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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그 소리가 들리면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춰요. 심장이 먼저 뛰고, 그다음에 화가 확 올라와요. 어제는 밤 열 시 넘어서 또 뛰길래 인터폰을 들었다가 그냥 내려놨어요. 손이 떨려서 말이 제대로 안 나올 것 같더라고요.”
집에서 회계 일을 하는 마흔한 살 남성분이 상담을 신청하며 하신 말씀입니다. 일 년 전 윗집에 어린아이 둘을 둔 가족이 이사 온 뒤로 저녁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소파에 앉아 있다가도 천장에서 쿵 소리가 나면 명치가 철렁 내려앉았고, 곧 귀 뒤가 뜨거워지며 주먹이 저절로 쥐어졌습니다.
텔레비전을 켜 두어도 내용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귀는 계속 천장에 가 있었고, 다음 쿵 소리가 언제 날지 기다리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잠들 시간이 지나 조용해진 뒤에도 가슴이 한동안 두근거려 쉽게 잠들지 못했다고 합니다.
주변에서는 아파트에 살면 누구나 겪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분도 처음에는 그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집에 사는 아내는 발소리가 들려도 하던 이야기를 이어 갔고, 몸이 굳는 사람은 그분 혼자였습니다.
같은 발소리인데 왜 그분의 몸은 먼저 움츠러들었을까요? 소리가 멎은 뒤에도 화가 오래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리는 작은데 몸은 크게 반응한다면
실제로 소음이 크고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다면 이웃과 이야기하거나 관리사무소를 통해 조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소리에 비해 몸의 반응이 크고 오래가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윗집 가족이 명절에 집을 비운 사흘 동안에도, 그분은 저녁마다 천장을 올려다봤다고 합니다. 소리가 없는 날에도 다음 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조용한 시간까지 긴장이 이어진다면 소음뿐 아니라 몸의 반응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인종 소리에 먼저 짖는 강아지처럼
깜짝 놀랄 때 몸이 생각보다 먼저 움직이는 경험은 낯설지 않습니다. 위험 신호에 빠르게 반응하는 데 관여하는 편도체는 소리의 정체를 차분히 가려 내기 전에 작동할 수 있습니다. 소리와 불편한 경험이 반복해서 겹치면, 비슷한 소리에 몸이 긴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인종이 울리자 누가 왔는지 보기도 전에 현관으로 달려가 짖는 강아지를 떠올려 보세요. 그분도 발소리가 들리는 순간, 소리의 크기를 가늠하기 전에 심장이 먼저 뛰었습니다.
그분은 귀마개를 끼고 자 보기도 했고, 저녁마다 백색소음을 틀어 두기도 했습니다. 들리는 소리가 줄어드니 도움이 되는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귀마개 너머로 희미하게 울리는 진동에도 명치는 똑같이 철렁했습니다. 이사를 알아보다가 새집에도 윗집은 있다는 생각에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괜찮다고 되뇌기 전에 주먹이 먼저
“아이들이 뛰는 거라는 건 알아요. 별일 아니라고 몇 번을 되뇌어요. 그런데 그 말을 떠올리기도 전에 벌써 주먹을 쥐고 있어요.”
머리로는 아이들이 뛰는 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이미 긴장해 있었습니다. 마음을 다잡아도 주먹의 힘이 금세 풀리지 않았지요. 최면상담에서는 이렇게 생각보다 앞서 일어나는 반응과 그때 함께 올라오는 감정을 살펴봅니다. 지금의 몸 감각에서 출발해 떠오르는 경험을 따라가 보기도 합니다.
그분과도 발소리가 들릴 때 명치가 내려앉고 주먹이 쥐어지는 느낌에 머물렀습니다. 긴장과 함께 치미는 화가 몸의 어디에서 어떻게 느껴지는지도 천천히 살폈습니다.
딸깍, 안방 문고리가 돌아가던 오후
주먹에 들어간 힘을 느끼며 깊은 최면에 들어가 있던 그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문고리 소리가 나요. 딸깍 하고요.” 떠오른 것은 발소리가 아니라 안방 문이 열리려는 소리였습니다.
