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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스윙 꼭대기에서 클럽을 끌어내리려는 순간 팔이 툭 튀어요. 누가 옆에서 팔꿈치를 친 것처럼요. 아이언은 멀쩡한데 드라이버만 잡으면 이래요. 연습장에서는 한 박스를 다 쳐도 괜찮은데, 대회 1번 홀 티박스에만 올라가면 또 그럴까 봐 손이 차가워집니다.”
지난가을 투어 시드전 첫날, 오전 7시 40분 1번 홀에서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잔디에는 아직 이슬이 남아 있었고, 티박스 옆에는 경기 위원과 같은 조 선수들이 서 있었습니다. 2부 투어에서 뛰던 20대 중반의 남자 프로 골퍼에게는 다음 해 1부 투어에 설 수 있을지가 걸린 첫 샷이었습니다.
늘 하던 대로 연습 스윙을 두 번 하고 공 앞에 섰습니다. 백스윙 꼭대기까지는 괜찮았지만,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친 공은 오른쪽으로 크게 휘어 흰 말뚝 너머 숲으로 사라졌습니다. 코스 밖으로 나가 벌타를 받는 오비(OB)였습니다.
잠정구를 치려고 다시 티를 꽂는데, 손바닥이 땀으로 미끄럽고 가슴이 쿵쿵 뛰어 숨이 턱 막혔습니다. 그 뒤로 대회 첫 홀 티박스에만 서면 임팩트 직전에 팔이 튀었습니다. 공이 어디로 가는지 볼 엄두가 나지 않아 치자마자 고개를 떨구는 버릇도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스윙이 무너진 줄 알았습니다. 코치와 영상을 찍어 동작을 하나씩 살폈지만 연습장 매트 위의 스윙에서는 뚜렷하게 고칠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주변에서 드라이버 입스를 이야기할 때도 프로가 그런 일을 겪는다는 게 창피해 한동안 인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같은 선수가 같은 드라이버를 잡는데, 왜 대회 첫 홀에서만 팔이 튀는 걸까요? 드라이버 입스, 이른바 티샷 입스를 겪는 선수라면 궁금할 만한 일입니다.
임팩트보다 먼저 움츠러드는 팔
공이 맞기도 전에 팔이 움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수에 대한 걱정과 긴장이 커질 때 몸의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팔이 저절로 튀는 이유를 긴장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 선수에게는 대회 첫 홀 티샷이 특히 부담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누군가 손등을 칠 듯 손을 들어 올리면, 닿기도 전에 손을 빼게 됩니다. 이 선수의 팔도 공이 맞기 전에 움찔했습니다. 그때 무엇을 예상하고 있는지 살펴볼 단서였습니다.
연습장에서는 괜찮은데 대회 티박스에서만 팔이 튄다면, 스윙 점검과 함께 당시의 부담과 몸의 반응을 살펴볼 만합니다. 반대로 연습장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움직임 자체를 더 자세히 확인해야 합니다.
다짐할수록 커지던 움찔함
그분도 여러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샤프트가 다른 드라이버로 바꾸고, 티샷 전에 숨을 길게 내쉬는 루틴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한동안 클럽을 잡지 않고 쉬었습니다.
스윙 점검과 루틴은 기술을 살피고 긴장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쉬고 돌아와 처음 나간 대회의 1번 홀에서 그분의 팔은 다시 튀었습니다. 더 연습하거나 쉬는 것만으로는 바뀌지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번엔 움찔하지 말자”고 마음먹을수록 그 순간에 온 신경이 쏠렸습니다. 팔이 또 튈까 걱정하며 스윙을 시작하면, 하려던 동작을 자연스럽게 이어 가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그분은 티박스에 설 때 어떤 느낌이 먼저 오는지 상담에서 살펴보았습니다. 다운스윙을 시작할 무렵 팔이 조이는 느낌과 놀람을 따라가며, 그 감각과 함께 떠오른 오래전 경험을 다뤘습니다. 입스를 겪은 운동선수들을 연구한 박사학위 논문에서도 참여 선수들이 최면 중 평소 떠올리지 못하던 기억을 경험했다고 보고했습니다(박준화, 2018).
소리가 나기도 전에 귀를 막은 아이
최면 중 그분은 다운스윙이 막 시작될 때 팔 안쪽이 조여드는 감각을 다시 느꼈습니다. 손가락이 오그라들고 숨도 얕아졌습니다. 그러다 햇볕이 드는 오래전 집 거실이 떠올랐습니다.
‘엄마’, ‘물’, ‘싫어’ 같은 낱말 몇 개로 뜻을 전하던 무렵의 남자아이가 거실 바닥에 엎드려 크레파스로 기차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어른이 베란다 창고에서 청소기를 꺼내 와 전선을 꽂자, 아이는 크레파스를 쥔 채 지켜보았습니다.
어른의 발이 청소기 전원 버튼 위로 올라간 순간, 아이는 크레파스를 떨어뜨리고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습니다. 아직 소리가 나기도 전이었습니다. 아이는 소파 뒤로 기어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눈을 꼭 감았습니다.
곧 청소기가 웅 하고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른은 “금방 끝나” 하며 거실 구석구석을 밀고 다녔습니다. 소파 뒤의 아이는 소리가 멎을 때까지 가슴을 쿵쿵 뛰며 숨을 죽였습니다.
최면 속에서 어른이 된 그분은 소파 뒤로 다가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낮추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알아들을 만한 말로 청소기가 무엇인지 설명했습니다.
“청소기는 바닥에 떨어진 먼지를 먹는 기계야. 소리만 큰 거야. 소리가 나도 너한테는 아무 일도 안 생겨.”
그 설명을 들은 아이는, 청소기가 소리만 큰 기계라는 사실을 마음에 둔 채 그 오후를 다시 겪어 보았습니다. 버튼 위로 발이 올라가자 이번에도 귀를 막고 소파 뒤로 숨었습니다. 청소기 소리 역시 그대로였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소파 뒤에 웅크린 아이의 가슴이 금방 잠잠해지고, 귀를 누르던 손에도 힘이 조금 빠졌다고 합니다.
아이에게는 청소기 버튼 위로 발이 올라가는 순간부터 큰 소리를 예상하며 몸을 숨기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대회 첫 홀에서 오비를 낸 뒤 선수에게는 티샷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다시 실패할지 모른다는 놀람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두 장면은 대상은 달라도, 일이 벌어지기 전에 몸이 먼저 움츠러든다는 점에서 이어졌습니다. 상담에서는 이 장면뿐 아니라 무슨 일이 벌어지기 전부터 몸이 먼저 움츠러들었던 관련 경험들도 이어서 살폈습니다.
다시 선 1번 홀 티박스
상담 뒤 참가한 2부 투어 대회 첫날 아침, 그분은 다시 1번 홀 티박스에 섰다고 합니다. 같은 조 선수들과 인사하고 티를 꽂았습니다. 백스윙 꼭대기에서 클럽을 내려오는 동안 팔은 튀지 않았고, 공은 페어웨이 왼쪽에 조금 치우쳐 떨어졌습니다.
오비를 낸 뒤로 처음으로, 그분은 고개를 든 채 공이 몇 번 튀다가 멈출 때까지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이어 드라이버를 캐디백에 꽂고 두 번째 샷을 하러 걸어갔습니다.
대회 첫 홀에서 팔이 튈까 봐 공이 날아가는 모습도 보지 못한다면, 스윙을 점검하는 동시에 티샷 직전의 긴장과 몸의 반응을 살펴볼 만합니다. 그날 그분은 이슬이 남은 페어웨이에서, 자신이 끝까지 지켜본 공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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