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싸운 것도 아닌데 하루에 하는 말이 아이 학원 시간하고 관리비 얘기뿐이에요.”
“아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또 화가 나요.”
“남편이 잘해 주면 오히려 이혼하고 싶고, 차갑게 굴면 헤어진다는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혀요.”
“시어머니 앞에서는 참는데 남편이 ‘그냥 넘겨’라고 하면 화가 폭발해요.”
모두 부부문제이지만, 힘들어지는 순간은 다릅니다. 어떤 부부는 큰 싸움 없이 조금씩 멀어지고, 어떤 부부는 사소한 일로 시작한 다툼이 늘 같은 방식으로 커집니다. 믿음을 깨뜨린 사건이나 가족 문제로 힘든 부부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와 함께 싸움이 시작되면 우리는 늘 어떤 순서로 움직이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크게 싸우지 않아도 부부는 멀어질 수 있습니다
부부 사이가 멀어졌다고 하면 큰 싸움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동안 조금씩 멀어지는 부부도 있습니다.
한 여성분은 남편이 “오늘 어땠어?”라고 물으면 목부터 조여 왔습니다. 남편이 싫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출장 간 남편의 연락을 기다리며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남편이 말을 걸거나 어깨에 손을 얹으면 몸이 굳었고, 자신도 모르게 싱크대나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큰 싸움은 거의 없었지만, 두 사람이 나누는 말은 아이 일정과 관리비, 장보기 정도로 줄었습니다.
권태기도 비슷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다른 여성분은 결혼기념일이 지나간 다음 날에야 날짜를 알아차렸습니다. 서운하지 않은 게 오히려 걱정됐습니다. 남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있었지만, 현관문을 열기 전 “말해 봤자 ‘그래?’ 하고 말겠지”라는 생각이 들면 삼켰습니다.
몇 번 기대했다가 실망하면 기대하지 않는 편이 편해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함께 웃고 이야기할 기회도 줄어듭니다. 대화가 줄었다면 정말 할 말이 없는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꺼내지 않게 됐는지부터 구분해 보세요.
같은 싸움이 반복된다면 싸움의 ‘순서’를 보세요
“우리는 늘 같은 문제로 싸워요.”
최근의 다툼을 되짚어 보면 시작은 설거지, 아이의 휴대전화 사용, 늦은 귀가 연락처럼 서로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반복되는 것은 싸움이 커지는 순서일 수 있습니다.
한 부부는 아내가 서운함을 말하면 남편이 “그게 그렇게 큰일이야?”라고 받아쳤습니다. 목소리가 높아지면 남편은 방으로 들어갔고, 한두 시간 뒤 아내가 화해하려고 찾아왔습니다. 아내가 “아까는 내가 말이 심했어”라고 하면 남편은 “이제 와서 왜? 이번에는 또 뭔데?”라고 했습니다. 사과를 거절당했다고 느낀 아내는 다시 화가 났고, 끝나 가던 싸움이 되풀이됐습니다.
다른 부부에게서는 아내가 대답을 원해 질문을 계속할수록 남편이 말이 없어졌습니다. 침묵을 보며 아내는 마음이 멀어진 것 같아 더 물었고, 질문이 쌓일수록 남편은 대답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지난번 싸움을 떠올릴 때 시작한 문제뿐 아니라 언제 목소리가 커졌는지, 누가 먼저 자리를 피했는지, 화해하려던 순간 왜 다시 부딪쳤는지도 살펴보세요. 두 사람에게 익숙해진 순서가 보일 수 있습니다.
성격이 다른 것과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것은 다릅니다
“우리는 성격이 너무 달라요.”
한 사람은 계획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은 그때그때 정하기를 좋아할 수 있습니다. 수건을 반듯하게 널고 싶은 사람과 빨리 널어 두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함께 살 수도 있지요.
