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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 들어가기 오 분 전이면 화장실부터 갑니다. 손 씻는 척하면서 등에 손을 넣어 봐요.
벌써 셔츠가 축축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여름에는 다들 덥다고 하니까 넘어가는데,
겨울에 저 혼자 땀을 흘리고 있으면 그렇게 창피할 수가 없습니다."
서른 후반의 직장인 한 분이 상담 첫날 꺼낸 이야기입니다. 회사 가방에는 여벌 셔츠가 늘 한 장 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발표가 있는 날은 아침부터 속옷을 두 장 껴입고 나온다고요. 병원에서 땀 검사도 받아 봤는데 몸에 특별한 이상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주변에서는 가볍게 말합니다. 땀 좀 나는 게 뭐 어떠냐고, 원래 땀이 많은 편인가 보다고요. 하지만 그분에게는 더워서 나는 땀과 긴장할 때 나는 땀이 분명히 달랐습니다.
그 차이는 땀이 나는 상황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여름에 산에 오르면 온몸이 흠뻑 젖어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반면 서늘한 회의실에 앉아 있을 때는 등과 이마, 손바닥에서만 땀이 납니다. 같은 땀이지만 나는 곳도, 느껴지는 방식도 다릅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몸은 달릴 준비를 합니다
식은땀 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땀이 언제 나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몸은 위험하다고 느끼는 순간 곧바로 달아날 준비를 합니다. 심장이 빨라지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열도 빼기 시작합니다. 곧 달리면 체온이 오를 테니, 그 전에 몸을 식혀 두는 것입니다.
이런 반응을 시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편도체'입니다. 뇌 안쪽에서 지금 상황이 안전한지 위험한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곳입니다. 편도체가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그 신호가 교감신경으로 이어지고, 교감신경이 심장과 땀샘을 함께 움직입니다. 그래서 땀은 원인이라기보다 몸의 긴장 반응이 나타난 결과입니다.
백 미터 출발선에 선 선수를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총소리가 나기 전부터 몸은 이미 달릴 준비를 마칩니다. 회의실에 가만히 앉아 있는 몸도 이와 비슷합니다. 실제로 뛰지는 않지만 몸은 백 미터를 달릴 때처럼 준비하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마다 몸이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회의실 문이 열리는 순간이 총소리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처음 보는 사람과 마주 앉는 순간이 총소리가 됩니다. 한 번 이런 반응이 익숙해지면 그 상황만 와도 몸이 먼저 긴장하기 시작합니다.
내 땀이 어느 쪽인지 스스로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도 있습니다. 몸의 문제로 나는 땀은 대체로 온몸에 고르게, 상황을 가리지 않고 납니다. 반면 긴장에서 오는 땀은 나는 곳이 정해져 있고, 그 상황이 지나가면 신기하게 잦아듭니다. 물론 갑상선이나 혈당처럼 몸에서 오는 이유도 있으니 그 가능성은 병원에서 먼저 확인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사람들은 먼저 땀부터 줄이려 합니다
땀을 줄여 주는 방법은 분명 도움이 됩니다. 바르는 약이나 시술은 땀샘이 반응하는 정도를 낮춰 주기 때문에, 그만큼 그날을 견디기가 수월해집니다. 다만 회의실 문 앞에서 심장이 뛰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반응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땀이 줄어든 대신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목소리가 떨린다는 분도 계십니다.
그래서 흔히 긴장만 안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하지만 해 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땀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등 쪽에 신경이 더 쏠리고, 그럴수록 땀은 더 납니다.
그 이유는 이 상황이 위험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의식이 끼어들 틈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머리로 괜찮다고 되뇔 때쯤이면 몸은 이미 준비를 마친 뒤입니다. 그래서 최면상담에서는 그 판단을 말로 설득하려 하기보다, 그 상황이 언제부터 위험한 것으로 새겨졌는지를 찾아봅니다. 지금의 긴장과 이어져 있는 오래된 감정과 경험을 다시 살펴보는 과정입니다.
그분도 깊은 최면에 들어가 회의실 문 앞에서 등이 뜨거워지던 느낌을 다시 느껴 보았습니다. 그러자 회사와는 아무 상관없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기억에서 사라졌던 골목의 작은 가게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 아주 어릴 때였습니다. 집으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골목이 있었고, 그 중간에 작은 가게가 하나 있었습니다. 가게 안에서는 어른들이 자주 언성을 높였습니다. 무슨 일로 그러는지 아이는 알 수 없었고, 물어볼 어른도 곁에 없었습니다.
아이는 그 문이 가까워지면 걸음이 빨라졌습니다. 소리가 크게 나는 날은 등과 이마가 먼저 뜨거워지고 손바닥이 축축해졌습니다. 그 앞을 지나는 몇 초 동안 아이의 몸은 매번 달아날 준비를 했습니다. 아이는 그 골목을 몇 해 동안 매일 지나다녔습니다.
어른들에게는 그저 흔한 말다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 소리가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알 방법도 없었습니다. 아이에게 남은 것은 하나였습니다. 어른들의 목소리가 오가는 곳을 지날 때는 몸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골목과 가게는 기억에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때 몸이 익힌 반응은 남아 있었습니다. 회의실 문이 열리고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오가는 순간이 오면, 몸은 여전히 그때와 같은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깊은 최면 상태에서 어른이 된 그분이 그 골목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문 앞에서 긴장한 채 서있는 어린시절의 자신 옆에 나란히 서서, 저 안에서 나는 소리는 어른들끼리의 일이지 너에게 닥칠 일이 아니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뛰어가지 않아도 되고 천천히 지나가도 괜찮다고 일러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집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봐 주었습니다.
여벌 셔츠를 빠뜨리고 나온 날
회사 워크숍이 있던 날이었다고 합니다. 발표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옆자리 동료가 창문을 열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혹시 자기 때문인가 싶어 등부터 만져 봤을 텐데, 그날은 그냥 창밖을 봤다고 합니다.
아침에 가방을 챙기다 여벌 셔츠를 빠뜨리고 나온 날도 있었다고 합니다. 점심때가 되어서야 그 사실을 알았지만, 그러고도 하루가 그냥 지나갔더랍니다.
땀은 마음이 약해서 나는 것도, 체질이 유별나서 나는 것도 아닙니다. 몸이 어떤 상황을 위험으로 익혔고, 그때 익힌 대로 반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살펴봐야 할 것은 땀 자체만이 아니라, 그 상황을 위험으로 판단하게 된 오래된 반응입니다.
오늘도 회의 시작 전에 거울 앞에 서 계셨다면 한 번쯤 물어보셔도 좋겠습니다. 내 몸은 언제부터 이 상황을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을까. 그 답은 오늘의 회의실에 없습니다. 기억에도 없는 시절에 만들어진 반응이라 혼자 힘으로 되짚기는 쉽지 않지만, 회복할 길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