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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을 짜는데 손끝에 불이 붙는 것 같았어요. 아침에 딱지가 앉아 있던 데를 브레이크 타임에 또 뜯었거든요. 뜯을 때는 몰라요. 피가 비치고 나서야 ‘아, 또 했구나’ 해요.”
그렇게 말한 그분이 두 손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엄지와 검지 손톱 옆 살갗이 벌겋게 벗겨져 있었고, 검지 한 마디에는 주방에서 쓰는 파란 밴드가 감겨 있었습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맡고 있는 서른네 살 요리사였습니다.
그분의 손끝이 멀쩡한 날은 드물었습니다. 영업 중에는 위생 장갑을 두 겹씩 끼는데, 장갑 속에서 땀에 불은 상처가 내내 욱신거렸습니다. 퇴근해 머리를 감을 때는 샴푸가 닿는 곳마다 쓰라려 손가락 끝을 세운 채 감았습니다. 지난겨울에는 검지가 퉁퉁 붓고 열감이 올라와 피부과에서 고름을 빼고 항생제까지 먹었습니다.
진료 순서를 기다리며 휴대전화로 손톱 주변 뜯기를 찾아보던 그분의 눈에 들어온 말이 피부뜯기장애였습니다. 진료실에서 뜯지 말라는 당부를 들었을 때는 쓴웃음이 났다고 합니다. 몰라서 뜯는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피부뜯기장애는 피부를 되풀이해 뜯어 상처가 생기고, 줄이거나 멈추려고 애써도 잘 되지 않아 괴롭거나 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상태를 말합니다. 손톱 물어뜯기, 머리카락 뽑기와 함께 신체중심 반복행동(BFRB)으로 묶어 설명하기도 합니다.
뜯어서 생긴 딱지가 다시 손을 부른다
피부를 뜯는 행동은 이런 흐름으로 굳어지기 쉽습니다. 손끝에 까끌하게 들뜬 살갗이 걸리거나 마음이 조여 오면 엄지손톱이 먼저 그곳을 찾아갑니다. 뜯어내고 나면 거슬리던 감촉과 긴장이 잠깐 가라앉습니다. 이 짧은 후련함이 쌓일수록 다음에는 손이 더 빠르고 자연스럽게 움직입니다.
이처럼 되풀이되어 몸에 밴 동작은 ‘절차적 습관’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번 굳으면 뜯겠다고 마음먹지 않아도 손이 익숙한 동작을 이어 갑니다. 상처가 나도 다시 손이 가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상처가 아물며 생긴 딱지는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들뜨고, 그 까끌한 부분이 다시 엄지손톱을 부릅니다. 뜯어서 생긴 상처가 다음에 뜯을 곳이 되는 것입니다.
어금니 끝이 살짝 깨지면 혀가 하루에도 몇 번씩 그 거친 곳을 더듬습니다. 그만 만지자고 해도 정신을 차려 보면 혀끝은 또 거기에 가 있습니다. 치과에서 매끈하게 다듬고 나서야 혀가 그쪽을 잊습니다. 손끝의 거친 살갗을 찾아가는 엄지손톱도 이와 닮았습니다.
그분의 엄지가 가장 바빠지는 때는 하루에 두 번이었습니다. 점심 영업이 끝나고 뒷문 앞 상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넘기는 브레이크 타임, 그리고 예약이 꽉 찬 저녁에 첫 주문서가 올라오기 직전이었습니다. 심심할 때와 긴장할 때, 정반대처럼 보이는 두 순간에 엄지는 똑같이 손끝의 거친 곳을 찾아냈습니다.
비슷한 습관이 있다면 뜯기 직전과 직후를 짧게 적어 보세요. 손끝에 무언가 걸렸는지, 심심했는지, 긴장했는지, 뜯은 뒤 잠깐이라도 후련했는지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후련함이 거의 매번 따라온다면, 뜯는 행동이 거슬리는 감촉이나 긴장을 덜어 주는 습관으로 굳었을 수 있습니다. 이 기록만으로 피부뜯기장애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무엇이 손을 움직이게 하는지는 알아보기 쉬워집니다.
