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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저더러 힘 좀 빼라고 하는데, 저는 그 말이 제일 어렵습니다. 힘을 어떻게 빼는 건지를 모르겠어요.
자려고 누우면 어금니를 꽉 물고 있고, 아침에 일어나면 뒷목이 뻣뻣해서 고개가 잘 안 돌아갑니다.
심호흡을 해 보라길래 해 봤는데, 숨만 크게 쉬었을 뿐 몸은 그대로였어요.
하루 종일 어딘가에 힘이 들어가 있으니 저녁이면 진이 다 빠집니다."
마흔두 살 직장인 한 분이 상담실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정형외과에서 목과 어깨를 찍어 봤지만 뼈나 근육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들으셨다고 합니다.
억울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쉬면 풀린다는 말을 하도 들어서 주말에 약속을 다 비우고 집에만 있어 본 적도 있는데,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목은 그대로였다고요.
긴장 푸는 법을 검색해 본 것도 여러 번이라고 하셨습니다. 복식호흡, 어깨 돌리기, 자기 전 스트레칭, 명상 앱까지 안 해 본 것이 없다고요. 할 때는 조금 나아지는 것 같은데, 자리에서 일어나 몇 분만 지나면 어느새 어깨가 다시 올라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방법이 소용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숨을 천천히 내쉬면 심장 박동이 느려지고, 굳은 근육을 늘려 주면 그 부위가 실제로 풀립니다. 다만 이 방법들은 이미 들어간 힘을 덜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몇 분 뒤에 다시 힘이 들어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쉬고 있어도 내려가지 않는 어깨
그럼 힘은 왜 자꾸 다시 들어갈까요. 여기서 순서를 한 번 뒤집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긴장을 푸는 것을 내가 하는 동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몸의 힘이 실제로 빠지던 순간을 떠올려 보면, 대개 내가 일부러 뺀 것이 아니라 저절로 빠져 있습니다.
이 판단을 맡은 곳이 뇌 안쪽의 편도체입니다. 편도체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지금 이 상황이 안전한지 아닌지를 계속 확인합니다. 아직 경계해야 할 것이 남았다고 판단하는 동안에는 몸에 힘이 남고,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나서야 근육이 늘어지고 숨이 느려집니다.
그분도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쉬는 날에 아무 약속 없이 소파에 앉아 있어도 몸이 안 늘어져요. 그냥 앉아 있는 건데도 뭘 기다리는 사람처럼 앉아 있어요."
휴대폰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릅니다. 화면을 껐는데도 뒷면이 계속 뜨겁고 배터리가 빨리 닳는 날이 있습니다. 뒤에서 앱 하나가 종료되지 않은 채 계속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화면만 몇 번 껐다 켜서는 열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그 앱을 찾아 꺼야 본체가 식습니다.
긴장이 잘 안 풀리는 몸도 이와 비슷합니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이 앉아 있는데, 편도체에서는 경계 반응이 꺼지지 않은 채 계속 돌아갑니다. 심호흡과 스트레칭은 화면을 끄는 일에 가깝습니다. 잠깐 조용해지지만 뒤에서 돌아가는 앱이 그대로면 몇 분 만에 다시 뜨거워집니다.
그분은 이 이야기를 듣고, 왜 아무리 스트레칭을 해도 그때뿐이었는지 이제야 알겠다고 하셨습니다.
아무 일 없는 순간에도 힘이 들어가 있다면
지금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스스로 가늠해 보고 싶다면, 며칠 동안만 살펴보셔도 도움이 됩니다. 아침에 눈뜬 직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순간, 잠들기 직전. 이 세 순간에 어깨와 턱과 주먹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아무 일이 없는데도 매번 어딘가에 힘이 들어가 있다면, 지금의 긴장은 그날의 일 때문이라기보다 몸이 기본 상태로 익혀 온 긴장일 수 있습니다.
그럼 꺼지지 않는 경계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마음먹는 것만으로는 잘 되지 않습니다. 편도체의 이런 판단은 생각으로 지시한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겪은 일을 바탕으로 무의식에서 저절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괜찮다고 아무리 스스로 일러 봐도 몸은 그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면상담에서는 지금의 긴장과 이어져 있는 오래된 경험과 감정을 찾아 다룹니다. 몸이 언제부터 경계를 켜 둔 상태로 지내는 데 익숙해졌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분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최면이 충분히 깊어진 상태에서, 어깨와 뒷목에 힘이 들어갈 때의 그 느낌부터 짚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최면 속에 떠오른 오래전의 부엌
아주 어린 시절의 집 부엌이었습니다. 아이가 아직 걸음이 서툰 채로 가스레인지 쪽으로 다가갑니다. 그 위에는 김이 오르는 냄비가 얹혀 있었습니다. 어른이 그 모습을 보고 놀라 큰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 아이를 뒤로 확 잡아당깁니다.
그때 아이가 알아들은 것은 무엇이 위험한 물건인지가 아니었습니다.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부엌 근처를 지날 때마다 어깨를 움츠리고 걸음을 늦췄고, 나중에는 부엌이 아닌 곳에서도 같은 자세로 지냈습니다. 어른들은 아이가 원래 조심성이 많다고 여겼습니다.
이런 반응은 말로 기억되지 않습니다. 몸이 먼저 굳는 방식으로 익혀지면, 그다음부터는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알아서 작동합니다. 어깨가 늘 올라가 있던 것은 그 오래된 반응이 어른이 될 때까지 이어져 온 결과였습니다.
이어서 지금의 그분이 그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움츠린 아이 앞에 앉아, 그 어른이 소리를 지른 것은 아이가 다치지 않게 하려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니 그렇게 몸에 힘을 주고 있지 않아도 된다고 일러 주었습니다.
이 장면을 다루는 동안 변화가 몸에서 먼저 나타났습니다. 상담 내내 꽉 맞물려 있던 어금니에 힘이 빠지면서 입이 조금 벌어졌고, 본인도 놀라며 방금 턱이 풀렸다고 하셨습니다.
소파와 운전대에서 먼저 달라진 것
요즘은 퇴근하고 소파에 앉아 있다가 문득 자기 어깨를 만져 본다고 하십니다. 힘을 빼려고 만지는 것이 아니라, 어깨가 어느새 내려가 있는 게 신기해서 확인해 본다고요.
운전할 때도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신호에 걸려 서 있는 동안에도 핸들을 꽉 쥐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는 신호가 바뀌고 나서야 손이 핸들 위에 느슨하게 얹혀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하셨습니다. 아침에 고개를 돌릴 때 걸리는 느낌도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긴장 푸는 법을 몰라서 못 푸는 것이 아닙니다. 방법은 이미 여러 개 알고 계실 것입니다. 다만 그 방법들이 직접 닿는 것은 지금 힘이 들어가 있는 근육입니다. 몸이 언제부터 경계를 켜 두게 되었는지는 그 반응이 익혀진 경험을 살펴봐야 합니다.
오늘도 힘 좀 빼라는 말을 들으셨다면, 그리고 그 말이 여전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방법을 하나 더 배우는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몸이 계속 힘을 주게 만드는 무의식의 자동반응이 어디서 익혀졌는지부터 살펴보실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