왜 일요일 저녁마다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조업체 품질관리 부서에서 9년째 일하는 여성분이 상담 첫날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부서를 옮긴 적도 없고 상사와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었으며, 실적도 무난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힘들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고 하셨습니다. “요즘 안 힘든 회사가 어디 있느냐”, “다들 월요병 하나쯤은 있다”는 말이 먼저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밤늦게 ‘직무 스트레스’를 검색해 보기도 했지만, 읽을수록 자기 이야기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러다 소화가 잘되지 않는 날이 이어져 내과에서 위 검사까지 받았고, 별다른 이상은 없다는 결과를 들었습니다.
회사 안보다 회사 밖이 더 힘들다면
그분에게 가장 힘든 시간은 회사 안이 아니었습니다. 업무가 한창인 월요일 낮보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일요일 저녁에 명치가 눌리고 어깨가 굳었습니다. 정작 몸은 일을 하는 동안보다 일을 앞두고 더 긴장했습니다.
이럴 때는 일요일 저녁부터 시작된 긴장이 월요일 아침 사무실에 들어선 뒤 오히려 조금 가라앉는지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막상 일을 시작하면 견딜 만해진다면, 업무량만의 문제가 아니라 ‘곧 출근해야 한다’는 신호에 몸이 먼저 긴장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아직 아무 일도 없는데 몸부터 긴장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일 자체뿐 아니라 그 일이 시작되던 시각이나 냄새, 소리, 요일 같은 단서까지 긴장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정해진 때에 밥을 먹어 온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아도 그 무렵이면 배가 고파집니다. 음식이 눈앞에 없어도 몸이 시간에 맞춰 먼저 준비하는 것입니다. 긴장도 이와 비슷합니다. 같은 시간대에 자주 반복되면 실제 일이 시작되기 전부터 몸이 먼저 긴장할 수 있습니다.
뇌의 편도체는 위험 신호를 빠르게 살피는 데 관여합니다. 위협을 느끼면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심장이 빨라지며 호흡도 얕아질 수 있습니다. 같은 시간이나 상황에서 이런 긴장이 되풀이되면, 나중에는 실제 위험이 없어도 그 단서만으로 몸이 먼저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분도 금요일 밤에는 회사 생각을 해도 비교적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일요일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어깨에 먼저 힘이 들어갔습니다. 회사에서 긴장하는 일이 오래 반복되면서 어느새 출근을 앞둔 시간만 와도 몸이 먼저 긴장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아직 회사에 가지도 않았는데 명치가 눌리고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쉬어도 일요일 저녁은 다시 돌아온다
그분도 주말에 잘 쉬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요일에 일부러 약속을 잡아 늦게까지 밖에 있기도 했고 운동도 시작했습니다. 이런 방법들은 그날 저녁의 긴장을 덜고 힘든 시간을 넘기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됐습니다.
병원에서 짧게 안정제를 처방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약을 먹으면 이미 올라온 긴장이 줄어 잠드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일요일 저녁이면 몸부터 긴장하는 반응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어서, 다음 일요일이 오면 비슷한 일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마음을 다잡아도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명치가 눌리고 어깨가 굳는 것은 그분이 일부러 선택한 반응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상담에서는 일요일 저녁에 명치가 답답해지고 어깨가 굳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살펴봤습니다. 그때의 감각을 따라가며, 예전에도 무언가가 닥치기 전부터 몸을 굳혀 기다리던 때가 있었는지 확인했습니다.
해가 기울면 놀던 손이 멈췄다
명치가 답답해지기 직전에는 명치 위쪽이 먼저 딱딱해진다고 하셨습니다. 최면이 깊어진 뒤 그 감각에 집중하자,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던 오래전 저녁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말이 서툴던 무렵이었습니다. 아이는 집 마루에 앉아 나무 조각을 늘어놓고 놀고 있었습니다. 창으로 들어오던 빛이 주황빛으로 기울고 부엌에서 밥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하자, 놀던 손을 멈추고 대문 쪽을 바라봤습니다.
저녁마다 비슷한 일이 이어졌습니다. 어른이 돌아오면 아이를 밥상 앞에 앉혀 놓고 오늘 무엇을 했는지, 밥은 남기지 않았는지, 낮에 왜 울었는지를 하나씩 물었습니다.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아이는 대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어깨가 올라가고 숨이 얕아졌으며, 하던 놀이도 멈췄습니다. 아직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몸은 벌써 밥상 앞에서 질문을 받고 있는 것처럼 굳어 있었습니다.
회사와 밥상은 전혀 다른 곳이지만, 두 장면에는 같은 순서가 있었습니다. ‘곧 무언가가 시작된다’는 신호가 오면 실제 일이 벌어지기도 전에 하던 일을 멈추고 몸을 굳힌 채 기다렸습니다. 어린아이에게는 어른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 긴장하는 것이 그 시간을 견디는 방법이었을 수 있습니다.
최면 속에서 그분은 어린 자신에게 다가갔습니다. 곧 대문이 열리고 어른이 질문을 시작하더라도, 어른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 아이가 잘못해서 벌어지는 일은 아니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아직 오지도 않은 일을 기다리며 먼저 놀이를 멈추고 몸을 굳힐 필요는 없다고도 말해 주었습니다.
그런 뒤 밥 냄새가 나고 대문이 열려 어른이 질문을 시작하는 그 저녁을 처음부터 다시 경험했습니다. 어른이 들어와 하루 일을 묻고 목소리가 높아지는 일은 그대로였습니다. 달라진 것은 아이의 반응이었습니다. 밥 냄새가 나도 곧바로 놀이를 접지 않았고, 대문 쪽을 한 번 바라본 뒤 다시 손에 든 나무 조각으로 돌아갔습니다. 어른이 실제로 들어온 뒤에야 그 상황에 반응했고, 기다리는 내내 어깨를 올리고 숨을 참지는 않았습니다.
부엌에서 보낸 일요일 저녁
상담 후에는 요즘 일요일 저녁을 부엌에서 보낸다고 하셨습니다. 국을 한 솥 끓이고 반찬을 두어 가지 만들어 통에 나눠 담는다고 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한 통을 따로 챙겨 두었다가 월요일 아침 혼자 자취하는 후배에게 건넸다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 여섯 시부터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만 켜 놓고 시계를 보던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저녁 내내 부엌일을 했고, 밤 열한 시쯤 불을 끈 뒤에도 오래 뒤척이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직무 스트레스가 꼭 회사 안에서 가장 심한 것은 아닙니다. 아직 출근하지도 않았는데 일요일 저녁부터 몸이 굳는다면, 다음 주를 어떻게 버틸지만 생각하기보다 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몸이 긴장하는지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달라진 것은 월요일이라는 현실이 아니라, 일요일 저녁부터 미리 긴장하며 기다리던 반응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