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공 하나 올리는 건데 그게 안 돼요. 왼팔을 들면 팔꿈치 안쪽이 나무토막처럼 굳어요. 공이 옆으로 새서 다시 받아 올리면 두 번째엔 더 꽉 쥐게 돼요. 세 번째쯤 되면 상대 얼굴도 못 보겠어요."
대학 1학년 테니스 선수는 말을 하면서도 무릎 위의 왼손을 몇 번이고 쥐었다 폈습니다. 입스가 시작된 뒤 토스를 두세 번씩 다시 잡는 일이 잦아졌고, 더블폴트로 게임을 내주는 경기도 늘었습니다.
주변에서는 토스 연습을 더 해 보라고 했습니다. 선수는 훈련이 끝난 뒤에도 공 바구니를 곁에 두고 토스를 반복했습니다. 혼자 연습할 때는 공이 비슷한 높이로 반듯하게 올라갔습니다. 흔들리는 때는 점수가 걸린 첫 서브였습니다.
혼자 연습할 때는 잘되던 동작이 시합에서만 흔들렸습니다. 토스를 더 연습하기에 앞서, 그 순간 왼팔이 왜 굳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시작은 대학에 올라와 처음 출전한 공식 대회였습니다. 바람이 세게 불어 토스한 공이 자꾸 옆으로 흘렀습니다. 흔들린 공을 억지로 치다가 폴트가 났고, 세컨드 서브마저 네트에 걸려 더블폴트가 이어졌습니다. 그 세트를 내준 뒤, 바람이 없는 다음 대회에서도 토스를 위해 왼팔을 드는 순간 팔이 굳었다고 합니다.
어깨나 팔꿈치가 아프다면 부상 여부부터 진료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 선수는 통증 없이 팔만 뻣뻣해졌습니다.
다시 잡을수록 더 세게 쥐는 팔
스포츠심리학에서는 부담이 커졌을 때 익숙한 동작을 하나하나 의식하며 통제하려는 모습을 '재투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선수에게는 첫 토스가 어긋난 뒤 그 반응이 뚜렷했습니다. 이번에는 정확히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공을 더 꽉 쥐고 팔에도 힘을 주었습니다.
그 뒤에는 힘을 빼려 할수록 팔이 더 신경 쓰였습니다. 공을 다시 받아 쥘 때면 토스 자체보다 또 잘못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힘 빼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토스 직전에 그 말을 떠올리면 왼팔만 더 의식돼요."
토스 루틴을 반복하는 연습은 동작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 선수는 한 번 어긋난 공을 다시 잡을 때부터 팔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연습 때 잘되던 동작이 시합에서 막히는 지점이었습니다.
힘을 빼자는 다짐이 통하지 않을 때
마음먹기도 전에 팔이 굳는다면 힘을 빼겠다는 다짐만으로 바꾸기 어렵습니다. 최면상담에서는 토스가 흔들린 직후의 조급함과 팔이 조여 오는 느낌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감정과 연결된 오래전 경험을 살피며,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힘을 더 주어 버티던 반응을 다뤘습니다.
식탁 위의 작은 컵
최면이 깊어진 상태에서 선수는 공을 다시 받아 들 때 왼팔 안쪽이 조이는 느낌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다 식탁에 놓인 컵을 떠올리며 말했습니다.
"식탁이에요. 앞에 손잡이 달린 컵이 있어요. 빨대가 꽂혀 있고요."
장면 속에는 젖병 꼭지가 더 익숙하던 무렵의 여자아이가 아기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앞에는 빨대가 꽂힌 손잡이 컵이 놓여 있고 엄마는 곁에서 지켜봅니다. 아이가 두 손으로 손잡이를 쥐고 처음 혼자 빨아 보지만 물이 올라오지 않습니다.
아이는 볼이 쏙 들어가도록 더 세게 빱니다. 빨대를 문 입술과 컵 손잡이를 쥔 손가락에도 힘이 들어갑니다. 빨대를 뺐다 다시 물어 봐도 물은 올라오지 않습니다. 얼굴이 빨개진 아이는 컵을 밀치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엄마는 "괜찮아, 우리 또 해 보자" 하고 컵을 바로 세워 놓습니다.
장면을 지켜보던 선수가 뜻밖이라는 듯 되물었습니다. "잠깐만요. 컵이 안 빨린다고 우는 애가 저라고요?"
선수는 최면 속에서 울고 있는 어린 자신에게 다가가 눈높이를 맞췄습니다. 아이가 속상했던 마음을 알아주고, 물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고 계속 더 세게 빨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물이 안 올라와서 속상했지. 세게 빤다고 물이 더 빨리 나오는 건 아니야. 한 번에 되지 않아도 잠깐 쉬었다 다시 해 보면 돼. 컵을 밀어 버렸다고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야."
그 말을 들은 아이는,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더 세게 힘을 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마음에 둔 채 컵을 마시던 일을 다시 겪어 보았습니다. 이번에도 물은 올라오지 않았고, 아이는 볼이 들어가도록 빨다가 컵을 밀치고 울었습니다. 다만 울음이 잦아든 뒤에는 빨대를 꽉 물었던 입술과 볼에서 힘이 풀렸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다시 세워 놓은 컵을 바라보았다고 합니다.
컵과 테니스공은 전혀 다릅니다. 두 장면에서 닮은 것은 뜻대로 되지 않자 조급해져 더 세게 힘을 주는 모습입니다. 바람에 토스가 흔들린 뒤에도 선수는 공을 다시 쥘 때마다 왼팔에 힘을 주었습니다.
상담에서는 이 장면뿐 아니라,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조급해져 몸에 더 힘을 주었던 관련 경험들도 함께 다뤘습니다.
벤치에서 뒤늦게 알아챈 것
상담 뒤 출전한 대회의 첫 게임에서 코트 끝에 바람이 불었습니다. 토스한 공이 오른쪽으로 비껴 내려오자 선수는 공을 받아 들었습니다. 숨을 한 번 길게 내쉰 뒤 다시 올린 토스는 평소 높이까지 반듯하게 올라갔고, 서브는 서비스 박스 안에 들어갔습니다.
선수는 세 번째 게임을 마치고 벤치에 앉아서야 그 순간을 알아챘다고 합니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다 첫 게임의 토스가 떠올랐습니다. "아까 공을 다시 받았을 때 팔이 멀쩡했네" 하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그 경기에서 세컨드 서브 차례에도 라켓을 끝까지 휘둘렀다고 전했습니다.
토스는 바람 때문에도 흔들립니다. 이 선수에게 달라진 것은 그다음 반응이었습니다. 공을 다시 받아도 팔이 굳지 않자, 평소처럼 다음 토스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입스를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입스, 연습에서는 되는데 왜 실전에서만 몸이 멈출까? 종목별 증상·사례와 최면상담
입스가 특정한 경기 상황에서 반복되는 이유와 종목별 사례를 정리했습니다.
최면 원인치료란 무엇일까? 무의식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원리와 과정
반복되는 감정과 몸의 반응에서 무의식 원인을 찾아 다루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