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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댁 거실에서 견적을 설명하는데, 소파 뒤 벽시계가 오른쪽으로 조금 기울어 있었어요. 말하는 내내 눈이 자꾸 그리로 가고, 귀 끝이 달아오르고 손끝이 근질거렸어요. 결국 설명을 멈추고 '저 시계 좀 똑바로 걸어 드려도 될까요?' 하고 여쭸어요. 시계가 수평으로 걸린 걸 보고 나서야 하던 말이 다시 나오더라고요."
냉난방기 설치 업체에서 견적 상담을 하는 서른한 살 남성분은 하루에도 여러 고객 집을 찾아다닙니다. 그날 고객은 웃으며 그러라고 했지만, 그분은 계약서를 들고 나온 뒤에도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합니다. 기운 액자나 삐뚤게 걸린 달력이 눈에 들어오는 날이면 설명하던 말이 자꾸 끊겼습니다.
집에서도 비슷했습니다. 거실 탁자 위 리모컨 두 개는 탁자 모서리와 나란히 놓여 있어야 했습니다. 아내가 무심코 비스듬히 두고 가면 드라마를 보다가도 손이 먼저 뻗어 갔습니다. 아내는 이제 웃고 넘기지만, 그분은 그럴 때마다 자신이 유난스러운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물건이 조금만 어긋나도 마음이 불편하고, 바로잡아야 겨우 가라앉는 일이 일상이나 업무를 끊는다면 정리강박과 관련된 어려움인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정리정돈 강박이나 배열 강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분은 이 불편함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뭐가 무서운 건 아니에요. 그냥 안 맞으면 끝이 안 난 것 같아요."
무서워서가 아니라 안 맞아서
강박증이라고 하면 가스 밸브를 몇 번씩 확인하는 모습이 먼저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이때는 불이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정리강박은 조금 다릅니다. 어긋난 물건을 볼 때 큰일이 날 것 같은 두려움보다, 아직 덜 끝났다는 느낌이 먼저 올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느낌을 '불완전감'이라고 합니다. 무엇이 틀렸는지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딱 맞지 않아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불편함이 몸에 남는 것입니다. 재채기가 나올 듯하다 멈추면 코끝이 계속 간질거려 다른 일에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물건을 맞추고 나면 나올 듯 말 듯하던 재채기가 겨우 터졌을 때처럼 잠깐 시원해집니다.
그분도 기운 것을 바로잡고 나면 잠깐은 개운했습니다. 하지만 그 느낌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맞추면 편해지는 경험이 거듭되면서, 어긋남을 볼 때마다 손이 먼저 나가게 된 것입니다. 예전에는 한눈에 보일 만큼 기운 것만 거슬렸는데, 요즘은 액자 양옆의 여백이 조금만 달라도 눈을 떼기 어렵다고 합니다.
어긋난 물건을 봤을 때 어떤 생각과 느낌이 먼저 드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러다 무슨 일 나면 어쩌지'라는 걱정인지, '이대로는 안 끝났다'는 느낌인지 구분해 보는 것입니다. 뒤의 느낌이 먼저라면 위험을 막으려는 확인보다 불완전감을 달래려는 정리와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일부러 기울여 둔 액자
그분도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강박증에 관한 영상을 보고, 집 거실의 액자를 조금 기울여 둔 채 버티는 연습도 했습니다. 일이 수월했던 날에는 저녁 내내 참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객 집을 여섯 곳 넘게 돈 날에는 소파에 앉자마자 액자가 눈에 들어왔고, 자정 무렵 일어나 똑바로 고쳐 걸고서야 잠들었다고 합니다.
불편한 상태에 머물며 정리 행동을 미루는 연습은 강박 증상을 다루는 행동치료에서도 쓰입니다. 증상이 생활을 크게 흔든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평가를 받고 약물치료나 행동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분에게는 연습만으로 잘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기울어진 액자가 아무 해가 없다는 건 머리로 알았지만, 그렇게 판단하기도 전에 손끝부터 근질거리고 귀 끝이 뜨거워졌습니다.
이처럼 판단보다 먼저 나타나는 반응은 의지로 고른 것이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말자고 다짐해도 몸은 먼저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상담에서는 기운 물건을 볼 때 손끝이 근질거리던 감각에서 시작해, 그 감각과 함께 떠오른 경험과 감정을 살폈습니다. 목표는 같은 어긋남을 봐도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잡지 않은 채 견딜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외가 가는 날 아침의 흰 양말
깊은 최면 상태에서 그분은 기운 시계 앞에서 손끝이 근질거리던 느낌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웬 양말이죠?" 하고 중얼거렸습니다. 눈앞에 흰 양말을 신은 작은 두 발이 보였다고 합니다.
