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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열두 시간을 자고 일어났는데, 오후에 소파에 앉아 있다가 또 잤습니다.
일요일도 그렇게 보냈고요. 그런데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뜨면 팔이 제 팔 같지가 않습니다.
회사에서는 오후 세 시쯤 되면 눈꺼풀이 저 혼자 내려옵니다. 주말 내내 잤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인쇄소에서 십 년 넘게 일해 온 서른아홉 남성분이 상담 첫날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몸을 쓰는 일이니 이 정도 피로는 당연한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만 쉬고 나면 멀쩡해 보였고, 그 차이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고 하셨습니다.
병원도 다녀왔습니다. 피검사를 받고 갑상선 수치와 빈혈까지 확인했지만 별다른 이상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과지를 받아 들었을 때는 마음이 놓였지만, 주차장으로 걸어 나오는 동안 다시 답답해졌다고 합니다. 병이 아니라는 것만 확인했을 뿐, 왜 이렇게 피곤한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피로를 모두 같은 이유로 볼 수는 없습니다. 체중이 갑자기 줄거나 늘었거나, 미열이 계속되거나, 코를 심하게 골면서 낮에도 졸음이 쏟아진다면 병원 진료가 우선입니다. 이 글은 필요한 검사를 받아 보았는데도 피로의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한 경우를 다룹니다.
잠이 부족해서 피곤한지, 충분히 자도 개운하지 않은지는 생활 속에서 한 가지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서너 시간 더 잔 날과 짧게 잔 날의 아침 상태를 견주어 보는 것입니다. 이것만으로 원인을 가를 수는 없지만, 충분히 잔 날에도 아침의 무거움이 별로 다르지 않다면 잠의 양 말고 다른 요인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이 자는데도 개운하지 않은 이유
긴장되는 일이 생기면 편도체를 포함해 위험을 빠르게 알아차리는 뇌의 시스템이 반응하고, 몸은 곧바로 대비할 준비를 합니다. 위험한 순간을 넘기기 위해 필요한 반응입니다.
그런데 쉬어야 할 시간이 되어도 긴장과 각성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잠을 자는 동안 몸과 뇌는 낮 동안의 피로에서 회복하는 여러 과정을 거칩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몸이 계속 준비하듯 힘을 주고 있다면, 오래 잤다고 해서 반드시 푹 쉰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분도 잠은 오래 잤습니다. 주말이면 열두 시간을 자고도 다시 소파에서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의 무거움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상담에서는 얼마나 오래 잤는지만 보기보다, 쉬려고 누웠을 때 몸이 실제로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잠을 늘려도 남아 있던 긴장
피곤하면 가장 먼저 잠을 늘리게 됩니다. 주말에 몰아서 자고 평일에도 평소보다 일찍 눕습니다. 실제로 잠이 부족했던 경우라면 이것만으로도 한결 나아질 수 있습니다.
비타민이나 홍삼을 챙기기도 합니다. 몸에 실제로 부족한 것이 있었다면 이런 보충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커피는 처지는 오후를 넘기는 데 힘이 되고, 가벼운 운동은 굳은 몸을 푸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그분에게는 잠을 늘려도 그대로 남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잠자리에 누우면 종아리와 발목에 힘이 들어가 있는 듯했다고 합니다. 몸은 누워 있는데 다리만은 금방이라도 다시 일어나야 할 것처럼 긴장을 놓지 못했습니다.
이런 몸의 반응은 “오늘은 힘을 빼고 자야지” 하고 마음먹는다고 곧바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래 반복된 반응은 생각하기도 전에 먼저 나오기 때문입니다. 최면상담에서는 지금 반복되는 감정과 몸의 느낌을 단서로, 이런 반응이 언제부터 익숙해졌는지를 살펴봅니다.
거실 바닥에 쌓여 있던 빨래
그분의 상담도 종아리와 발목에 남아 있던 뻣뻣한 느낌에서 시작했습니다. 깊은 최면 상태에서 그 감각에 집중하자 오래전 살던 집의 저녁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글자를 모르던 나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한참 전입니다. 거실 바닥에는 마른빨래가 한 무더기 쌓여 있고, 아이는 그 앞에 앉아 수건을 반으로 접고 있습니다. 옆에서 기어 다니던 동생이 개어 놓은 수건을 자꾸 무너뜨립니다. 아이는 동생을 한 손으로 밀어 앉히고 다시 수건을 잡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엌에서 이름을 부릅니다. 아이는 일어나 그릇을 나르고, 돌아와 다시 앉으면 이번에는 동생이 울기 시작합니다. 동생을 안아 달래고 나면 빨래는 아까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 저녁에 아이가 일을 다 끝내고 편하게 앉아 쉰 시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언제 다시 불릴지 몰라 아예 반쯤 일어설 듯한 자세로 앉아 있었습니다. 완전히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기보다, 다리에 힘을 조금 남겨 둔 채 기다리는 편이 익숙했습니다.
어린 시절 집안일이 지금의 만성피로를 직접 만들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사례에서 눈여겨본 것은 그때 익숙해진, 쉬면서도 몸을 완전히 놓지 않는 반응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거실 바닥에서 다리에 힘을 남겨 둔 채 기다렸고, 삼십 년이 지난 뒤에는 부르는 사람도 개어야 할 빨래도 없는 침대에서 종아리와 발목에 비슷한 긴장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분은 그 장면에서 빨래 앞에 앉아 있는 어린 자신에게 다가갔습니다. 아이가 하던 일을 대신해 주거나 우는 동생을 데려가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이건 네가 혼자 다 맡아야 할 일이 아니야. 부르면 그때 일어나도 돼. 쉬는 동안까지 미리 힘을 주고 기다릴 필요는 없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같은 저녁을 다시 경험했습니다. 부엌에서는 여전히 이름을 불렀고 동생도 똑같이 울었습니다. 아이도 일어나 그릇을 옮기고 동생을 달랬습니다.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움직였지만, 그 사이까지 미리 몸에 힘을 주고 기다리지는 않았습니다. 앉아 있는 동안에는 다리의 힘을 빼고 쉬었고, 이름이 불리면 그때 일어났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생긴 약속
최면상담 후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주말을 보내는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토요일 오후에도 약속을 잡고, 지난주에는 한참 못 만난 친구를 만나 저녁까지 이야기하고 돌아왔다고 하셨습니다. 예전에는 주말에 누가 보자고 하면 “잘 시간이 없어진다”는 생각부터 들어 약속을 다음으로 미루곤 했습니다.
월요일 아침도 전보다 가벼워졌다고 하셨습니다. 요즘은 눈을 뜨면 그대로 일어나 물을 끓이고 아침을 챙겨 먹은 뒤 출근합니다. 오후 세 시쯤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오는 일도 드물어졌다고 합니다.
이 사례 하나로 만성피로의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피로가 계속된다면 먼저 몸의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검사에서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했고, 충분히 자도 개운하지 않으며, 쉬는 순간에도 몸의 특정 부위가 계속 긴장해 있다면 이런 자동반응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도 이틀을 거의 잠으로 보낼 생각이고, 그런 주말이 이미 여러 번 반복됐다면 잠을 더 늘리기 전에 한 가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쉬려고 누웠을 때 몸도 실제로 쉬고 있는지, 아니면 아직 무언가를 대비하듯 힘을 남겨 두고 있는지입니다. 이런 반응이 반복된다면 최면상담에서는 언제부터 몸에 익었는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