아직 말을 몇 마디씩 이어 붙이던 무렵의 남자아이가 거실 바닥에 앉아 있습니다. 손에는 누르면 삑삑 소리가 나는 장난감 망치가 들려 있습니다. 아이는 방석과 냄비 뚜껑을 번갈아 두드리며 깔깔 웃습니다. 전날 어른은 그 소리를 듣고 같이 웃어 주었습니다.
그때 안방 문고리가 딸깍 돌아갑니다. 문이 열리고 어른이 얼굴을 찌푸린 채 나와 소리칩니다. “시끄럽다고 몇 번을 말해!” 어른은 아이 손에서 망치를 빼앗아 장롱 위에 올려놓고 다시 방으로 들어갑니다.
아이는 굳은 채 빈손을 꼭 쥡니다. 가슴이 쿵쿵 뛰고 목구멍까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릅니다. 어제는 함께 웃던 어른이 오늘은 소리를 지르니, 언제 다시 혼날지 알 수 없습니다. 그 뒤로 놀다가도 안방 쪽에서 작은 소리가 나면 손을 멈추고 문고리를 쳐다봤습니다.
그분은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장난감 망치 하나로 혼난 게 지금 윗집 발소리랑 무슨 상관이 있어요?”
그분은 최면 속에서 망치를 빼앗긴 어린 자신 곁으로 갔습니다. 아이가 어른의 화를 자기 탓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그날은 듣지 못했던 말을 전했습니다.
“망치 두드리며 논 건 나쁜 일이 아니었어. 어른이 화를 낸 건 어른 사정이었지, 네가 나쁜 아이라서가 아니야. 억울했지. 그 마음은 틀린 게 아니야.”
그 말을 떠올리며 같은 오후를 다시 겪었습니다. 문고리는 똑같이 딸깍 돌아갔고, 어른은 소리치며 망치를 빼앗아 갔습니다. 아이의 가슴은 이번에도 쿵 내려앉았습니다. 억울함은 남았지만 자신이 나빠서 혼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목구멍의 뜨거운 느낌이 가라앉고, 꼭 쥐었던 빈손이 풀렸다고 합니다.
문고리에서 작은 소리가 나면 아이는 곧 큰소리를 들을까 봐 손을 멈추고 지켜봤습니다. 지금도 천장에서 쿵 소리가 나면 몸이 먼저 움츠러들고, 그 뒤로 화가 밀려왔습니다. 상담에서는 그 반응과 함께 떠오른 당시의 억울함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망치 장면 뒤에는 작은 소리 다음에 또 큰 꾸중이 올까 경계하며 억울함과 화를 눌렀던 관련 경험들도 이어서 살폈습니다. 다른 사람의 반응을 미리 감시하며 주먹을 쥐고 버틸 필요는 없다는 이해로, 그 감정들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천장 대신 책장을 넘긴 저녁
상담 뒤에도 윗집 아이들은 여전히 뛰었다고 합니다. 어느 저녁 소설책을 읽는데 천장에서 쿵쿵 소리가 났습니다. 명치는 한 번 움찔했지만 주먹은 쥐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천장을 올려다보는 대신 읽던 쪽을 마저 넘겼습니다.
며칠 뒤 엘리베이터에서 윗집 아이 엄마와 마주쳤을 때는 먼저 인사를 건넸다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 층수 버튼만 쳐다봤겠지만, 그날은 밤 열 시가 넘으면 조금만 신경 써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인터폰 앞에서는 떨려서 꺼내지 못했던 말을 차분히 전한 것입니다.
윗집의 소음은 그대로였지만, 그분은 소리를 듣고도 곧바로 주먹을 쥐거나 말을 삼키지는 않았습니다. 이웃에게 부탁해야 할 일도 차분히 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 밤에도 쿵 소리가 나기 전부터 귀가 천장으로 향하나요? 소리가 멎은 뒤에도 가슴이 오래 뛰고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면, 소리와 함께 일어나는 몸의 반응과 감정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실제 소음에 관해 이웃과 조율하는 일과 별개로, 자신에게 반복되는 긴장을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