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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누우면 심장이 한 번씩 툭 하고 걸려요. 그러면 바로 손목을 짚어요. 맥이 한 번 비는 것 같으면 벌떡 일어나 앉고요. 이러다 자는 사이에 멈추면 우리 아이는 어떡하나, 그 생각밖에 안 나요.”
치과에서 접수 일을 하는 서른여덟 살 여성분의 이야기입니다. 심장이 걸리는 느낌이 오면 명치가 서늘해지고 손끝이 저렸습니다. 불을 켜고 앉아 숨을 고르는 사이 자정을 한참 넘기는 날이 많았다고 합니다.
낮에도 비슷했습니다.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다 머리가 핑 돌면 난간을 붙잡고 멈춰 섰습니다. 뒤에서 오던 사람들이 옆으로 비켜 가는 동안, 이대로 쓰러지면 누가 아이를 데리러 가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아들 수영 강습 날에도 함께 물에 들어가 보라는 권유를 받으면 관람석에서 고개를 저었습니다.
화장대 서랍에는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통장 비밀번호와 보험 서류를 둔 곳, 아이 학원 선생님 전화번호를 적어 둔 종이였습니다. 남편에게는 보여 주지 않았지만 잠들기 전에 한 번씩 꺼내 읽었다고 합니다.
심장 검사도 받았고 머리 사진도 찍었습니다. 결과는 모두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날은 조금 나았지만, 며칠 뒤 다시 심장이 걸리면 ‘검사에서 못 찾은 게 있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뒤따랐습니다. 남편이 “검사에서 괜찮다잖아” 하고 말하면 할 말이 없어 더 외로워졌다고 하셨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런데 몸의 작은 변화가 생길 때마다 ‘이러다 죽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일상을 좁히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두려움 때문에 잠과 일상이 흔들린다면 더 그렇습니다. 머리로는 괜찮다는 것을 아는데, 왜 두근거림 하나에 곧바로 죽을까 봐 무서워질까요?
생각보다 먼저 울리는 경보
뇌에는 위험을 알아차리고 몸에 경보를 보내는 편도체가 있습니다. 위협을 느끼면 심장이 빨리 뛰고 근육이 긴장하는 등 몸도 반응합니다. 이런 반응은 상황을 차분히 따져 보기 전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부엌 천장에 달린 화재감지기를 떠올려 보세요. 감지기는 불이 나서 생긴 연기인지, 생선을 굽다 생긴 연기인지 가리지 않고 울립니다. 감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프라이팬에서 피어오른 연기 한 줄에도 울릴 수 있습니다.
이분이 겪는 두려움도 화재감지기에 빗대어 볼 수 있습니다. 심장이 한 번 걸리거나 머리가 핑 도는 감각을 위험의 신호로 받아들이면 두려움이 먼저 커질 수 있습니다. 놀란 몸은 심장을 더 빨리 뛰게 하고, 빨라진 심장은 다시 ‘역시 이상하다’는 증거처럼 느껴집니다. 그분도 밤마다 손목을 짚을수록 심장에 신경이 쏠리고 두려움이 커졌습니다.
“놀이터에서 아이랑 잠깐 뛰기만 해도 심장이 빨라지잖아요. 그러면 벤치에 앉아서 맥을 세고 있어요. 뛰었으니까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요.”
그분의 말에 스스로 가늠해 볼 단서가 있습니다. 계단을 뛰어 올라간 직후나 커피를 연달아 마신 오후처럼 두근거릴 이유가 분명한 때를 떠올려 보세요. 그럴 때도 ‘혹시 심장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면, 몸의 감각 자체보다 그 감각에 울리는 경보가 예민해져 있을 수 있습니다. 진단은 아니지만 상담에서 무엇을 살펴볼지 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물론 모든 몸의 신호를 경보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이 이어지거나, 숨이 차서 말하기 어렵거나, 한쪽 팔다리에 갑자기 힘이 빠진다면 곧바로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처음 겪거나 점점 심해지는 증상도 병원에서 먼저 확인합니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검사로 몸 상태를 확인한 뒤에도 죽음불안이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괜찮다는 설명이 닿지 않는 까닭
죽음 생각이 들 때마다 다른 데로 신경을 돌려 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휴대전화로 영상을 틀어 놓거나 숫자를 거꾸로 세어 보았습니다. 잠깐은 괜찮았지만, 영상이 끝나고 방이 조용해지면 다시 심장 쪽으로 신경이 쏠렸습니다.
불안이 심할 때 처방받은 약으로 긴장을 가라앉히거나 잠드는 데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검사 결과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진료나, 불안한 생각을 다르게 바라보도록 돕는 상담도 저마다 역할이 있습니다. 그분에게는 그런 도움과 함께 살펴볼 것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심장이 걸리는 순간, 괜찮다는 설명을 떠올리기도 전에 명치가 서늘해지며 몸이 먼저 얼어붙었습니다.
“검사 결과가 괜찮다는 건 알아요. 그런데 심장이 툭 걸리는 순간에는 그게 하나도 생각이 안 나요.”
