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사대가 조용해지면 방아쇠에 올린 검지가 쇳덩이처럼 무거워져요. 조준점은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데 손가락이 말을 안 들어요. 숨을 멈추고 가만히 있으려 할수록 손끝이 바르르 떨리고, 제 심장 뛰는 소리를 옆 선수가 다 들을 것만 같아요. 결국 떨리는 채로 당기고 나면 전광판을 쳐다볼 엄두가 안 나요.”
선발전 결선이 막바지에 이른 늦은 오후였습니다. 직전 발의 점수가 전광판에 뜨고 장내 안내가 멎자, 사대에는 선수들이 숨 고르는 소리만 남았습니다. 그는 실업팀에서 공기소총을 쏘는 이십 대 후반 선수입니다. 총에 뺨을 붙이고 조준점을 과녁 한가운데로 모았지만, 방아쇠 위에 올린 검지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손끝을 가만히 두려 할수록 떨림은 커졌습니다. 숨까지 참자 가슴도 조여 왔습니다. 결국 흔들리는 손가락으로 당긴 한 발은 한가운데에서 멀리 벗어났고, 순위가 밀렸습니다.
그 뒤로는 본선이든 결선이든 사대가 조용해질 때마다 검지가 무거워졌습니다. 그런데 탄을 넣지 않고 격발 동작만 되풀이하는 공 격발 연습에서는 손가락이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탄이 없을 때는 멀쩡하다는 점이 단서였습니다. 손가락이 격발하는 법을 잊은 것이 아니라, 점수가 걸린 조용한 순간에만 다르게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사격 입스 또는 격발 입스에서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숨과 맥박까지 멈추려는 손가락
그는 결선에서만큼은 수천 번 해 온 격발을 하나하나 의식하며 당기려 했습니다. 스포츠심리학에서는 몸이 익힌 동작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감독하는 것을 ‘재투자’라고 부릅니다. 사격할 때도 숨과 맥박 때문에 몸은 조금씩 움직입니다. 그 작은 흔들림까지 없애려고 검지를 멈춰 세우면, 손끝의 떨림이 더 크게 느껴지고 손가락에 힘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바늘귀에 실을 꿸 때를 떠올려 보세요. 실 끝을 구멍 앞에 대고 숨을 멈춘 채 손을 고정하려 하면 오히려 손끝이 파르르 떨립니다. 떨림을 잡으려고 힘을 줄수록 실을 넣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처음에 그는 손가락 자체에 문제가 생긴 줄 알았습니다. 입스 증상 중 일부는 국소 근긴장이상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이는 특정 동작을 할 때 근육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글씨 쓰기처럼 사격과 관계없는 동작에서도 손가락이 굳거나 그런 동작이 늘어난다면 신경과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의 검지는 사대를 벗어나면 글씨를 쓸 때도 숟가락을 들 때도 멀쩡했습니다.
호흡법을 다듬고 루틴을 바꿔도
그는 여러 방법을 차례로 써 보았습니다. 코치와 함께 격발 전에 숨을 내쉬는 길이를 다시 맞추고, 조준부터 격발까지의 순서를 루틴으로 만들었습니다. 방아쇠 압력도 조금씩 조정했습니다. 호흡과 루틴은 격발 직전까지 긴장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막히는 곳은 마지막 순간이었습니다. 조준점이 한가운데 머물고 사대가 조용해지면, 익힌 순서를 밟기도 전에 검지가 굳었습니다. ‘힘 빼, 그냥 당겨’라고 되뇌어도 온 신경이 손끝으로 쏠려 떨림만 더 또렷해졌습니다.
바늘귀 앞에서 ‘가만있어’라고 다그칠수록 실 끝이 더 흔들리듯, 방아쇠 앞에서 되뇌는 ‘힘 빼’도 검지에 주의를 더 모았습니다. 사대가 조용해지면 손가락은 이미 굳기 시작했습니다. 최면상담에서는 그때의 몸감각을 실마리로 삼아, 비슷한 긴장을 느꼈던 어린 시절의 장면과 관련 사건도 함께 살폈습니다.
최면 속에서 먼저 들려온 소리
최면이 깊어지자 그는 마룻바닥에서 슬리퍼 끄는 소리를 먼저 떠올렸습니다. 발소리가 방문 앞에서 멎을 무렵, 얇은 요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던 어린 자신이 보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면 엄마가 요를 펴 주던 때였습니다.
아이는 아직 자고 싶지 않아 이리저리 뒤척이고 있었습니다. 발소리가 방으로 다가오자 자는 척하려고 서둘러 눈을 감았습니다. 엄마에게 들킬까 봐 숨을 죽이고 입을 앙다문 채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눈꺼풀은 가늘게 떨렸고, 요 끝을 쥔 손가락도 자꾸 움찔거렸습니다.
문이 열리고 엄마가 들어왔습니다. 엄마는 이불을 끌어 올려 덮어 주며 웃었습니다. “안 자는 거 다 알아.” 아이는 끝내 눈을 뜨지 않았고, 요를 쥔 손에는 힘이 더 들어갔습니다. 웃음 섞인 목소리를 듣고도 아이는 들킨 것이 마음에 걸려 몸을 풀지 못했습니다.
복도 끝에서 슬리퍼 소리가 다시 들리는 장면으로 돌아갔을 때, 어른이 된 그는 요 위에 누운 어린 자신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지금 오는 건 엄마야. 눈을 감고 가만히 있어도 눈꺼풀은 조금 떨릴 수 있어. 엄마는 네가 안 자는 걸 알면서도 웃으며 이불을 덮어 주잖아. 들켜도 괜찮아.”
그 말을 들은 아이는, 엄마에게 자는 척을 들켜도 괜찮다는 사실을 마음에 둔 채 그 오후를 다시 겪어 보았습니다.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이번에도 서둘러 눈을 감았고 눈꺼풀도 떨렸습니다. 엄마는 똑같이 웃으며 말하고 이불을 덮어 주었습니다. 아이 역시 끝내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다만 엄마가 웃으며 이불을 덮어 주는 동안, 들켜도 혼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몸에 들어간 힘이 풀렸습니다.
낮잠 방의 아이는 자는 척하다 들킬까 봐 꼼짝하지 않았고, 결선 사대의 선수는 떨림이 드러날까 봐 검지에 힘을 주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려 할수록 더 떨리고, 그 떨림을 감추려다 몸을 굳히는 모습이 닮아 있었습니다. 상담에서는 작은 떨림을 억지로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이해를 다뤘습니다.
최면 중에는 작은 떨림이 들킬까 숨과 몸을 굳혔던 다른 관련 경험들도 이어서 다루며, 움직임을 완전히 감추려던 반응을 풀어 갔습니다.
다음 선발전의 마지막 발
다음 선발전 결선에서 그는 다시 마지막 발 앞에 섰습니다. 전광판에 직전 발의 점수가 뜨고 사대가 조용해졌습니다. 방아쇠 위 손끝이 조금 흔들렸지만 검지는 무겁지 않았고, 떨림을 멈추려 애쓰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방아쇠는 공 격발 연습 때처럼 제 속도로 당겨졌습니다. 격발 뒤에는 총을 거치대에 내려놓고 숨을 두어 번 길게 내쉬었습니다.
사격 선수라면 결선 사대의 정적을 피할 수 없습니다. 조용해질 때마다 검지가 무거워진다면 손가락 동작뿐 아니라 그 순간 떨림을 멈추려 애쓰는 마음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연습 때와 달리 결선에서만 손끝에 힘이 들어가지는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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