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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하루째였는데, 이번엔 진짜 끊는 줄 알았어요. 그날 오후에 입주민 한 분이 관리실에 와서 삼십 분 넘게 소리를 지르다 가셨어요. 문이 닫히는데 목이 콱 막히더라고요. 그런데 가만 보니 제 손이 서랍 맨 안쪽을 뒤지고 있었어요. 버린 줄 알았던 담배 한 갑이 거기 그대로 있더라고요.”
쉰 살의 아파트 관리소장이 상담 첫날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담배를 끊겠다고 결심한 횟수만 서른 번이 넘는다고 했습니다. 여러 번 금연을 시도했는데도 같은 순간에 다시 담배를 물게 된다면, 무엇부터 살펴봐야 할까요?
그날 그분은 건물 뒤 분리수거장 옆에서 담배 두 개비를 연달아 피웠습니다. 첫 모금을 깊이 빨아들이자 막혔던 목이 풀렸지만, 두 번째 담배를 끌 무렵에는 스물하루가 사라졌다는 생각에 다리가 무거워졌다고 합니다. 스무 살에 군대에서 담배를 배웠고, 딸이 태어난 해에 처음 끊었습니다. 그 뒤로는 새해가 오거나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을 때마다 다시 끊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담배를 물곤 했습니다.
담배를 끊고 지내는 동안에도 몸이 가볍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사흘은 머리가 멍하고 입이 심심해 사탕을 달고 살았고, 밤에는 가슴이 답답해 두어 번씩 깼습니다. 그 고비를 넘기자 아침마다 가래가 끓던 기침이 잦아들고, 관리동 계단을 오를 때도 숨이 덜 찼습니다. 그래서 무너진 날이 더 억울했다고 합니다.
주변에서는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고 했고, 그분도 자신을 탓했습니다. 하지만 금연에 실패한 날들을 하나씩 돌아보니 서로 닮아 있었습니다. 식후 담배도, 운전할 때 피우던 담배도 참아 낸 사람이 왜 늘 비슷한 날에 무너졌을까요?
셔츠 윗주머니를 더듬는 버릇
담배를 오래 피우면 흡연은 하루의 여러 순간과 연결됩니다. 밥을 먹고 일어설 때, 커피를 들고 창가에 설 때, 차에 시동을 걸 때, 긴 통화를 끊었을 때가 그렇습니다. 이런 순간에 반복해서 담배를 피우면 몸은 그 상황과 흡연을 한 쌍처럼 익힙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학습을 조건화라고 합니다. 특정 상황과 흡연이 여러 번 짝지어지면, 그 상황만 와도 담배 생각이 저절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담배를 피울지 따져 보기 전에 손이 먼저 움직이기도 합니다.
지하철에서 옆 사람의 휴대전화가 내 것과 같은 소리로 울리자, 내 손이 먼저 주머니로 간 적이 있을 것입니다. 같은 알림음을 듣고 휴대전화를 꺼내 본 일이 수없이 쌓여서, 내 전화가 아니라는 생각보다 손이 앞서는 것입니다. 그분도 담배를 끊은 동안 셔츠 윗주머니를 하루에 몇 번씩 더듬었다고 합니다. 거기에 담배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습니다.
어떤 순간에 담배를 찾는지 알아보려면, 사흘 동안 담배에 불을 붙일 때마다 방금 끝난 일을 한 줄씩 적어 볼 수 있습니다. ‘밥을 다 먹고’, ‘통화를 끊고’, ‘한소리 듣고’처럼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흡연이 그 순간들과 깊이 연결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금연할 때마다 같은 대목에서 담배를 다시 물었다면, 그때의 상황과 몸의 반응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분과 함께 금연이 깨진 날들을 하나씩 짚어 봤습니다. 식후에는 껌을 씹으며 단지를 한 바퀴 걸었고, 운전할 때는 창문을 내리고 라디오를 켜며 담배를 참았습니다. 하지만 싫은 소리를 들은 뒤만큼은 서른 번 중 한 번도 넘기지 못했습니다. 그럴 때면 혼자 건물 뒤로 나가 오 분쯤 담배를 피우고,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돌아왔습니다.
여기에 담배를 피운 뒤 답답한 마음이 잠시 가라앉았던 경험도 겹칩니다. 그러면 비슷한 일이 생길 때 몸은 더 빨리 담배를 찾습니다. 같은 경험이 쌓일수록 그 상황과 흡연의 연결도 강해질 수 있습니다.
패치로 넘긴 고비, 끝내 남은 오 분
담배를 끊도록 돕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니코틴 패치나 껌은 담배를 끊은 뒤 몸이 니코틴을 찾으며 생기는 금단 증상을 덜어 줍니다. 병원에서는 담배 생각을 줄이는 약을 처방받을 수 있고,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는 상담과 금연보조제를 함께 받을 수 있습니다.
그분도 패치를 붙이고 금연클리닉에 다니며 가장 힘든 첫 고비를 여러 번 넘겼습니다. 입이 심심하고 밤에 깨는 증상도 차츰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몸이 한결 편해진 뒤에도 싫은 소리를 들은 날이면 건물 뒤로 나가고 싶은 마음은 남아 있었습니다.
