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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만 휴대폰을 두 번 찾았어요.
현장에 늦을까 봐 조끼 주머니를 전부 뒤집고 가방을 현관 바닥에 쏟았는데, 심장이 쿵쾅거리고 목덜미에 땀이 차더라고요.
결국 휴대폰은 냉장고 위에 있었어요. 제가 거기 올려놓은 기억이 하나도 없어요.
이러다 머리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닌가 싶어 겁이 납니다."
인테리어 현장을 여럿 맡고 있는 서른여덟 살 남성분이 상담실 의자에 앉자마자 꺼낸 이야기입니다. 말하는 내내 오른발 끝을 까딱였습니다. 휴대폰과 줄자, 현장 출입증, 차 키를 자꾸 잃어버려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물건을 찾는다고 했습니다.
찾고 나면 허무했습니다. 휴대폰은 냉장고 위에서, 출입증은 화장실 세면대 옆에서, 줄자는 남의 공구함에서 나왔습니다. 왜 물건을 둔 곳이 기억나지 않는지 검색하다 보면 성인 ADHD나 건망증에 관한 글을 읽게 됐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잘 잊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도면의 치수는 한 번 보면 외웠고 거래처와 한 약속도 잘 지켰습니다. 그런데 방금 내려놓은 물건은 어디에 두었는지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습니다.
물건을 찾느라 애먹었던 때를 되짚어 보면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조용히 퇴근을 준비할 때보다 전화가 울리거나 누가 부르거나 나갈 시간이 닥쳤을 때 더 자주 찾게 되나요? 그렇다면 물건을 놓는 순간 무엇에 신경을 쓰고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약속이나 대화 내용까지 자꾸 잊거나 깜빡임이 점점 심해진다면 병원에서 먼저 확인받는 것이 좋습니다.
번호를 보지 못하고 내린 주차장
물건을 내려놓을 때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으면 어디에 두었는지가 기억에 제대로 남지 않을 수 있습니다. 눈앞의 정보를 잠시 기억하고 쓰는 작업기억도 이 과정에 관여합니다. 그분과는 우선 물건을 놓는 순간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는지 살펴봤습니다.
대형 쇼핑몰 지하 주차장을 떠올려 보세요. 차를 세우고 기둥의 층과 번호를 확인하면 나중에 차를 찾기가 쉽습니다. 반면 전화를 받으며 서둘러 내리면 번호를 보지 못해 돌아올 때 헤맬 수 있습니다. 이런 날에는 기억해 둔 번호를 잊었다기보다, 처음부터 번호를 제대로 보지 못한 셈입니다.
그분이 물건을 놓는 순간도 비슷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줄자를 쥔 채 전화를 받고, 통화하며 출입증을 내려놓고, 누가 부르면 차 키를 가까운 곳에 두고 뛰어갔습니다. 물건은 손에서 내려놓았지만 신경은 이미 전화나 자신을 부르는 사람에게 가 있었습니다.
바구니를 두어도 다시 사라지는 물건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면 대개 둘 곳부터 정해 봅니다. 현관에 열쇠 바구니를 놓고, 휴대폰에 분실 방지 태그를 달고, 나가기 전 챙길 물건을 적어 문에 붙여 둡니다. 이런 방법은 물건을 찾는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주의력의 어려움이 크다면 병원에서 평가받고 필요한 치료를 이어 가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분도 현관에 바구니를 두었습니다. 여유 있는 저녁에는 차 키를 늘 그 안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전화가 울리면 신발장 위나 냉장고 위에 놓곤 했습니다.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알면서도 누가 부르면 서두르는 습관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번에는 정신 차리고 두자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전화벨이 울리면 다짐을 떠올리기도 전에 몸부터 움직였습니다. 물건을 내려놓는 동안에도 신경은 이미 다음 일로 가 있었습니다.
