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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발표만 잡히면 아침부터 화장실을 들락거려요.”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일이 한꺼번에 몰리면 바닥이 기우는 것 같아요.”
“낮에는 거의 모르겠는데 밤에 조용해지면 귓속 소리밖에 안 들려요.”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다녀왔는데 앉자마자 또 화장실이 급해져요.”
증상은 서로 다릅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괜찮다가 긴장되는 상황이나 중간에 빠져나가기 어려운 자리, 잘해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에 몸의 반응이 커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신체증상을 살펴볼 때는 “어디가 불편한가?”와 함께 “언제 유난히 심해지는가?”도 중요합니다.
‘심인성’이라고 해서 증상이 가짜라는 뜻은 아닙니다
배가 아프면 실제로 아프고, 어지럼도 실제로 느껴집니다. 이명도 실제로 들리며, 요의와 손땀 역시 몸에서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문제 없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새로 생겼거나 이전과 달라진 증상, 빠르게 심해지는 증상은 먼저 의료진의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각 증상에 필요한 검사와 치료도 이어 가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필요한 진료와 검사를 받은 뒤에도 특정 상황에서 같은 신체반응이 되풀이되는 경우를 다룹니다. 증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따지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심해지고 그 순간 몸과 마음에서는 무엇이 함께 일어나는지 살펴보려는 것입니다.
같은 증상이라도 유난히 심한 날이 있다면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치료받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음식부터 바꿨습니다. 우유와 밀가루, 매운 음식을 줄이자 평소의 더부룩함은 분명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방학에는 라면을 먹어도 괜찮았고, 학기 중에는 흰죽만 먹은 날에도 공개수업을 앞두면 배가 아팠습니다. 음식만으로는 증상이 심한 날과 괜찮은 날의 차이를 모두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른 신체증상에서도 이런 차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편안한 날에는 괜찮다가 일정이 계속 바뀌는 날에는 어지럼이 심해지나요? 쉬는 날에는 잊고 지내던 화장실을 회의나 장거리 이동 전에는 유난히 자주 찾나요? 혼자 있을 때는 괜찮던 손땀이 사람을 만나기 전부터 시작되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증상을 기록할 때는 몸의 상태뿐 아니라 바로 전에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도 함께 적어 보세요. 무엇을 먹었는지, 사람을 만나거나 평가받을 일이 있었는지, 중간에 자리를 뜨기 어려웠는지, 예상하지 못한 일이 계속 생겼는지를 같이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록해 두면 병원이나 상담실에서 증상이 심해지는 때를 설명하기도 훨씬 쉬워집니다.
몸을 확인할수록 불편한 감각이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심한 어지럼을 겪고 나면 “지금도 흔들리나?” 하며 몸을 자꾸 확인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한 여성분은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난간부터 찾았고, 마트에서는 카트 손잡이를 붙잡은 채 자신이 똑바로 서 있는지 살폈습니다. 몸의 작은 흔들림을 놓치지 않으려 할수록 평소에는 지나쳤을 감각까지 또렷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먼 곳을 크게 확대하면,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작은 떨림까지 화면에 나타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명에서도 주의가 어디에 머무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낮에는 거의 의식하지 않다가도 조용한 밤에 “오늘은 얼마나 크게 들리지?” 하며 귀를 기울이면 귓속 소리가 더 또렷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소리가 나는지 확인하고 어제보다 큰지 비교하는 동안 주의는 계속 그 소리에 머뭅니다.
필요한 진료는 받되, 증상을 놓칠까 봐 거듭 확인하는 행동이 몸의 감각이나 소리에 주의를 붙잡아 두고 있지는 않은지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중간에 나갈 수 없다’는 생각만으로 몸이 먼저 긴장할 때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다시 급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고속버스나 영화관처럼 중간에 쉽게 나가기 어려운 곳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습니다.
빈뇨로 상담을 받았던 한 남성분은 회의 전에 화장실을 몇 번씩 다녀왔습니다. 반면 약속 없는 주말에는 몇 시간 동안 화장실 생각 없이 지냈습니다.
그분의 요의는 방광에 소변이 얼마나 차 있는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지금 들어가면 한동안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아랫배와 허벅지에 먼저 힘이 들어갔습니다.
불편한 느낌이 올라올 때마다 화장실에 다녀오면 잠깐 안심이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음 회의 때도 미리 다녀와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빈뇨를 살펴볼 때는 실제 배뇨 증상과 함께 언제 화장실 생각이 가장 많이 나는지도 짚어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기 전부터 손에 땀이 난다면
혼자 있을 때는 괜찮다가도 누군가를 만나거나 평가받을 일을 앞두면 손바닥에 땀이 많이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동차 영업을 하던 한 남성분은 손님이 도착하기 전부터 손에 땀이 찼습니다. 주차장으로 차가 들어오는 모습만 보여도 손바닥이 축축해졌고, 악수를 앞두면 바지에 손을 몇 번씩 문질렀습니다.
땀 자체만큼이나 “손님이 내 손이 젖은 걸 알아차리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컸습니다. 계속 손을 확인하고 땀을 들키지 않으려다 보니, 눈앞의 사람보다 자기 손에 더 신경이 쓰이고 긴장도 커졌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땀을 줄이기 위한 의학적 치료와 함께 사람을 만나기 전부터 얼마나 긴장하는지, 긴장을 들키면 안 된다는 부담이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증상은 달라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복통, 어지럼, 이명, 빈뇨, 다한증은 서로 다른 증상이며 필요한 검사와 치료도 다릅니다. 다만 일부 사람에게는 증상 전후에 비슷한 흐름이 나타납니다.