밴드를 감아도 엄지는 가장자리를 찾았다
그분은 뜯지 않으려고 여러 방법을 써 보았습니다. 앞치마 주머니에 핸드크림을 넣고 다니며 틈날 때마다 발랐고, 피부과에서 받은 연고도 빠짐없이 챙겼습니다. 뜯은 곳에 파란 밴드를 감은 날에는 확실히 덜 뜯었습니다. 하지만 설거지를 몇 번 하면 밴드 끝이 들떴고, 엄지는 어느새 그 끝을 긁고 있었습니다.
밴드로 덮고 연고를 바르는 일은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 필요합니다. 상처가 붓거나 열감이 있거나 고름이 생겼다면 피부과 치료가 먼저입니다. 뜯는 행동 때문에 일상이 크게 흔들린다면 정신건강의학과 평가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치료에는 습관 반전 훈련 같은 행동치료가 흔히 쓰입니다. 뜯기 직전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주먹을 쥐는 것처럼 피부를 뜯기 어려운 다른 동작으로 바꾸어 보는 연습입니다. 필요에 따라 약물치료를 함께하기도 합니다.
최면상담에서 그분과 처음 한 일은 뜯는 손을 붙잡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브레이크 타임에 엄지 끝이 까끌한 딱지에 닿는 순간을 떠올리고, 그때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살폈습니다. 그분은 엄지 끝이 저릿하게 당겼고, 딱지를 떼어 내기 전에는 휴대전화 화면의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 조급함에 집중하자 아주 어릴 때 손가락에 붙은 풀을 떼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손가락 끝에 말라붙은 풀 한 조각
그분에게 떠오른 것은 아주 어릴 때 엄마와 색종이 놀이를 하던 장면이었습니다. 손가락 끝에는 말라붙은 풀이 딱딱하고 까끌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다 했네. 이제 그림책 보자.” 엄마가 책을 펼쳤지만 아이는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책장을 넘기려 할 때마다 까끌한 감촉이 걸렸고, 손은 다시 풀 조각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이는 엄지손톱으로 말라붙은 풀을 계속 긁었습니다. 손끝이 매끈해진 뒤에야 그림책으로 마음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까끌한 것을 당장 없애야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른이 된 그분은 아이 곁에 앉아 말라붙은 풀은 손가락을 다치게 하는 것이 아니며, 엄마도 그림책도 기다려 주니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같은 장면을 다시 경험했을 때도 아이는 풀 조각을 떼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당장 매끈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조급함에 매달리지 않았고, 풀을 만지는 동안에도 엄마가 읽어 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손끝의 까끌함을 없애야 긴장이 풀렸고, 성인이 된 뒤에는 손톱 옆의 거친 살갗을 뜯어야 조급함이 가라앉았습니다. 피부뜯기장애에는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지만, 이 사례에서는 뜯기 직전의 조급함과 뜯은 뒤의 후련함을 중심으로 다뤘습니다.
딱지를 남겨 둔 오후, 레몬을 짠 저녁
상담 뒤 브레이크 타임에 휴대전화를 보다가 검지 옆 딱지의 들뜬 가장자리가 엄지에 걸렸습니다. 예전에는 바로 뜯었지만, 그날은 ‘까끌하네’ 하고 알아차린 뒤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딱지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엄지가 곧장 딱지로 향하지 않으면서 상처가 아물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 뒤에는 레몬 타르트를 만들며 레몬 스무 개의 즙을 직접 짰습니다. 즙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도 이를 악물지 않았고, 장갑도 한 겹이면 충분했다고 전했습니다.
가끔 딱지가 생기는 날은 있지만, 거친 가장자리를 느끼는 순간과 뜯는 행동 사이에 멈출 틈이 생겼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동안에도 엄지가 손톱 옆을 몇 번 오갔을지 모릅니다. 밴드와 연고로 덮어도 손이 자꾸 가장자리를 찾아간다면, 상처를 돌보는 일과 함께 거친 감촉 앞에서 서두르게 만드는 무의식 자동반응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급함이 줄면 손끝의 딱지는 당장 떼어 내야 할 것이 아니라 아물고 있는 상처로 남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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