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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하면 다 정상이라는데, 자꾸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막혀요.
이게 공황장애인 건가요, 아니면 제가 유난히 예민한 걸까요?”
이렇게 조심스럽게 물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갑자기 심장이 마구 뛰고 숨이 가빠지면서, 어지럽고 손발이 저리고 식은땀이 흐릅니다. 그때마다 큰 병이 난 줄 알고 병원을 찾지만, 심전도도 피검사도 한결같이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듣습니다. 그런데 이걸 누구에게 털어놓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게 뭐 대수냐, 다들 그렇게 산다”는 핀잔이 돌아올까 봐, 결국 혼자 속으로 삼키며 ‘내가 너무 예민한가’ 하고 자신을 탓하게 됩니다.
자가진단으로 불안과 공황을 가려 봅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게 정말 공황장애일까, 아니면 그냥 걱정이 많은 성격일 뿐일까. 둘은 닮은 듯하지만 결이 다릅니다. 평소의 불안은 걱정거리가 있을 때 서서히 마음을 조여 오고 한참을 머뭅니다. 반면 공황발작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몰아쳐, 대개 십 분 안에 가장 심해졌다가 차츰 가라앉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이러다 죽거나 미치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강렬한 공포가 함께 옵니다.
그래서 내 상태가 어느 쪽에 가까운지, 아래 항목으로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갑작스럽고 강한 공포가 보통 십 분 안에 최고조에 이르면서, 다음 중 네 가지 이상이 함께 나타나는 발작이 예고 없이 반복되는지 살펴보십시오.
•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빠르게 뛴다
• 땀이 난다
• 몸이 떨리거나 후들거린다
• 숨이 가쁘거나 막히는 느낌이 든다
• 질식할 것 같다
• 가슴이 답답하거나 아프다
• 메스껍거나 속이 불편하다
• 어지럽거나 아찔하다
• 오한이 나거나 열감이 오른다
• 손발이 저리거나 마비된 느낌이 든다
• 내가 나 같지 않거나 주변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 통제력을 잃거나 미칠 것 같다
•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든다
이런 발작을 겪은 뒤 ‘또 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한 달 이상 이어지거나, 그럴까 봐 특정 장소나 상황을 피하게 된다면 공황장애일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건 의학적 진단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상태인지 짚어 보는 참고용입니다. 해당되는 항목이 많더라도 스스로 단정하기보다, 한 번쯤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눠 보시길 권합니다.
체크리스트는 ‘왜’까지 답해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작 답답한 대목이 있습니다. 여러 항목에 해당한다는 걸 알아도, ‘나는 왜 이렇게 됐을까’라는 물음에는 체크리스트가 아무 말도 해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 뇌 깊은 곳에는 위험을 살피는 ‘편도체’라는 파수꾼이 있습니다. 편도체는 위험을 감지하면 순식간에 비상벨을 울려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고 숨을 몰아쉬게 해, 몸이 위기에 대비하도록 만듭니다. 문제는 실제로는 위험이 없는데도 이 벨이 울린다는 데 있습니다. 한 번 크게 놀란 적이 있는 강아지는 그 뒤로 바스락거리는 작은 소리에도 벌떡 일어나 짖어 댑니다. 편도체도 마찬가지여서, 한 번 깊이 놀라고 나면 비슷한 낌새만 스쳐도 먼저 경보부터 울려 버리곤 합니다.
게다가 편도체는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다스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의식 아래 무의식의 자리에서 움직입니다. 그러니 ‘괜찮아, 별일 아니야’라고 아무리 머리로 타일러도, 자가진단으로 꼼꼼히 점검해도, 다짐만으로는 이 경보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습니다.
최면상담은 경보가 새겨진 첫 장면을 찾아갑니다
그래서 최면상담에서는 의지로는 닿지 않던 그 무의식의 자리로 내려가, 편도체가 맨 처음 그토록 크게 놀랐던 때가 언제였는지 찬찬히 더듬어 봅니다.
앞서 혼자 속으로만 삼켜 오던 그분도 그랬습니다. 발작이 올 때마다 가슴을 짓누르던 그 외롭고 막막한 느낌을 따라가 보니, 공황과는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아주 어린 시절의 한 장면에 가 닿았습니다. 걸음마를 막 뗀 무렵, 깜깜한 방에서 혼자 잠이 깨어 한참을 울었는데도 아무도 오지 않아, 결국 울다 지쳐 잠들었던 기억이었습니다. 그 작은 아이는 그때 ‘아무리 힘들어도 와 줄 사람은 없다, 이건 나 혼자 견뎌야 한다’는 마음을 깊이 새겼습니다. 그 외로운 두려움이 몸에 남아, 어른이 된 지금도 가슴이 조여 올 때면 누구에게도 손 내밀지 못한 채 그 옛 공포가 고스란히 되살아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깊은 최면 속에서, 어른이 된 지금의 그분이 그 시절 어둠 속에 혼자 울고 있던 어린 자신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네가 혼자가 아니야”라고 손을 잡아 주며, 그토록 오래 짊어져 온 외로움을 가만히 내려놓도록 도왔습니다.
뿌리를 풀면 일상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공황의 뿌리는 발작이 일어나는 그 순간이 아니라, 본인조차 까맣게 잊고 있던 전혀 다른 시절의 한 장면에 닿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작 자신은 그 연결을 알 길이 없으니, ‘내가 예민한 탓’이라며 자꾸 스스로를 몰아세우게 되는 것입니다.
요즘 그분은 가슴이 조여 와도 예전처럼 혼자 화장실로 숨지 않는다고 합니다.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잠깐 같이 있어 줄래요” 하고 청할 수 있게 되었고, 그 한마디만으로도 한결 숨통이 트인답니다. 평생 혼자 짊어져야 한다고 믿었던 짐을, 이제는 조금씩 내려놓고 있습니다.
혹시 당신도 가슴이 두근대고 숨이 막힐 때마다, 이게 병인지 아닌지조차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누구에게도 말 못 하고 혼자 견뎌 오셨는지요. 자가진단으로 내 상태를 가늠해 보는 일은 분명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다만 체크리스트가 끝내 알려 주지 못하는 것 — ‘나는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라는 물음의 답은, 오래전 마음 깊이 새겨진 뿌리에 가 닿을 때 비로소 풀리기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