긴장되는 상황에서 몸의 작은 신호를 알아차리고, 그 신호를 계속 확인하면서 긴장이 더 커지는 것입니다. 피하거나 확인해서 잠시 편해지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을 앞두고 몸이 더 빨리 반응하기도 합니다.
“스트레스 때문인가 봐.”라는 말만으로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반복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증상이 시작되고, 증상이 올라오면 나는 무엇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짚어 보는 편이 낫습니다.
내 신체증상은 어떤 순간에 심해질까요?
아래 질문은 원인을 진단하는 검사가 아닙니다. 진료와 상담에서 어떤 부분을 더 살펴볼지 정리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평소보다 중요한 일정이나 평가를 앞두면 증상이 심해지나요?
쉬는 날이나 편안한 장소에서는 같은 증상이 눈에 띄게 줄어드나요?
증상이 올까 걱정하며 몸의 감각이나 소리를 계속 확인하나요?
화장실·출구·난간·이어폰·약처럼 ‘혹시 모르니’ 미리 확인하거나 챙기는 것이 점점 늘었나요?
불안하거나 떨리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몸에 더 힘을 주나요?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받았는데도 특정 상황만 되면 같은 신체반응이 되풀이되나요?
몇 개에 해당하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증상이 언제 심해지고, 그 순간 내가 무엇을 하는지입니다. 반복되는 상황과 행동을 알면, 몸의 치료와 함께 무엇을 더 다뤄야 할지도 분명해집니다.
최면상담에서는 증상과 함께 시작되는 긴장을 살펴봅니다
체인지 심리최면상담센터에서는 신체질환 자체를 최면으로 치료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필요한 진료와 검사를 먼저 받고, 치료를 이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도 특정 상황에서 몸이 먼저 긴장하고 증상이 반복된다면, 그 순간 어떤 감정과 몸의 반응이 시작되는지 살펴봅니다.
앞서 소개한 초등학교 교사도 그랬습니다. 공개수업이나 학부모 상담이 잡히면 전날부터 배가 불편했고, 학부모들이 교실 뒤편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아랫배가 움츠러들었습니다. 떨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교탁 뒤에서 배를 누르며 아무렇지 않은 듯 수업을 이어 갔습니다.
최면상담은 아랫배가 안으로 말리는 듯한 느낌에서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 부모가 다투던 부엌 앞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는 “엄마, 나 속상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다툼에 정신이 없었던 엄마는 “조용히 있어. 들어가 있어.”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더 말하지 못한 채 배를 움켜쥐고 작은방으로 물러났습니다.
상담에서는 속상하거나 떨리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잘못은 아니며, 감정을 감추려고 배에 힘을 주고 버틸 필요도 없다는 점을 어린 자신이 새롭게 이해하도록 도왔습니다.
같은 장면을 다시 경험했을 때도 엄마의 말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배를 세게 움켜쥐지 않았고, 참았던 숨도 조금씩 편해졌다고 합니다.
공개수업에서도 비슷한 점이 있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배에 힘을 주고 혼자 버티고 있었던 것입니다.
상담 뒤에는 두 해 동안 거절했던 교육청 수업 나눔 발표에 직접 신청했다고 합니다. 발표 날 아침에는 굶지 않고 김밥을 먹었고, 발표장에 들어가기 전 옆자리 선배에게 “저 지금 좀 떨려요.”라고 말했습니다.
발표 중 아랫배가 한 번 뻐근해졌지만 화면을 넘기며 끝까지 이어 갔고, 가방에 넣어 둔 지사제도 꺼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배의 감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달라진 것은 몸이 조금 불편해도 그 순간 해야 할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된 점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과민성대장증후군이나 신체증상이 어린 시절의 특정 경험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체인지에서는 원인을 미리 정하지 않습니다. 현재 증상이 심해지는 순간의 감정과 몸의 반응에서 출발하고, 그 반응과 이어진 경험이 확인되면 당시의 감정도 함께 살펴봅니다.
몸이 불편해도 하던 일을 이어 갈 수 있습니다
몸의 반응이 달라진다고 해서 앞으로 배가 한 번도 아프지 않고, 어지럽지도 않으며, 이명이나 손땀이 전혀 없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날 배가 조금 불편해도 발표를 이어 가는 것. 머리가 가벼운 느낌이 스쳐도 걸음을 멈추고 몸부터 확인하지 않는 것. 조용한 밤 귓속 소리가 들려도 크기를 재지 않고 잠드는 것.
회의 전에 화장실을 한 번 다녀온 뒤 이야기에 집중하고, 악수할 때 손이 조금 축축해도 숨기지 않고 상대와 대화를 이어 가는 것.
불편한 감각이 조금 남아 있어도 일상을 이어 갈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검사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특정한 순간마다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이 증상을 어떻게 없애지?”와 함께 “왜 하필 이 순간에 몸이 먼저 반응하고, 나는 그때 무엇을 하고 있을까?”도 생각해 보세요.
필요한 치료를 이어 가면서, 몸의 불편 때문에 해야 할 일과 만나고 싶은 사람, 가고 싶은 곳까지 계속 포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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