한 여성분은 남편이 출장 간 동안 남편 식으로 각을 맞춰 놓은 수건을 봐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화가 나는 순간은 남편이 눈앞에서 자신이 해 놓은 일을 다시 고칠 때였습니다. 남편은 “이렇게 널어야 빨리 말라”고 했지만, 그분에게는 “당신이 하는 건 틀렸어”라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화가 나면 수건 이야기는 명절이나 결혼 준비 때의 서운함으로 번졌습니다.
생활 방식이 다른 것인지, 상대가 다르게 할 때 무시당했다고 느끼는 것인지 나누어 보면 싸움이 커지는 지점을 더 분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처받은 일이 있다면 그 문제부터 다뤄야 합니다
반복되는 반응을 살핀다고 해서 모든 갈등을 개인의 심리 문제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외도는 실제 배신입니다. 배우자와 상의 없이 큰돈을 썼다면 신뢰를 흔든 일이 생긴 것입니다. 시댁에서 무례한 말을 반복해서 듣는데 배우자가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면 그 서운함 역시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이럴 때 “내가 왜 이렇게 예민하지?”부터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책임과 사과, 앞으로의 약속을 나누는 일이 먼저입니다.
외도를 겪은 한 여성분은 남편과 다시 살기로 했습니다. 남편도 외도 관계를 끝내고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며 신뢰를 다시 쌓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식탁 위 휴대전화가 진동하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지금도 의심할 만한 행동이 이어진다면 현재 관계의 문제를 더 살펴봐야 합니다. 아무 일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도 작은 진동이나 늦은 귀가에 그날의 충격이 되살아난다면, 외도로 받은 상처와 지금 되살아나는 불안을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용서했다고 말했는데도 몸이 놀란다고 해서 용서가 부족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이혼을 고민할 때 상담이 답을 대신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헤어질지 계속 살지 몇 달씩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혼은 상담자가 대신 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결정을 내릴 때 내 판단을 무엇이 흔드는지는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한 여성분은 남편이 다정하게 잘해 주는 날이면 오히려 단점이 더 많이 떠올랐습니다. 반대로 남편이 차갑게 등을 돌리는 밤에는 이혼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혔습니다. 장단점을 여러 번 적어도 결론은 그날 남편의 태도에 따라 바뀌었습니다.
그럴 때는 서둘러 결론을 내리기보다 다정할 때 왜 물러나고 싶은지, 차가워질 때 왜 갑자기 붙잡고 싶은지부터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마음이 덜 흔들릴 때 다시 봐도 견디기 어려운 문제인지, 앞으로 어떤 관계와 삶을 원하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담은 “이혼하세요” 또는 “참고 사세요”라고 정해 주기보다, 상대의 그날 태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기준으로 관계를 바라보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시댁 문제인데 왜 배우자에게 더 화가 날까요?
고부갈등이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한 여성분은 시어머니가 아이가 말랐다며 “집에서 뭘 먹이는 거야?”라고 하자 웃으며 “다음에는 더 신경 쓸게요”라고 답했습니다. 화가 터진 것은 돌아오는 차 안이었습니다.
남편에게 서운했다고 말했는데 “엄마 원래 그러잖아. 그냥 흘려들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시어머니의 말보다 남편의 그 한마디가 더 오래 남았습니다.
시댁 방문 횟수나 연락 방식을 부부가 함께 조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동시에 배우자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어머니에게 대신 따져 달라는 것인지, 다음에는 선을 그어 달라는 것인지, 그저 “그랬구나. 서운했겠다”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인지 사람마다 다릅니다. 참다가 큰 화로 터뜨리기 전에 무엇이 서운했고 무엇을 바라는지 이야기해 보세요.
우리 부부에게 반복되는 순서를 한번 살펴보세요
아래 질문은 부부관계를 평가하는 검사가 아닙니다. 갈등이 생길 때 무엇이 반복되는지 돌아보기 위한 질문입니다.
배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말해 봐야 소용없다”며 삼키나요?
한쪽이 서운함을 말하면 다른 쪽이 바로 방어하거나 자리를 피하나요?
배우자가 사과하는데도 다음 공격이 올 것처럼 긴장하나요?
