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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수업 날 아침에 교사 화장실만 세 번 다녀왔어요. 교실 뒤편에 학부모님들이 한 분씩 와서 서는데, 발소리가 날 때마다 아랫배가 안쪽으로 비틀리는 것 같았어요. 칠판에 판서를 하면서도 쉬는 시간까지 몇 분 남았는지만 세고 있었고요. 그래도 아이들이나 학부모님들 앞에서 떨리는 티는 한 번도 안 냈어요.”
서른두 살 초등학교 교사가 첫 상담에서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가방 앞주머니에는 늘 지사제를 넣어 두고, 수업 중에는 교탁 뒤에서 손바닥으로 아랫배를 누르곤 했습니다. 공개수업이나 학부모 상담 주간, 연수 발표처럼 날짜가 정해진 일이 잡히면 전날 저녁부터 속이 싸르르해졌습니다. 그날 아침에는 아예 굶고 출근했다고 합니다.
대학병원에서 대장내시경까지 받았지만 염증도 혹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의사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처방약을 먹으면 배가 한결 가라앉았지만, 공개수업 전날 밤에는 약을 챙겨 먹어도 다시 뒤틀렸다고 합니다.
먼저 확인할 증상도 있습니다. 변에 피가 섞이거나 이유 없이 체중이 줄 때, 자다가 복통으로 깨거나 열이 함께 날 때는 장을 먼저 검사해야 합니다. 빈혈이 있거나 중년 이후 처음 증상이 시작됐거나 가족 중 대장암을 앓은 분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글은 검사를 마친 뒤에도 복통이 되풀이된 그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같은 음식인데 아픈 날이 따로 있다면
그분은 처음에 음식을 의심했습니다. 우유를 끊고 밀가루를 줄였으며 매운 음식도 피했습니다. 그러자 평소의 더부룩함은 분명히 줄었습니다.
하지만 방학에는 라면을 먹어도 괜찮았고, 학기 중에는 흰죽만 먹은 날에도 발표를 앞두면 배가 아팠습니다. 음식만으로는 증상이 달라지는 날을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배가 아팠던 날, 먹은 음식뿐 아니라 그날 앞둔 일도 떠올려 보세요. 메뉴가 달라도 긴장되는 일정이 잡힐 때마다 아팠다면, 음식 외에 그 일정과 관련된 긴장도 살펴볼 단서가 됩니다. 이것만으로 원인을 진단할 수는 없지만 상담이나 진료에서 증상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긴장하면 가장 먼저 연락받는 곳
긴장하면 뇌와 장 사이에 오가는 신호가 달라지고, 장의 움직임이나 통증을 느끼는 정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분처럼 중요한 날을 앞두고 배가 아프다면 긴장이 증상에 영향을 주는지도 살펴볼 만합니다.
학교에는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순서대로 연락하는 비상 연락망이 있습니다. 그분의 몸에서는 긴장할 때마다 복통이 유독 먼저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공개수업과 복통이 여러 번 겹치자, 수업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배가 불편했습니다. 그분은 공개수업 전날 저녁이면 속이 싸르르했다고 합니다.
배에 힘을 빼자고 다짐해도
약을 먹으면 그분의 복통은 한결 가라앉았고, 음식을 조절한 뒤에는 평소 더부룩함도 줄었습니다. 두 가지 모두 도움이 됐지만 공개수업 날짜가 잡힌 뒤부터 아파 오는 배는 여전히 걱정거리였습니다.
“괜찮다, 별일 아니다 하고 속으로 말하면서 배에 힘을 빼 보려고 해요. 그런데 교실 뒤에서 학부모님들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면, 그 생각보다 배가 먼저 움츠러들어요.”
교실 뒤에서 학부모들이 속삭이면 마음을 가라앉히려 해도 배가 먼저 움츠러든다고 했습니다. 최면상담에서는 그때의 몸 느낌과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며, 그분에게 떠오른 오래전 경험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부엌 문턱에서 삼킨 한마디
최면이 깊어진 뒤 그분은 아랫배가 안쪽으로 말려 드는 느낌에 주의를 두었습니다. 잠시 뒤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부엌이에요. 찌개 냄비에서 김이 나고 있어요.”
말을 막 배우던 무렵의 여자아이가 부엌 문턱에 서 있습니다. 부엌 안에서는 엄마와 아빠가 언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맨발 아래 장판은 따뜻한데 문턱 너머 부엌 바닥은 차갑습니다.
아이는 문턱을 넘어 한 발을 들여놓고 “엄마, 나 속상해” 하고 말합니다. 엄마는 돌아보지도 않고 “조용히 있어, 들어가 있어”라고 합니다. 아이는 더 말하지 못한 채 두 손으로 배를 꽉 움켜쥡니다. 그러고는 작은방으로 물러나 이불 더미 옆에 쪼그려 앉습니다.
“공개수업이랑 부엌이 무슨 상관이에요?” 그분도 처음에는 되물었습니다. 다툼의 내용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기억에 남은 것은 말을 꺼냈다가 멈춘 순간과 배를 움켜쥔 두 손이었습니다.
최면 속에서 어른이 된 그분은 작은방으로 물러난 아이를 따라가 이불 더미 옆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속상한 거 맞아. 조용히 하라고 한 건 네 마음이 틀려서가 아니야. 어른들이 자기들 다툼에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거야. 속상한 마음을 참느라 배에 힘을 꽉 주지 않아도 돼.”
그 말을 들은 뒤 같은 저녁을 다시 겪었습니다. 엄마는 이번에도 “조용히 있어”라고 했습니다. 아이 역시 말을 멈추고 작은방으로 물러났지만, 배를 움켜쥔 손에는 전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참았던 숨이 배까지 내려갔다고 합니다. 상담 의자에 앉은 그분의 손바닥도 늘 누르던 아랫배에서 떨어졌습니다.
부엌에서 아이는 속상하다고 말했지만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배를 움켜쥐었습니다. 교실에서도 그분은 학부모 앞에서 떨리는 마음을 감추려 배를 누르며 버텼습니다. 상담에서는 마음을 드러내기 어려운 순간에 배에 힘을 주는 모습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부엌 장면 뒤에는 속상함과 떨림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느껴 몸에 힘을 주었던 관련 경험들도 이어서 살폈습니다. 마음을 말해도 잘못이 아니고 감정을 감추기 위해 배를 움켜쥘 필요는 없다는 이해로, 남은 긴장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저 지금 좀 떨려요”
그분은 두 해 동안 거절해 온 교육청 수업 나눔 발표에 올해 먼저 이름을 올렸다고 합니다. 발표 날 아침에는 굶지 않고 김밥 한 줄을 먹었습니다.
발표장에 들어가기 전, 옆자리 선배 교사에게 “저 지금 좀 떨려요” 하고 말했습니다. 전에는 “괜찮아요”라며 넘겼을 순간이었습니다. 발표 중 아랫배가 한 번 뻐근해졌지만 화면을 넘기며 끝까지 이어 갔고, 가방 앞주머니의 지사제도 꺼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중요한 날마다 배가 아프다면 그날 먹은 음식과 함께, 배가 불편해지기 직전의 상황도 돌아볼 수 있습니다. 그분에게는 떨리는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던 순간이 중요한 단서였습니다. 필요한 진료와 약물 치료를 이어 가면서, 긴장할 때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