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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 넘기는 소리밖에 안 나는 교실에 오십 분을 서 있으면 목 안쪽이 조금씩 조여 와요. 고개를 딱 한 번만 옆으로 꺾으면 풀릴 것 같은데, 아이들이 볼까 봐 뒷짐 진 주먹만 꽉 쥐고 버텨요.”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마흔한 살 남성 교사입니다. 중간고사 감독을 서는 동안 목 옆 근육이 당기고 목구멍 안쪽이 간질거렸습니다. 그럴수록 어금니를 물고 어깨를 끌어내렸습니다. 이마와 등에 땀이 배었고, 교실 뒤편 시계의 초침은 유난히 느리게 움직였습니다.
종이 울리자 그분은 교무실이 아니라 화장실로 걸음을 서둘렀습니다. 칸막이 문을 잠그자마자 고개가 오른쪽으로 연달아 꺾였고, 목에서는 ‘큼, 큼’ 하는 소리가 몇 번이고 나왔습니다. 한참 뒤 밖으로 나왔을 때는 목덜미가 욱신거리고 관자놀이까지 지끈거렸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코를 찡긋하는 틱이 있었지만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잦아들었습니다. 그런데 학년부장을 맡은 해부터 목을 꺾는 동작과 헛기침 같은 소리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거쳐 성인 틱장애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틱의 재발보다 그분을 더 지치게 한 것은, 참을수록 몸이 굳고 자리를 벗어나면 틱이 한꺼번에 나온다는 점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신경 쓰지 마. 그럴수록 더 해’라거나 ‘조금만 참아 봐’라고 했습니다. 그분도 의지가 약한 탓인가 싶어 자신을 다그쳤습니다. 하지만 틱은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멈출 수 있는 행동이 아닙니다. 억제하는 동안 몸 안의 불편함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상담 중 떠오른 장면은 시험 교실과 전혀 관계없어 보였습니다. 아주 어릴 적, 할머니 댁으로 가던 자동차의 뒷좌석이었습니다.
틱을 참을수록 커지는 몸 안의 신호
틱이 나오기 직전 몸 안에서 먼저 올라오는 불편한 느낌을 ‘전조충동’이라고 합니다. 근육이 당기거나 목이 간질거리거나 속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틱을 하고 나면 이 느낌이 잠시 가라앉기 때문에, 불편함이 올라올 때 같은 동작이나 소리가 반복되기도 합니다.
어릴 때 하던 눈싸움을 떠올려 보세요. 눈을 깜빡이지 않으려고 버틸수록 눈이 뻑뻑하고 따가워집니다. 틱도 잠시 억제할 수 있지만, 그동안 전조충동이 커질 수 있습니다. 억제를 풀었을 때 틱이 잇따라 나오면 한꺼번에 심해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스스로 가늠해 볼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조용히 버텨야 하는 곳에서 나온 직후 틱이 한꺼번에 몰려 나오는지, 참는 동안 틱이 나오는 부위보다 주먹이나 턱, 숨에 먼저 힘이 들어가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둘 다 해당한다면 틱뿐 아니라 억제하는 동안 온몸에 쌓이는 긴장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단 기준은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서 증상이 커지는지 이해하는 단서가 됩니다.
그분은 두 가지 모두 해당했습니다. 감독을 설 때는 목이 당기기 전부터 뒷짐 진 손이 먼저 주먹을 쥐었습니다. 교실 문을 나서면 틱이 잇따라 나왔고, 조용한 교무회의가 길어지는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약과 행동치료 뒤에도 남은 긴장
성인 틱장애의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행동치료가 쓰입니다. 그분도 약을 복용하며 틱 횟수가 줄어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행동치료에서는 전조충동이 올라올 때 틱과 동시에 하기 어려운 다른 움직임으로 대응하는 연습을 배웠고, 이 연습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남은 반응이 있었습니다. 조용한 교실에 들어서면 틱이 올라오기 전부터 주먹과 턱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힘을 빼야겠다고 생각할 때면 손은 이미 꽉 쥐어져 있었습니다.
의식적으로 힘을 빼려 해도 몸이 먼저 긴장하는 반응은 마음먹는 것만으로 바꾸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는 그대로 이어 가면서, 상담에서는 틱이 나오기 전에 이미 주먹과 턱을 조이는 반응에 주목했습니다. 그때의 몸 감각과 함께 떠오른 기억과 감정을 살피며, 틱을 억제할 때 온몸까지 굳히는 반응을 다뤘습니다.
