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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일주일 뒤에 문자로 온대요. 그런데 오늘이 겨우 이틀째예요. 휴대전화가 한 번 울릴 때마다 명치가 쿡 조여서, 점심은 숟가락만 들었다 놨어요.”
구립도서관에서 일하는 마흔아홉 살 여성분이 상담을 신청하며 한 말입니다. 회사 건강검진에서 위내시경을 받던 중 작은 용종이 보여 조직검사를 했습니다. 의사는 흔히 떼어 보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부터 목덜미가 뻣뻣해졌고, 새벽 세 시쯤 눈이 떠지면 다시 잠들지 못했습니다.
낮에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반납된 책의 바코드를 두 번 찍어 동료가 바로잡아 준 적도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에 펼친 소설은 같은 쪽을 몇 번씩 읽었습니다. 휴대전화가 울리면 결과 문자인가 싶어 목을 쭉 빼고 화면을 들여다봤지만, 대개 택배 알림이었습니다.
이번만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몇 해 전 갑상선 초음파에서 경과를 지켜보자는 말을 들었을 때도, 해마다 건강검진 결과 우편을 기다릴 때도 비슷했습니다. 결과는 대부분 괜찮았지만 다음 검진이 다가오면 불안이 다시 시작됐다고 합니다.
“결과가 나오면 끝날 일이라는 거 저도 알아요. 근데 그 며칠을 도저히 못 견디겠어요.”
결과를 기다리며 긴장하는 일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며칠씩 잠과 식사, 일까지 흔들린다면 그 불안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재검이나 추가 진료를 권유받았다면 예정된 진료는 그대로 받아야 합니다. 그분에게 가장 괴로운 순간은 결과를 받아 드는 때보다, 그 전까지의 하루하루였습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아직 결과를 듣지 않았는데도 나쁜 일이 생길까 봐 미리 불안해지는 것을 ‘예기불안’이라고 합니다. 그분은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최악의 경우를 거듭 떠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몸이 굳고 눈앞의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무서운 영화를 볼 때를 떠올려 보세요. 화면에는 아직 아무 일이 없는데 낮은 음악만 들려도 어깨가 움츠러듭니다. 그분도 검사 결과를 알기 전부터 알림 소리가 들리면 몸이 굳었습니다.
불안이 언제 심해지는지 지난 검진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결과가 괜찮았던 해에도 기다리는 며칠이 힘들었나요? 그랬다면 검사 결과에 대한 걱정과 함께, 기다리는 동안의 긴장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별일 없을 거야’로는 버텨지지 않던 일주일
그분도 일주일을 견디려고 퇴근 뒤 일부러 약속을 잡았습니다. 남편은 저녁마다 “별일 없을 거야” 하며 등을 두드려 주었습니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는 잠깐 잊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휴대전화를 식탁에 내려놓으면 명치가 다시 조여 왔습니다.
바쁘게 지내거나 가족의 위로를 듣는 일은 기다리는 시간을 덜 괴롭게 해 줄 수 있습니다. 잠 못 드는 날이 이어지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분에게는 괜찮으리라고 생각해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 몸의 긴장이 남아 있었습니다.
알림이 울리면 내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목과 명치가 굳었습니다. 걱정하지 말자고 다짐할 틈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한 것입니다. 최면상담에서는 그 순간의 느낌에서 출발해, 비슷한 긴장을 느꼈던 오래전 경험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문이 열릴 때마다 올려다본 엄마 얼굴
최면이 깊어지고 명치가 조이는 느낌에 집중하자, 그분의 고개가 알림을 기다릴 때처럼 앞으로 나왔습니다. 그때 소독약 냄새와 줄지어 앉은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소독약 냄새가 나요.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있어요.”
병원 대기실의 긴 의자에 엄마 무릎에 앉은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운동화 찍찍이는 그날 아침 엄마가 붙여 주었습니다. 옆자리 할머니는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고 앉아 있습니다. 조금 전 아빠가 간호사를 따라 복도 안쪽 검사실로 들어갔습니다.
아침까지 말을 건네던 엄마는 입을 꾹 다문 채 복도 끝 문만 바라봅니다. 할머니도 가방 끈만 쥐었다 놓습니다. 아이는 두 사람이 왜 조용한지 모릅니다. 그저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합니다.
문이 열릴 때마다 엄마의 몸이 앞으로 쏠립니다. 아이도 등을 곧추세우고 고개를 빼 엄마 얼굴을 올려다봅니다. 간호사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문이 닫히면 엄마는 다시 등을 붙이지만, 표정은 굳어 있습니다. 아이는 흔들던 발을 멈추고 숨을 참은 채 다음에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립니다.
어른이 된 그분은 대기실 긴 의자 앞으로 다가가 허리를 낮췄습니다. 엄마 무릎 위에서 등을 꼿꼿이 세운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가 문 쪽을 볼 때마다 조용히 말을 건넸습니다.
“문이 열릴 때마다 엄마 얼굴부터 살피느라 숨까지 참고 있었구나. 엄마랑 할머니가 아무 말 안 하는 건, 아빠 일로 속이 타서 그래. 지금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고,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어. 무슨 소식이든 엄마랑 할머니가 먼저 듣고, 네가 알아야 할 건 알려 줄 거야.”
아빠가 간호사를 따라 검사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다시 보였습니다. 엄마와 할머니는 그때처럼 말이 없었고, 문이 열릴 때마다 엄마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습니다. 아이도 엄마 얼굴을 살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문이 열려도 숨을 참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름이 불리고 문이 닫히자 곧추세웠던 등에서도 힘이 빠졌다고 합니다.
최면을 마칠 무렵, 앞으로 나와 있던 그분의 고개는 소파 등받이에 기대어 있었다고 합니다.
대기실에서는 문이 열릴 때마다 엄마 얼굴을 살피며 숨을 참았습니다. 지금도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 알림이 울리면 고개가 앞으로 나오고 명치가 조여 왔습니다. 상담에서는 결과를 듣기 전부터 몸을 굳히며 기다리는 이 반응을 함께 살폈습니다.
최면에서는 이 대기실 장면뿐 아니라, 결과가 정해지기 전부터 나쁜 소식을 예상하며 몸을 굳혔던 다른 관련 경험들도 이어서 살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시간에는 숨을 참고 주변 표정부터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해로, 그때의 긴장을 차근차근 정리해 나갔습니다.
결과 문자를 기다리며 끝까지 읽은 그림책
처음 걱정하던 위 조직검사 결과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 뒤 대장내시경을 받았고 떼어 낸 용종의 조직검사 결과는 닷새 뒤 목요일에 문자로 오기로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닷새였습니다.
화요일 오후에는 도서관 어린이실에서 그림책을 읽어 줄 차례였습니다. 전에는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주면 동료에게 순서를 바꿔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번에는 아이들 열두 명 앞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짧게 울리자 목이 한 번 움찔했습니다. 그래도 손을 넣지 않고 다음 장을 넘겨, 아이들이 기다리던 마지막 장면까지 읽어 주었다고 합니다.
그날 저녁에는 남편과 마주 앉아 밥 한 공기를 다 비웠다고 합니다. 목요일 오전 결과 문자가 왔을 때는 반납된 책을 수레에 다 싣고 나서 문자를 열었습니다.
지금도 휴대전화를 손 닿는 곳에 두고 결과 문자를 기다리는 분이 계실지 모릅니다. 알림 소리에 명치가 조여 오고 하루가 멈추는 듯하다면, 기다리는 동안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그 반응과 닮은 오래전 경험을 함께 다루며 결과를 기다리는 일상을 다시 이어 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