그분이 일부러 이런 순서를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싫은 소리를 들은 뒤 밖으로 나가 담배를 무는 행동이 반복되면서, 어느새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금연 결심은 서랍을 열고 담배를 찾는 도중에야 뒤늦게 떠올랐습니다. 더구나 속상할 때 혼자 밖으로 나가 숨을 고르는 방식은 담배를 배우기 훨씬 전부터 익숙했습니다.
최면상담에서는 담배를 떠올리기 직전에 몸에서 무엇이 먼저 일어나는지 살펴봅니다. 목이 조이는지, 가슴이 답답한지, 숨을 길게 내쉬고 싶은지 확인하고, 그 느낌과 이어진 경험과 감정을 함께 다룹니다.
재봉틀 소리가 들리던 현관 계단
깊은 최면에 든 그분은 입주민이 나가고 관리실 문이 닫히던 순간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목 안쪽이 조여 오고, 숨을 길게 뱉고 싶어졌습니다. 그 느낌이 커질수록 관리실은 흐려지고, 엉덩이 밑에 닿는 차가운 시멘트가 먼저 느껴졌다고 합니다.
대문을 들어서면 작은 마당이 있고, 현관문 앞에 시멘트 계단 두 칸이 놓인 집이었습니다. 아직 혼자서는 대문 빗장을 풀지 못하던 무렵의 남자아이가 그 계단에 앉아 있었습니다. 조금 전 마당에서 굴리던 빨간 고무공이 수챗구멍 쇠창살 사이로 빠지자, 아이는 창살 틈에 손가락을 넣어 보다가 울음을 터뜨리며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안방에서는 재봉틀이 드르륵드르륵 돌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날 넘겨야 할 옷감을 박느라 등을 돌린 채였습니다. 아이가 울며 옆에 서자 어머니는 고개를 들지 않고 “엄마 지금 바빠” 한마디만 했습니다. 재봉틀 소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한참 서 있다가 다시 현관으로 나왔습니다. 계단에 앉아, 아침에 어머니가 바지 주머니에 넣어 준 손수건을 꺼내 두 손으로 꼭 쥐었습니다. 흐느낌이 올라올 때마다 손수건을 입에 대고 꾹 삼켰고, 딸꾹질하듯 끊기는 숨을 몇 번이고 길게 내쉬었습니다. 울음이 그치자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최면 속에서 어른이 된 그분은 계단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습니다. 손수건을 쥔 아이의 두 주먹을 감싸고, 그때 아이에게 필요했던 말을 천천히 건넸습니다.
“공이 빠져서 많이 속상했지. 엄마는 오늘까지 옷을 다 박아야 해서 손을 못 떼는 거야. 네가 우는 게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야. 울음은 꾹 삼키지 않아도 돼. 네가 얼마나 속상한지 내가 알아.”
어른이 된 자신에게 그때 몰랐던 사실을 전해 들은 아이는,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마음에 둔 채 공이 수챗구멍으로 굴러가던 때부터 그날을 다시 겪어 보았습니다. 공은 이번에도 빠졌고, 어머니도 고개를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엄마가 나를 외면한 게 아니라 일을 하고 있었구나. 속상하면 혼자 삼키지 않아도 되는구나’라고 알게 되자 목은 조이지 않았고 끊기던 숨도 곧 고르게 이어졌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갈 때 재봉틀 소리는 자신을 외면하는 소리가 아니라 엄마가 일하는 소리로 들렸다고 합니다.
이 장면을 다시 경험하는 동안 의자에 기대 있던 그분의 목울대가 몇 번 크게 움직였습니다. 흐느낄 때처럼 끊어 쉬던 숨도 장면이 끝날 무렵에는 길게 이어졌습니다.
달래 줄 사람이 없을 때 아이는 혼자 밖으로 나가 울음을 누르고, 숨을 고른 뒤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오곤 했습니다. 스무 살부터는 이 순서에 담배가 더해졌고, 싫은 소리를 들은 날마다 건물 뒤에서 보내는 오 분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서른 번의 결심이 비슷한 날마다 꺾인 데에는 담배보다 먼저 익힌 이 대처 방식도 관련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서랍으로 가지 않은 손
요즘도 관리실 문은 가끔 세게 열립니다. 하루는 윗집 소음 문제로 한 입주민이 목소리를 높이다 돌아갔습니다. 문이 닫히자 목이 한 번 조여 왔지만, 손은 서랍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숨을 두어 번 길게 내쉬었고, 목이 풀리자 수첩을 펴 방금 들은 내용을 적은 뒤 윗집에 인터폰을 걸었다고 합니다.
새로 온 경비원이 주차 문제로 한참 싫은 소리를 듣고 관리실로 들어온 날도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담뱃갑을 내밀며 나가서 한 대 피우고 오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날은 커피 두 잔을 타서 마주 앉은 뒤, 무슨 말을 들었는지 끝까지 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경비원이 돌아간 뒤에도 건물 뒤로 나가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담배를 다시 문 날을 떠올려 보시겠어요? 그 담배에 불을 붙이기 바로 전, 무엇이 막 끝났고 몸의 어디가 먼저 답답해졌는지 떠오른다면 거기서부터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서른 번의 실패는 의지가 부족했다는 증거라기보다, 비슷한 순간마다 같은 반응이 반복됐다는 기록일 수 있습니다. 더 굳게 결심하기에 앞서 담배를 찾기 직전의 몇 분과 그때의 몸과 마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