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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볼 잡는 것까지는 괜찮아요. 그런데 1루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공을 쥔 손가락이 굳어요. 1루수가 바로 저기 서 있는데, 그 짧은 거리가 제일 무서워요."
대학 야구부에서 3루를 맡고 있는 스물세 살 선수의 말입니다. 올봄 연습 경기 9회, 그는 평범한 땅볼을 잡아 1루로 던졌습니다. 공은 1루수 키를 훌쩍 넘어 더그아웃 앞 그물에 꽂혔고, 그 실책으로 경기를 내줬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감독과 동료들이 그 송구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그는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그다음 경기부터 1루를 보면 손목이 뻣뻣해졌습니다. 공이 손에서 언제 빠질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어떤 공은 1루수 발 앞에 박혔고, 어떤 공은 또 머리 위로 날아갔습니다. 결국 그는 수비에서 빼 달라고 먼저 말했고, 감독은 그를 지명타자로 돌렸습니다. 그 뒤로도 수비 훈련이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명치가 답답했습니다.
야구 입스는 잘하던 송구나 제구가 갑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상태를 흔히 이르는 말입니다. 이 선수에게는 왜 가까운 1루 송구가 특히 어려웠을까요? 그물망 앞에서는 정확했던 공이 경기에서 흔들린 이유를 따라가 봅니다.
몸에 맡겨 두던 동작을 손으로 붙들 때
그는 외야로 멀리 던질 때보다 가까운 1루로 가볍게 던질 때 손이 더 굳었습니다. 익숙한 송구는 보통 발을 딛고 팔을 휘두르는 순서를 일일이 생각하지 않아도 이어집니다. 자전거를 타거나 젓가락질할 때처럼 반복해서 익힌 동작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번 크게 빗나간 뒤에는 공을 놓는 순간까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집니다. '이번에는 절대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할수록 손목 각도와 손가락 힘에 주의를 쏟게 됩니다. 이렇게 동작 하나하나를 의식하면 평소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송구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외야 쪽으로 멀리 던지는 캐치볼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살살 던져야 하는 공만 엉망이에요."
멀리 힘껏 던질 때는 팔이 자연스럽게 나가지만, 가까운 1루로 정확히 보내려면 힘을 줄여야 합니다. 이 선수에게는 바로 그 사이에 손가락과 손목을 살피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긴 송구는 괜찮고 짧은 송구만 흔들린다면 신체 상태와 송구 동작을 확인하면서, 공을 놓기 직전 어떤 생각과 긴장이 올라오는지도 살펴볼 만합니다.
그물망 앞에서는 정확했던 공
그는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 봤습니다. 훈련이 끝나면 혼자 남아 그물망에 공을 수백 개씩 던졌습니다. 팔 각도를 찍은 영상을 코치와 함께 돌려 보며 폼도 조금씩 고쳤습니다. 그물망 앞에서는 공이 정확히 날아갔습니다.
반복 연습은 송구 감각을 지키는 데 필요하고, 영상은 동작을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그물망 앞에서는 공 하나가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부담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1루수가 글러브를 내밀고 타자가 달려오는 순간에는 '또 빠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끼어들었습니다. 연습장에서 잘 던진다는 사실만으로 경기의 긴장까지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던져." 코치와 동료들이 가장 많이 해 준 말이라고 합니다. 그는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였지만,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일도 결국 손에 신경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일부러 손가락을 굳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1루를 보는 순간 이미 손끝이 차가워지고 뻣뻣해졌습니다. 최면상담에서는 이때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며, 비슷한 긴장이 들었던 경험이 떠오르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송구 폼 자체를 고치려는 과정과는 다른 접근입니다.
서랍 손잡이를 쥔 작은 손
그가 말한 감각은 오른손 검지와 중지 끝이 차가워지고 뻣뻣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최면 속에서 그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던 중, 공이나 글러브와는 무관한 서랍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옷장 서랍이에요. 제가 방금 쾅 닫았어요."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 옷장 서랍 손잡이가 아이 코앞에 있던 무렵입니다. 아이는 양말 몇 켤레를 서랍에 넣고 두 손으로 힘껏 밀어 닫습니다. 쾅 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리고, 거실에 있던 아버지가 방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방금 그 소리 뭐야. 서랍을 왜 그렇게 닫아?" 아이가 대답하지 못하자, 아버지는 서랍을 다시 열었다가 살살 닫아 보라고 합니다. 아이가 천천히 닫자 아까는 왜 그랬느냐고 또 묻습니다. 같은 질문이 한참 이어지는 동안 아이는 손잡이를 꽉 쥔 채 서 있습니다.