아이의 키가 아빠 허리에도 못 미치던 때, 외가에 가는 일요일 아침입니다. 현관 앞에 선 사내아이 앞에 아빠가 무릎을 꿇고 흰 양말 목을 당겨 올립니다. 왼쪽이 새끼손톱만큼 높다며 오른쪽을 당기고, 이번에는 오른쪽이 높다며 왼쪽을 다시 당깁니다. 스웨터 소매도 한쪽이 손등을 덮자 걷어 올려 양쪽 길이를 맞춥니다.
아이는 얼른 외가에 가서 사촌 형과 놀고 싶어 발가락을 꼼지락거립니다. 아빠가 "가만있어, 아직이야" 하며 무릎을 잡자, 아이는 두 팔을 몸에 붙이고 종아리에 힘을 준 채 서 있습니다. 아빠는 한 걸음 물러나 양쪽을 번갈아 보더니 "그래, 이제 똑같다" 하고 말합니다. 그 말이 떨어지고 나서야 아이는 운동화에 발을 밀어 넣고 현관문으로 달려 나갑니다.
최면 속에서 어른이 된 그분은 무릎을 꿇은 아빠 뒤로 다가갔습니다. 아빠 어깨 너머로 아이와 눈을 맞추고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얼른 가서 형이랑 놀고 싶은데 가만히 서 있으려니 답답하지. 양말은 한쪽이 조금 높아도 이미 다 신은 거야. 아빠가 똑같다고 말하기 전에도 넌 나갈 준비가 다 돼 있었어. 양쪽이 꼭 맞아야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고, 조금 다른 채로도 다음 일을 시작할 수 있어."
그런 다음 그분은 아이가 되어 그 현관 앞에 다시 섰습니다. 양말 목을 당기는 손길도, "가만있어, 아직이야"라는 말도 그날과 같았고, 아이는 그 말대로 가만히 서서 기다렸습니다. 발가락은 여전히 꼼지락거렸지만 종아리는 전처럼 굳지 않았습니다. "똑같다"는 말이 나오기 전부터, 아이 눈에는 높이가 조금 다른 두 발이 이미 나갈 준비가 된 발로 보였다고 합니다.
그날 아침 아이는 양쪽이 똑같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 한 발짝도 떼지 못했습니다. 기운 시계 앞에서 설명을 잇지 못하던 지금의 그분도 같은 방식으로 멈춰 있었습니다. 상담에서는 이 대표 장면에 이어, 양쪽이 맞아야 끝났다고 느끼며 다음 일을 미뤘던 관련 경험들도 최면 중 함께 다뤘습니다. 어긋남이 남아 있어도 이미 하던 일을 끝낼 수 있다는 이해를 되짚으며, 맞추기보다 다음 행동을 선택하는 반응을 살폈습니다.
비닐 덮인 거실에서 쓴 견적서
상담 뒤 찾아간 다른 고객의 집에서는 텔레비전 옆 액자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고 합니다. 귀 끝이 잠깐 달아올랐지만 그분은 도면을 짚어 가며 설명을 끝까지 이어 갔습니다. 계약서를 받고 일어설 때에야 액자 쪽을 한 번 돌아보았다고 합니다.
요즘은 리모델링 중인 집의 견적도 맡습니다. 예전에는 가구가 한쪽으로 몰려 있고 벽지가 반쯤 뜯긴 현장을 보기만 해도 손끝이 근질거려 동료에게 넘겼습니다. 한번은 비닐이 덮인 소파 옆에 쪼그려 앉아 배관 위치를 재고, 현장에서 바로 견적서를 써 내려갔다고 합니다.
집에서도 아내가 비스듬히 두고 간 리모컨을 그대로 둔 채 드라마를 끝까지 보는 날이 늘었다고 합니다.
텔레비전 옆 그 액자는 그분이 현관을 나설 때까지 조금 기운 채였습니다. 달라진 것은 액자가 아니라, 그 앞에서도 말을 끝까지 이어 간 그분의 몸이었습니다.
어긋난 물건 앞에서 무섭다기보다 '아직 마무리가 안 됐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면, 그 불편함을 달래려고 정리하는 행동이 자동적으로 반복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러 그대로 두는 연습을 해도 일상이 자꾸 끊긴다면, 그때 몸에서 먼저 나타나는 반응과 이어진 경험을 함께 다뤄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