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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괜찮아요. 일하고 사람 만날 때는 잊고 지내요. 그런데 밤에 불 끄고 누우면 귓속에서 '삐' 하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워요. 요즘은 조용한 게 무서워서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자요."
집에서 영어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마흔여섯 살 여성분의 이야기입니다. 이명이 처음 들린 것은 마감 세 건이 겹친 가을이었다고 합니다. 새벽 두 시, 자판에서 손을 떼자 귀 안쪽에서 가느다란 쇳소리가 났습니다. 뒷목이 뻣뻣해지고 심장이 빨리 뛰었습니다. 그날은 소리를 듣느라 한숨도 못 잤다고 하셨습니다.
이비인후과에서 청력 검사를 받았고 큰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푹 쉬라는 당부도 받았습니다. 이후 밤마다 스트레스성 이명이나 이명 스트레스를 검색했습니다. 긴장하면 이명이 커진다는 글을 본 뒤로는 긴장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일까지 숙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먼저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이명이 새로 생겼거나, 한쪽 귀에서만 들리거나, 귀가 먹먹하고 잘 안 들리는 느낌이 함께 있다면 이비인후과 진료가 먼저입니다. 이 글은 진료를 받은 뒤에도 소리 때문에 괴로움이 점점 커지는 분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소리가 커지는 날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상담에서 소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졌던 날과 거의 잊고 지낸 날을 나눠 여쭤보았습니다. 마감을 앞둔 밤이나 식구들이 모두 잠든 조용한 거실에서는 소리에 신경이 쏠렸습니다. 반면 동생과 시장을 돌아다닌 토요일이나 번역이 잘 풀린 오후에는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때 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른 일에 집중하느라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명이 언제 더 크게 느껴지는지 살펴보셔도 좋습니다. 조용할 때나 마음이 쫓길 때 더 크게 느껴지고, 다른 일에 몰두하면 잊힌다면 소리에 쏠리는 주의와 긴장이 괴로움을 키우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만으로 원인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소리와 함께 살펴볼 반응은 있습니다.
한밤중에야 들리는 냉장고 소리
조용한 곳에서는 귓속 소리를 덮어 줄 다른 소리가 적어 이명이 더 도드라질 수 있습니다. 소리를 위험한 신호로 느끼면 자꾸 듣게 되고 몸도 긴장합니다. 그러면 소리가 더 크고 괴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낮에는 의식하지 못하던 냉장고 소리가 모두 잠든 밤에는 유난히 크게 들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냉장고는 낮에도 돌아가지만, 한 번 소리가 신경 쓰이면 귀가 자꾸 그쪽으로 갑니다. “왜 이렇게 크지?” 하며 듣다 보면 잠도 달아납니다.
그분도 그랬습니다. “소리가 들리면 오늘은 얼마나 큰지부터 재 보게 돼요. 어제보다 큰가, 오른쪽이 더 큰가. 그러다 보면 한 시간이 가요.” 누우면 먼저 소리가 나는지 확인했고, 그 뒤로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소리를 덮어도 귀는 소리를 찾아갔다
그분도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으면서 커피를 줄였고, 밤에는 빗소리를 틀거나 선풍기를 켰습니다. 하지만 선풍기를 끄는 순간 다시 귓속 소리에 신경이 쏠렸습니다. “신경 쓰지 말자고 하면 오히려 더 들려요.”
소리가 나는지 확인하는 일은 마음먹기 전에 시작되곤 합니다. 그래서 신경 쓰지 말자는 다짐만으로는 멈추기 어렵습니다. 최면상담에서는 소리를 없애려 하기보다, 소리가 들릴 때 저절로 몸이 긴장하고 귀를 기울이는 반응을 살펴봅니다. 그 반응과 이어진 경험이나 감정도 함께 다룹니다. 이비인후과 진료를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무슨 소리야? 가서 봐"
깊은 최면 상태에서 그분은 소리를 확인할 때마다 뻣뻣해지는 귀 뒤와 목덜미에 주의를 모았습니다. 한참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거실이에요. 엄마가 다림질을 하고 있어요."