그 뒤 아이는 서랍 앞에서 손을 바로 뻗지 않았습니다. 손잡이를 잡기 전 손가락에 힘을 얼마나 줄지, 어느 쪽으로 밀어야 소리가 나지 않을지를 살폈습니다. 서랍이 끝까지 닫히지 않아 틈이 남아도 다시 세게 밀지는 않았습니다.
추궁은 그대로였지만
그는 손잡이를 쥔 어린 자신의 손등 위에 자기 손을 가만히 얹었습니다. 그리고 짧게 말해 주었습니다. "같은 질문을 계속 들으니 네 손이 잘못한 것처럼 느껴졌구나. 양말을 넣고 두 손으로 힘껏 밀어서 소리가 크게 났을 뿐이야. 아빠가 자꾸 물어도, 네 손은 서랍을 잘 닫을 줄 알아."
그 말을 건넨 뒤 그는 같은 장면을 처음부터 다시 겪었습니다. 서랍은 이번에도 쾅 소리를 냈고, 아버지는 똑같이 들어와 같은 질문을 되풀이했습니다. 아이도 전처럼 대답하지 못한 채 서랍을 살살 다시 닫았습니다.
이번에는 소리가 크게 난 일과 자기 손이 잘못됐다는 판단을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질문은 계속됐지만 손마디가 하얘지도록 손잡이를 쥐거나 숨을 참지 않았습니다. 그는 상담 중 오른손 손끝에 온기가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최면에서 깨어난 뒤 그는 "서랍 닫은 게 송구랑 무슨 상관이에요?" 하고 물었습니다.
서랍을 닫는 일과 야구는 다릅니다. 다만 이 선수는 작은 손동작 하나를 오래 추궁받은 뒤 손을 쓰기 전 힘과 방향을 살피게 된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악송구 이후에도 가까운 1루 송구에서 손을 세밀하게 감시했습니다. 상담에서는 어린 시절의 서랍이 입스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보다, 두 장면에서 되풀이된 '잘못하면 안 된다'는 긴장과 손을 조이는 반응을 다루었습니다.
서랍 장면을 다룬 뒤에는 작은 손동작을 잘못하면 오래 추궁받을 것처럼 긴장했던 관련 경험들도 이어서 살폈습니다. 손의 힘과 방향을 계속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해로, 남아 있던 긴장을 차근차근 정리해 나갔습니다.
다시 3루에 선 날
상담을 마친 뒤 그는 감독을 찾아가 3루 수비를 다시 맡겨 달라고 말했습니다. 수비에서 빼 달라고 먼저 말하던 그가 이번에는 반대로 말한 것입니다. 감독은 다음 주 연습 경기에 그를 3루수로 내보냈습니다.
2회에 첫 땅볼이 왔습니다. 그는 공을 잡자마자 1루로 몸을 돌려 그대로 던졌고, 공은 1루수 가슴 높이로 들어갔습니다. 5회에 앞으로 뛰어나와 잡은 느린 땅볼은 조금 높게 떴지만, 1루수가 팔을 뻗어 받아 냈습니다. 그다음 타구에서도 그는 공을 쥔 손을 내려다보지 않고 던졌다고 합니다.
요즘은 수비 훈련이 있는 날 아침에도 명치가 답답하지 않다고 합니다. 훈련이 끝나면 그물망 대신 후배와 마주 서서, 가까운 거리에서 공을 주고받습니다.
한 번의 악송구 뒤 손가락이 먼저 굳는다면 연습량뿐 아니라 경기 순간의 부담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선수에게는 1루를 보는 순간 손을 감시하는 반응이 올라왔고, 그 반응을 다룬 뒤 다시 수비에 나섰습니다. 비슷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원인과 도움이 되는 방법은 선수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