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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때는 서브를 백 개 넣어도 멀쩡해요. 그런데 리그전에서 제 차례만 오면 공을 올리는 손바닥이 떨리고, 라켓을 쥔 손목이 딱 멈춰요. 어제는 서브 두 개를 연달아 네트에 걸고 파트너한테 미안하다는 말만 했어요.”
구청 탁구 동호회에서 7년째 운동해 온 마흔세 살 여성분의 이야기입니다. 평일 저녁 연습장에서는 서브가 가장 자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 대회 복식 경기에서 결정적인 서브를 놓친 뒤로, 점수가 매겨지는 경기만 시작되면 손이 굳었다고 합니다.
서브를 넣기 직전이면 엄지와 검지 끝이 뻣뻣해지고, 공을 띄우는 순간 손목이 한 박자 늦게 따라왔습니다. 공은 네트에 걸리거나 테이블 밖으로 나갔습니다. 요즘은 리그전이 있는 토요일 아침마다 속이 더부룩해 밥을 거르고, 복식에서는 첫 서브를 슬쩍 파트너에게 미룬다고 하셨습니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입스라고 부릅니다. 연습 때는 잘되는데 시합에서 동작이 끊기니, 주변에서는 마음이 약해졌다거나 실력이 녹슬었다고 쉽게 말합니다. 그분은 왜 시합에서만 손이 굳었을까요? 다시 첫 서브를 넣기까지 무엇을 다뤘는지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자세를 고칠수록 더 굳은 손
그분은 코치에게 서브 자세를 처음부터 다시 봐 달라고 했습니다. 토스 높이와 팔꿈치 각도를 하나씩 고쳤고, 연습장에서는 전보다 반듯한 서브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리그전에서는 오히려 더 굳었습니다. 공을 올리는 짧은 순간에 코치가 짚어 준 팔꿈치 각도와 손목 방향이 차례로 머릿속을 지나갔다고 합니다.
혼자 칠 때, 누군가 지켜볼 때, 점수가 걸린 시합 때를 나눠 보면 어디에서 동작이 흔들리는지 가늠하기 쉽습니다. 혼자 연습할 때도 자주 흔들린다면 기술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지켜보는 사람이 있거나 점수가 걸릴 때만 동작이 끊긴다면, 그 순간의 긴장과 몸의 반응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계단 한 칸마다 발끝을 확인하기 시작하면
오래 연습해 익숙해진 동작은 매 순간 순서를 생각하지 않아도 이어집니다. 젓가락질이나 신발 끈 묶기를 할 때 손가락을 어떻게 움직일지 일일이 따지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7년 동안 넣어 온 서브도 평소에는 손목을 어떻게 돌릴지 생각하기 전에 공이 넘어갔습니다.
계단을 내려갈 때 발끝이 어디에 닿는지 매번 확인하지는 않습니다. 한 칸마다 발을 어떻게 딛는지 살피면 걸음이 오히려 어색해질 수 있지요. 그분도 시합에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손목과 손가락을 하나씩 확인했고, 그사이 서브의 흐름이 끊겼습니다.
“서브 넣을 때 손가락은 쳐다보지 말자고 몇 번이나 다짐해요. 그런데 공을 올리려고 하면 벌써 엄지를 보고 있어요.”
자세를 다듬고 연습하는 일은 기술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분에게는 코치가 짚어 준 자세가 시합 때마다 확인해야 할 항목이 되었습니다. 손가락을 보지 말자고 다짐할수록 공을 올리는 순간 엄지에 눈이 갔습니다.
상담에서는 그 점검을 억지로 멈추려 하기보다, 공을 올리기 직전 뻣뻣해지는 엄지 끝의 느낌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 느낌을 따라가던 중 탁구장과는 전혀 다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의 감정과 손끝의 긴장을 함께 살폈습니다.
곰이 그려진 그림책
최면이 깊어져 몸의 힘이 거의 빠진 뒤에도 엄지 끝만은 뻣뻣했습니다. 그 느낌에 머물러 있던 그분이 조금 뒤 뜻밖의 말을 꺼냈습니다. “책이에요. 곰이 그려진 두꺼운 그림책이요.” 그분이 떠올린 곳은 라켓도 공도 없는 거실이었습니다.
글자는 못 읽고 그림만 보던 무렵의 여자아이가 거실 바닥에 앉아 그림책을 넘기고 있습니다. 두 장이 한꺼번에 넘어가자 옆에 있던 어머니가 아이 손을 잡습니다. “천천히. 한 장씩, 제대로.” 어머니는 아이 엄지를 책장 모서리에 다시 대 주고 한 장을 같이 넘깁니다.
그림책만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과자 그릇을 쟁반에 내려놓을 때도, 컵을 식탁에 올릴 때도 “살살, 제대로”라는 말이 따라왔습니다. 아이는 다음 장을 넘기기 전에 엄지부터 살폈습니다. 곰 그림보다 손끝을 보는 시간이 길어졌고, 또 틀릴까 봐 책장을 잡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그분은 최면 속에서 책 맞은편에 엎드려 어린 자신과 함께 곰 그림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두 장이 같이 넘어가도 책은 괜찮고, 다시 한 장을 넘기면 된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네 손은 벌써 책장 넘기는 법을 알아. 손가락 말고 곰을 봐도 돼.”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같은 오후를 다시 겪을 때도 두 장이 한꺼번에 넘어갔고, 어머니는 똑같이 손을 잡으며 “천천히. 한 장씩, 제대로.”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이번에도 어머니와 함께 한 장씩 넘겼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또 틀릴까 하는 조마조마함이 올라오지 않았고, 책장을 쥔 손가락의 힘도 조금씩 풀렸습니다. 곰 그림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장면을 다시 겪는 동안, 의자 팔걸이 위에 붙어 있던 그분의 엄지와 검지 사이도 천천히 벌어졌습니다.
책장을 넘기던 아이와 시합에서 서브를 넣는 그분에게는 닮은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 지켜보는 앞에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손끝부터 살폈다는 점입니다. 상담에서는 시합 때 손을 확인하고 굳히는 반응을 그 그림책 장면과 함께 살펴봤습니다.
그림책 장면 뒤에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손끝과 동작을 하나씩 확인했던 관련 경험들도 이어서 살폈습니다. 손이 익힌 동작을 계속 감시하지 않아도 되고 실수한 뒤에는 다음 동작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이해로, 긴장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파트너에게 미루지 않은 첫 서브
상담 뒤 첫 리그전이 있던 토요일, 그분은 김밥 한 줄을 다 먹고 집을 나섰다고 합니다. 복식 첫 서브도 파트너에게 넘기지 않았습니다. 공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엄지 대신 상대의 라켓을 한 번 본 뒤, 그대로 띄워 서브를 넣었다고 하셨습니다.
세 번째 서브는 네트에 걸렸다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 거기서부터 손이 더 굳었을 텐데, 그분은 공을 다시 받아 들고 다음 서브를 이어서 넣었습니다. 그날 저녁에는 반년 넘게 미뤄 둔 구 대회 개인전 참가 신청서에 이름을 적어 냈다고 하셨습니다.
시합을 앞두고 연습장에 나가 자세부터 다시 고쳐 볼 생각을 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연습 때는 잘되는데 시합에서만 동작이 끊긴다면, 서브 직전 손과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엄지를 확인하며 손을 굳히던 순간과, 그때 떠오른 어린 시절의 긴장을 함께 다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