대답이 없으면 불안해서 계속 묻고, 그럴수록 상대는 더 입을 닫나요?
생활 방식이 다른 일도 “나를 무시한다”는 뜻처럼 느껴지나요?
배우자가 다정할 때와 차갑게 대할 때 관계에 대한 결론이 크게 달라지나요?
시댁·돈·외도 같은 실제 문제를 이야기하다 오래전의 서운함까지 한꺼번에 터지나요?
몇 개가 해당하는지보다 갈등이 생길 때 두 사람이 비슷한 순서로 움직이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 순서가 보이면 어디서 다른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지도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최면상담에서는 싸움보다 먼저 시작되는 반응을 살펴봅니다
체인지 심리최면상담센터에서는 부부갈등을 무조건 어린 시절의 문제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먼저 지금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대화를 시도할 때마다 몸이 굳거나 말문이 막히고 화가 치민다면 그 순간을 더 자세히 살펴봅니다.
앞서 아내가 질문을 이어 가면 말문이 막히던 남성분도 그랬습니다. 평소에는 설명을 잘했지만 아내가 서운함을 말하며 질문을 계속하면 귀가 먹먹해지고 입안이 말랐습니다. 대답을 못 하자 아내는 더 불안해져 질문했고, 남편은 더 말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최면상담에서는 질문을 받을 때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에서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 팔에 난 잇자국을 본 어머니가 “누가 그랬어?”, “친구가 그랬어?”, “왜 대답을 안 해?”라고 연달아 묻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는 무슨 일이 어떤 순서로 일어났는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질문이 빨라질수록 엄마 목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고, 끝내 말하지 못한 채 방 한쪽으로 물러났습니다.
상담에서는 바로 대답하지 못해도 잘못이 아니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면 그렇게 말해도 된다는 점을 어린 자신이 새롭게 이해하도록 도왔습니다. 어머니도 아이의 상처를 보고 놀라서 묻고 있었다는 점을 함께 살폈습니다.
이후 아내가 가게 인수 문제를 두고 “돈은 어떻게 하고?”, “당신 혼자 할 수 있겠어?”라고 물었을 때는 귀가 먹먹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분은 “당신이 걱정돼서 묻는 거 알아. 돈 얘기부터 하나씩 할게”라고 답했습니다. 혼자 정리해 두었던 인수 비용과 대출 이야기도 처음으로 아내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아내가 묻기 전에 먼저 계약 이야기를 꺼내는 날도 생겼다고 합니다.
모든 부부갈등이 과거 경험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의 문제를 먼저 보고, 대화하는 순간마다 반복되는 감정과 몸의 반응이 있다면 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그 과정에서 관련된 경험이 확인되면 당시의 감정도 함께 다룹니다.
부부관계가 달라진다는 것은 다시 대화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부부라고 해서 싸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생활 방식이 다를 수도 있고, 상대의 말에 서운할 수도 있으며, 돈이나 가족 문제로 의견이 부딪칠 수도 있습니다. 갈등이 생길 때마다 늘 같은 방식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삼키지 않고, 상대가 미안하다고 했을 때 또 다른 비난을 먼저 예상하지 않는 것. 다른 방식으로 한다고 해서 곧 나를 무시한다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 상대가 잠시 말을 멈추면 질문을 쏟아내기보다 기다려 주고, 참아 둔 서운함을 큰 화로 터뜨리기 전에 필요한 말을 하는 것.
믿음을 깨뜨린 일이 있었다면 덮어 두지 않고 다시 신뢰를 쌓아 가야 합니다. 이혼을 고민한다면 배우자의 그날 기분뿐 아니라 자신의 기준으로 관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쌓이면 부부는 다시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같은 문제로 계속 부딪친다면 “누가 더 잘못했지?”와 함께 “우리 부부는 어디에서부터 늘 같은 싸움을 반복할까?”도 돌아보세요. 그 지점을 찾는 것이 갈등을 다르게 풀어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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