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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문 너머로 손님이 주차하는 게 보이면 그때부터 손바닥이 축축해져요. 악수하려고 일어나면서 바지에 두세 번 문지르는데도 소용이 없어요. 제 손을 잡은 손님이 흠칫하는 게 느껴지면 얼굴까지 화끈거려요.”
수입차 전시장에서 영업하는 서른한 살 남성분의 이야기입니다. 손님과 약속한 날이면 예약 문자를 확인할 때부터 손가락 사이에 땀이 찼다고 합니다. 명함을 건네면 모서리가 눅눅해졌고, 계약서에 서명할 때는 손자국이 남을까 봐 손바닥 밑에 휴지를 깔았습니다. 먼저 악수를 청하는 손님이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혼자 있을 때는 달랐습니다. 퇴근길에 혼자 운전하거나 쉬는 날 집에서 게임을 할 때는 손이 보송보송했습니다. 한여름 땡볕에서 세차를 해도 손바닥만 유난히 젖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손땀이 심해지는 때는 더울 때보다 사람을 만나기 전이었습니다.
손땀이 심하다면 긴장 때문인 것처럼 보여도 먼저 피부과나 내과에서 몸의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긴장과 상관없이 늘 손발이 젖거나, 온몸에 땀이 많아지거나, 자는 동안에도 땀에 젖는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분도 피부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여기서는 진료를 받은 뒤에도 사람 앞에서 유독 심해지는 손땀을 이야기합니다.
사람이 다가오면 먼저 켜지는 센서등
손바닥의 땀은 마음먹는다고 곧바로 멈추지 않습니다. 사람 앞에서 긴장하면 자율신경계가 반응해 심장이 빨리 뛰거나 땀이 날 수 있습니다. 그분은 누군가에게 평가받는다고 느낄 때, 손님을 만나기도 전에 몸이 긴장했습니다.
현관의 센서등을 떠올려 보세요. 해가 쨍한 한낮에도 사람이 다가오면 불이 켜집니다. 빛이 필요한지 따지기 전에 움직임에 반응하는 셈입니다. 그분도 손님이 온다는 신호만으로 손바닥에 땀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닦을수록 손에 쏠리는 신경
그분은 피부과에서 처방받은 바르는 약을 밤마다 발랐고, 주머니에는 늘 손수건을 넣어 다녔습니다. 손님이 오기 전 화장실에서 찬물로 손을 씻기도 했습니다. 약을 바른 다음 날은 땀이 덜했지만, 악수할 일이 생기면 다시 손바닥에 땀이 배었습니다.
손수건을 자주 꺼낼수록 신경은 손으로 더 쏠렸습니다. 차를 설명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지금 젖었나, 악수하면 티 날까’를 따졌습니다. 땀이 보일까 걱정하면 긴장이 더해졌고, 손은 다시 축축해졌습니다.
비슷한 일을 겪는다면 땀이 언제부터 나는지 살펴보셔도 좋습니다. 악수할 때가 아니라 약속 시각을 확인하거나 상대의 얼굴을 떠올릴 때부터 땀이 찬다면, 만남을 앞둔 긴장도 함께 살펴볼 단서가 됩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원인을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짐보다 먼저 축축해지는 손바닥
그분도 손에 땀이 조금 난다고 손님이 차를 사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악수도 몇 초면 끝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면 손바닥은 이미 축축했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이 먼저 긴장하는 것은 달랐습니다.
최면상담에서는 땀을 억지로 멈추기보다 사람을 만나기 전에 올라오는 긴장을 살펴봅니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나 부끄러움이 오래전 경험과 이어져 있는지도 짚어 봅니다. 피부과 치료를 대신하지 않으며, 진료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엘리베이터가 멈출 때마다
그분은 손님 차가 주차장에 들어올 때 손이 축축해지던 감각을 떠올리며 최면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다 뜻밖의 장면을 말했습니다. “엘리베이터요. 어릴 때 살던 아파트예요. 그런데 이게 손님이랑 무슨 상관이죠?”
엘리베이터 버튼에 손이 닿지 않던 무렵의 남자아이가 엄마 곁에 서 있습니다.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중간 층에서 멈추고, 문이 열리자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탑니다. 엄마가 아이 어깨를 살짝 밀며 말합니다. “큰 소리로 인사해야지.”
아이가 “안녕하세요” 하고 작게 말하자 엄마가 바로 고쳐 줍니다. “더 크게. 어른한테는 크게 인사하는 거야.” 아이는 다시 인사하지만 목소리가 목에 걸려 잘 나오지 않습니다. 아주머니는 웃으며 괜찮다고 합니다. 그래도 처음 보는 어른 앞에서 다시 인사를 해야 하는 아이는 귀와 목덜미가 벌써 뜨겁습니다.
이웃을 만날 때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됐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중간에 멈추면 누가 탈지 모르는데도 아이는 두 주먹부터 꼭 쥐었습니다. 얼굴과 몸이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아무도 타지 않고 문이 닫히면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쉬었습니다.
최면 속에서 어른이 된 그분은 엘리베이터 벽에 기댄 어린 자신의 옆에 나란히 섰습니다. 아이와 같은 방향으로 층수 불빛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처음 보는 어른 앞에서 목소리가 작아지는 건 떨려서 그래. 엄마가 고쳐 주는 건 네가 잘못해서가 아니야. 인사가 작게 나와도 너는 괜찮은 아이야.”
이어 그날의 엘리베이터 장면을 다시 경험했습니다. 문이 열리고 아주머니가 탔으며, 엄마는 이번에도 더 크게 인사하라고 고쳐 주었습니다. 아이는 여전히 작은 목소리로 한 번 더 인사했습니다. 다만 주먹 쥔 손가락에 힘이 덜 들어갔고, 달아오르던 귀와 목은 금세 식었다고 합니다.
그 대목에서 상담실 의자 팔걸이를 쥐고 있던 그분의 손에서도 힘이 빠졌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누가 탈지 몰라도 주먹을 쥐던 아이. 손님 차가 들어오기 전부터 손을 닦던 어른. 그분은 사람을 만나기도 전에 몸이 먼저 긴장한다는 점에서 두 장면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손땀의 의학적 원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잘해야 하고 떨림을 들키면 안 된다고 느꼈던 다른 경험들도 최면 중에 이어서 다뤘습니다. 현재의 자신이 목소리가 작거나 긴장해도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 주며, 사람을 만나기 전부터 몸을 굳히던 경험들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도왔습니다.
후배의 첫 손님
상담 뒤 어느 토요일, 예약 손님 가족이 전시장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분은 바지에 손을 문지르지 않고 일어나 악수를 청했습니다. 손바닥이 조금 축축했지만, 손님의 아이가 물은 운전석 버튼을 하나씩 짚으며 설명했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할 때도 휴지를 깔지 않았습니다.
새로 들어온 후배의 첫 손님 상담에 함께 들어간 적도 있었습니다. 손님을 기다리던 후배가 연신 바지에 손을 닦는 모습을 보고 물 한 잔을 따라 건네며 “나도 그랬어. 악수는 금방 끝나”라고 말해 주었다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 자기 손을 닦느라 후배의 손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거라고 했습니다.
약속 문자를 여는 순간부터 손에 땀이 차거나 악수 전에 손을 닦는 게 버릇이 되었다면, 땀의 양과 함께 사람을 만나기 전의 긴장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분은 손이 조금 축축한 날에도 손님과 대화를 이어 갔다고 합니다. 손을 완전히 말리려 애쓰기보다 마주 선 사람에게 눈길을 돌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