이분에게는 설명을 들어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상담에서는 그 두려움이 언제부터 익숙해졌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최면상담에서는 설득부터 하지 않습니다. 경보가 울릴 때 몸에 남는 느낌에서 출발해, 그 느낌과 이어진 오래된 감정과 무의식 자동반응을 다룹니다.
국화 냄새가 나던 방
깊은 최면에 들어간 뒤, 그분은 밤에 손목을 짚을 때 느끼던 명치의 서늘함에 집중했습니다. 한참 뒤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국화 냄새가 나요”였습니다.
혼자서는 양말도 신지 못하던 무렵의 여자아이가 장례식장 한쪽 방의 방석 위에 앉아 있습니다. 누가 쥐여 준 요구르트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있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어른들이 드나들고, 벽 쪽 상 위에는 검은 리본을 두른 삼촌 사진이 놓여 있습니다.
일요일마다 아이를 목말 태워 동네를 한 바퀴 돌던 삼촌이었습니다. 아이는 사진만 있고 삼촌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해 엄마 소매를 당기며 “삼촌은?” 하고 묻습니다. 엄마는 붉어진 눈으로 “쉿, 이따가” 하고는 다시 고개를 돌립니다.
방 안의 어른들은 모두 울고 있습니다. 누구도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 주지 않습니다. 아이는 울지도 더 묻지도 못한 채 엄마의 소매를 놓지 못합니다. 삼촌처럼 엄마도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될까 봐 두려웠습니다. 요구르트를 더 세게 쥐고 숨을 작게 쉬며 방문 쪽만 바라봅니다. 명치가 차갑게 굳었습니다.
“삼촌 얼굴은 사진으로밖에 기억이 안 나는데, 이게 왜 떠오르죠?” 그분은 최면 속에서도 의아한 듯 물었습니다.
요구르트를 쥔 작은 손 위로 어른의 손이 겹쳐졌습니다. 서른여덟 살의 그분이었습니다. 그분은 그날 아무도 해 주지 않았던 설명을 아이가 알아들을 만한 말로 들려주었습니다.
“삼촌이 돌아가셨어. 이제 다시 만날 수 없으니까 어른들이 슬퍼서 우는 거야. 엄마는 지금 네 옆에 있고, 너한테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어.”
그 설명을 전한 뒤 그날 오후를 처음부터 다시 경험했습니다. 어른들은 여전히 울었고, 엄마는 이번에도 “쉿, 이따가”라고만 했습니다. 삼촌은 끝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이는 어른들이 왜 우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슬픔은 그대로였지만 명치를 누르던 차가운 느낌이 조금씩 풀렸고, 요구르트를 쥔 손가락에 들어가 있던 힘도 풀렸다고 합니다.
삼촌이 어떤 일로 세상을 떠났는지는 최면 속에서도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날 아이는 익숙한 사람이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된 이유를 모른 채, 엄마마저 사라질까 봐 두려워했습니다. 어른이 되어 몸에 낯선 변화가 생겼을 때 자신도 갑자기 사라지면 아이는 어떡하나 걱정하던 모습에는, 그날의 두려움과 닮은 점이 있었습니다.
최면 중에는 익숙한 사람이 갑자기 보이지 않을까 두려워 몸의 작은 변화를 죽음의 신호처럼 받아들이고, 가족의 안전을 미리 확인하려 했던 다른 관련 경험들도 이어서 다뤘습니다. 어른이 된 자신은 몸의 변화는 필요한 진료로 확인하되, 낯선 감각이 곧 자신이나 가족이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라는 이해로 그때의 두려움을 소화해 나갔습니다.
관람석에서 물속으로
그분은 아들이 수영을 배우는 동안 늘 관람석에 앉아 기다렸습니다. 물속에서 숨이 차면 심장이 빨리 뛸 테고, 그러면 또 무서워질 것 같아서였습니다. 상담을 마친 뒤에는 같은 시간대 성인반에 이름을 올렸다고 합니다.
첫 강습 날, 25미터를 가고 나니 심장이 쿵쿵 뛰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물 밖으로 나와 손목부터 짚었을 겁니다. 그날은 레인 줄을 잡고 숨을 고르며 ‘방금 헤엄쳤으니 뛰는 거지’ 하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호흡이 가라앉자 다시 벽을 차고 나갔고, 옆 레인에서 손을 흔드는 아들도 보였다고 합니다.
그날 밤에도 누워 있는데 심장이 한 번 툭 걸렸습니다. 그때도 손목을 짚지 않고 이불을 끌어 올렸다고 합니다. 이튿날 아침에는 수영 가방을 챙기며 다음 강습 시간을 휴대전화 달력에 적어 넣었습니다.
오늘 밤에도 누운 채 손목을 짚고 계신가요? 두근거림 하나에 하루가 멈추고 하고 싶은 일을 자꾸 미루게 된다면, 필요한 의학적 확인과 함께, 그 감각을 받아들이는 두려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경보와 함께 남아 있는 오래된 두려움, 몸이 먼저 얼어붙는 무의식 자동반응을 다룰 때 작은 신호 하나에 잠을 설치던 밤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