유치원에 다니기 전의 여자아이가 거실 바닥에 엎드려 스티커 책을 보고 있습니다. 곁에서는 엄마가 다림질을 합니다. 그때 베란다 쪽에서 ‘툭’ 하고 작은 소리가 납니다.
엄마가 다리미를 세우며 말합니다. "무슨 소리야? 가서 봐."
아이는 스티커를 내려놓고 베란다 문 앞으로 갑니다. 어두운 창밖을 살펴봐도 세탁기와 빨래 건조대는 그대로입니다. 돌아와 “아무것도 없어” 하고 말하자 엄마는 다리미를 다시 들며 덧붙입니다. “또 나면 얼른 말해.”
아이는 다시 엎드렸지만 스티커를 붙이지 못합니다. 고개를 베란다 쪽으로 돌린 채 숨을 죽이고 귀를 세웁니다. 목을 길게 빼고 있느라 귀 뒤가 뻣뻣해졌습니다. 손끝에 붙은 스티커 한 장은 한참 동안 그대로입니다.
소리의 정체는 끝내 알 수 없었습니다. 최면 속에서 다시 살펴본 베란다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그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소리 하나에 스티커를 붙이던 손을 멈추고 귀를 세운 아이였습니다.
그분은 최면 속에서 엎드린 아이 곁으로 가, 뻣뻣해진 목덜미에 손바닥을 가만히 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전했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알아보는 건 어른이 할 일이야. 작은 소리가 날 때마다 네가 숨죽이고 귀를 세우지 않아도 돼. 끝까지 몰라도 괜찮아."
그 말을 들은 어린 자신이 되어, 그분은 같은 저녁을 처음부터 다시 경험했습니다. 베란다에서 ‘툭’ 소리가 났고, 엄마는 그대로 가서 보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베란다에 다녀왔고 “또 나면 얼른 말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다시 엎드린 아이는 베란다 쪽 소리를 들었지만 숨을 참지는 않았습니다. 목에 들어갔던 힘이 풀리자 다리미 김 소리와 창밖 소리도 다른 배경 소리와 함께 들렸다고 합니다.
그 저녁이 이명을 만들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당시 아이는 작은 소리가 나면 정체를 확인해야 한다고 느꼈고, 다시 소리가 날까 봐 숨을 죽이고 귀를 세웠습니다. 조용한 밤이면 귓속 소리의 크기를 확인하다 목덜미가 굳는 지금의 모습과 닮은 점이 있었습니다. 상담에서는 소리를 듣고 긴장하며 확인하는 반응을 살폈습니다.
작은 소리를 놓치면 안 된다는 긴장과 소리의 정체를 끝까지 확인하려 했던 다른 경험들도 최면 중에 함께 다뤘습니다. 현재의 자신이 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상황을 설명해 주며, 소리를 모두 알아내지 못해도 안전을 지키는 책임은 아이에게 있지 않았다는 이해로 그 경험들을 정리하도록 도왔습니다.
선풍기를 끄고 잠든 밤
상담 뒤 어느 밤, 그분은 선풍기를 켜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고 합니다. 귓속 소리는 여전히 들렸지만 크기를 재 보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옮길 원고를 떠올리다 잠이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몇 해째 거절하던 동생네 가족의 캠핑에도 따라갔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산속의 조용한 밤이 걱정돼 핑계를 댔을 자리였습니다. 모닥불이 사그라들고 계곡물 소리만 남았을 때, 귓속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분은 의자에 앉아 동생과 어릴 적 이야기를 나누다가 텐트에 들어가 아침까지 잤다고 합니다.
계곡물 소리와 귓속 소리가 함께 들리던 밤에도 그분은 대화를 이어 가고 잠들 수 있었습니다. 불을 끄자마자 귀부터 기울이게 된다면, 소리의 크기를 확인할 때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상담이 다룬 것은 소리 자체보다, 소리를 들을 때마다 긴장하며 확인하던 반응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