최면상담에서는 이렇게 서두를 때 느끼는 감정과 몸의 반응을 살펴봅니다. 급한 신호를 들으면 가슴과 손에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그 느낌과 함께 어떤 경험이 떠오르는지 따라가 봅니다. 주의력의 어려움에 필요한 평가와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서두르는 무의식 자동반응도 함께 다루는 것입니다.
소파 쿠션 사이에 끼워 둔 공룡
그분은 전화가 울릴 때의 느낌을 떠올렸습니다. 가슴 한가운데가 앞으로 확 쏠리고 손바닥이 뜨거워진다고 했습니다. 깊은 최면 상태에서 그 느낌에 집중하자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현관 문고리에 손이 아직 닿지 않던 무렵의 거실이었습니다. 아이가 소파 앞 바닥에 앉아 초록색 플라스틱 공룡 두 마리를 서로 부딪치며 놀고 있습니다. 현관에서 외투를 걸치던 어른이 부릅니다. “나가자, 빨리!” 아이는 아직 공룡을 쥐고 있는데 어른은 벌써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얼른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집니다.
아이는 가슴이 앞으로 쏠리듯 벌떡 일어나 공룡 하나를 텔레비전 받침대 모서리에 올려놓고, 다른 하나는 소파 쿠션 사이에 끼워 넣습니다. 손으로는 공룡을 내려놓으면서도 얼굴은 현관을 향해 있습니다. 어디에 두는지 볼 겨를도 없이 곧장 달려갑니다.
그런 오후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어른이 “빨리”라고 부를 때마다 손에 든 것을 가까운 곳에 놓고 따라나섰습니다. 저녁이면 공룡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소파 밑에 엎드려 찾곤 했습니다.
깊은 최면 속에서 어른이 된 그분은 공룡을 쥔 어린 자신에게 다가갔습니다. 아직 놀고 있는데 어른은 벌써 나갈 준비를 마쳐 마음이 급해졌다는 것을 알아주었습니다. 어른이 부르더라도 공룡을 어디에 두는지 보면서 내려놓아도 괜찮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 이해를 가지고 같은 오후를 다시 경험했습니다. 어른은 똑같이 외투를 걸치며 “나가자, 빨리!” 하고 불렀습니다. 아이도 공룡 하나는 받침대 모서리에, 다른 하나는 쿠션 사이에 두고 현관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번에는 부르는 소리를 들어도 가슴이 덜컥 앞으로 쏠리지 않았습니다. 손이 전처럼 허둥대지 않으니 초록색 공룡을 받침대 모서리에 두었다는 것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 장면이 끝날 무렵에는 상담 내내 까딱이던 그분의 오른발도 바닥에 내려와 있었습니다.
이 장면 하나로 그분의 주의력 특성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상담에서는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 하던 일을 놓고 곧장 움직여야 할 것 같은 다급함에 주목했습니다. 어린 시절 공룡을 두고 달려가던 때와 현장에서 물건을 내려놓던 순간을 함께 살펴본 것입니다.
통화를 이어 가기 전에 먼저 한 말
상담 뒤 그분은 욕실 타일 줄눈을 살피다가 거래처 전화를 받은 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상대는 자재가 잘못 들어왔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예전 같으면 줄자와 출입증을 가까운 곳에 던지듯 두고 현장 입구로 뛰어갔을 상황이었습니다.
그날 그분은 "잠깐만요, 손에 든 것부터 내려놓고 말씀 듣겠습니다" 하고 먼저 말했습니다. 줄자는 공구 가방 옆칸에, 출입증은 조끼 왼쪽 주머니에 넣은 뒤에야 통화를 이어 갔습니다. 퇴근길에 차에 오르며 출입증을 찾는 대신 곧장 조끼 왼쪽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고 합니다.
같은 물건을 매일 찾는다면, 내려놓던 순간 얼마나 서두르고 있었는지도 돌아보세요. 이분은 부르는 소리에 몸부터 움직이게 하던 다급함을 다룬 뒤, 바쁜 통화 중에도 손에 든 물건부터 챙길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