할머니 댁으로 가던 차의 뒷좌석
깊은 최면 상태에서 그분께 감독을 설 때처럼 두 주먹을 쥐어 보시라고 했습니다. 손바닥이 뜨거워지고 목 옆이 당겨 오자, 그분이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차 안이에요. 뒷자리에 앉아 있는데 창밖으로 논만 계속 지나가요.”
발끝이 앞좌석 등받이에 겨우 닿을 만큼 작은 사내아이가 할머니 댁으로 가는 차를 한참째 타고 있습니다. 아이는 다리를 흔들다가 앞좌석을 톡톡 차고, 안전벨트 끝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립니다. 조수석의 엄마가 돌아보며 말합니다. ‘가만히 좀 있어. 아빠 운전하시잖아.’
아이는 두 손으로 무릎을 꽉 누르고 움직임을 참습니다. 그럴수록 몸 안의 불편함과 답답함은 더 커집니다. 조금 뒤 발끝이 다시 움직이자 엄마가 또 돌아봅니다. ‘가만히 있으라니까.’
차가 할머니 댁 마당에 멈추고 엄마가 안전벨트를 풀어 주자, 아이는 뛰어내려 온몸을 부르르 털어 냅니다. 팔을 흔들고 제자리에서 몇 번 뛰고 나서야 크게 숨을 쉽니다.
그날이 명절이었는지, 몇 시간을 달렸는지는 끝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무릎을 누르던 손바닥의 열기와 마당에서 몸을 털던 느낌은 또렷했다고 합니다.
최면 속에서 어른이 된 그분은 뒷좌석의 어린 자신 곁으로 갔습니다. 두 손으로 무릎을 누르고 있는 아이에게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사실을 차근차근 알려 주었습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몸이 움직이고 싶은 게 당연해. 엄마는 아빠가 운전하다 놀랄까 봐 그런 거지, 네가 나빠서 그런 게 아니야. 저기 표지판 보이지? 할머니 집이 가까워지고 있어. 숨은 크게 쉬어도 돼.”
그 말을 전한 뒤 차가 출발하던 때부터 같은 길을 다시 경험했습니다. 엄마는 이번에도 돌아보며 가만히 있으라고 했고, 아이도 두 손으로 무릎을 눌렀습니다. 하지만 움직이고 싶은 몸을 잘못이라고 여기며 온몸을 조이지는 않았습니다. 마당에 내렸을 때도 전처럼 급하게 긴장을 털어 내야 할 만큼 답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틱은 신경발달과 관련된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증상이므로, 자동차 뒷좌석의 일이 틱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이 사례에서 주목한 것은 가만히 있어야 하는 곳에서 몸을 꽉 눌러 참다가, 벗어난 뒤에야 몰아서 털어 내던 순서였습니다. 학생들에게 틱을 보이면 안 된다고 느끼는 시험 교실에서도 그분은 주먹과 턱을 조이며 같은 방식으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종이 울린 뒤 화장실 대신 교무실로
상담 뒤 기말고사 감독을 서던 날에도 목 옆이 당기고 한 차례 틱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들키지 않으려고 온몸을 굳힌 채 버티지는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계속 시험지를 보고 있었고, 그분은 교실 줄 사이를 천천히 걸었습니다.
종이 울리자 답안지를 챙겨 곧장 교무실로 갔습니다. 화장실 칸에 들어가 목을 몰아서 꺾는 일은 없었고, 오후 내내 목덜미를 주무르는 일도 줄었다고 합니다. 틱이 아예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온몸을 조여 참다가 나중에 틱이 한꺼번에 나오던 흐름은 달라져 있었습니다.
2학기 중간고사 때는 새로 온 교사가 첫 감독을 앞두고 잔뜩 굳어 있었습니다. 그분은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넸습니다. “계속 서 있기 힘들면 뒤에서 천천히 걸어도 괜찮아요. 가만히 서 있는 것만 감독인 건 아니더라고요.”
움직이면 눈에 띌 것 같은 회의실이나 강의실에서 틱을 누르느라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면, 참는 힘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은 아닙니다. 틱을 억제하는 동안 전조충동이 커질 수 있고, 틱이 나오기 전부터 주먹과 턱을 조이는 긴장이 더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분은 진료와 약, 행동치료를 이어 가면서 상담에서는 몸을 먼저 조이는 반응을 함께 다뤘습니다. 이후에는 조용한 곳을 나서자마자 틱이 몰려 나오던 일도 줄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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