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터널·버스가 두려운 공황장애, 피하지 않고 벗어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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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응급실에 몇 번이나 갔는데, 갈 때마다 아무 이상 없대요. 그런데 지하철만 타면 또 그래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상담실에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어떤 분은 지하철에서, 어떤 분은 운전 중 고속도로 터널에서, 또 어떤 분은 사람으로 꽉 찬 곳이나 만원 버스, 백화점 엘리베이터 안에서 똑같은 일을 겪습니다. 분명 죽을 것처럼 힘들어 병원을 찾는데, 심전도도 피검사도 한결같이 정상이라는 말만 돌아옵니다. 그러고 나면 ‘내 마음이 유난한 건가’ 하고 스스로를 더 몰아세우게 됩니다.
그렇다면 몸은 멀쩡하다는데, 왜 하필 그 순간에는 죽을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그리고 ‘별것 아니다, 정신 차리자’고 아무리 다잡아도 왜 번번이 똑같이 반복되는 걸까요.
우리 뇌 한가운데에는 위험을 살피는 ‘편도체’라는 보초가 있습니다. 이 편도체는 위험을 감지하면 순식간에 비상벨을 울려 심장을 뛰게 하고 숨을 가쁘게 만들어, 몸이 위기에 대비하도록 돕습니다. 공황발작 때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고 숨이 가빠지는 것도, 편도체가 ‘지금 위험하다’고 판단해 어서 도망치라고 몸을 깨우는 경보입니다. 산길에서 곰과 마주쳤을 때 나도 모르게 심장이 뛰고 숨이 거칠어지는 것과 똑같은 반응입니다.
문제는, 실제로는 곰이 없는데도 이 경보가 울린다는 데 있습니다. 편도체가 크게 놀란 적이 한 번 있으면, 그와 조금이라도 닮은 상황이 올 때 진짜 위험인지 따져보기도 전에 먼저 벨부터 울려 버리기 때문입니다. 도둑이 한 번 들었던 집의 경비원이, 그 뒤로는 스쳐 가는 그림자에도 깜짝깜짝 벨을 누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더구나 편도체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의식 아래 무의식의 영역에서 움직입니다. 그래서 머리로는 ‘여긴 안전해’라고 아무리 되뇌어도, 다짐만으로는 좀처럼 멈춰지지 않습니다.
많은 분이 이때 약의 도움을 받습니다. 약은 예민해진 편도체를 차분하게 가라앉혀, 비상벨이 쉽게 울리지 않도록 진정시켜 줍니다. 그래서 발작의 강도와 빈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곤 합니다. 다만 약은 편도체를 진정시켜 줄 뿐, 편도체가 애초에 왜 그렇게까지 예민해졌는지 그 까닭까지 바꿔 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약을 줄이면 다시 발작이 오지 않을까 걱정되곤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면상담에서는 의식이 닿지 않던 그 무의식의 영역으로 들어가, 편도체가 처음 크게 놀랐던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앞서 응급실을 오가던 그분도, 숨 막히던 느낌을 따라가 보니 뜻밖의 장면에 닿았습니다. 지하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명절 무렵 북적이는 시장에서 엄마 손을 놓치고, 어른들 다리 사이에 끼여 옴짝달싹 못 한 채 한참을 떠밀려 다녔던 기억이었습니다. 그 작은 아이는 그때 ‘여기서 빠져나갈 수도 없고,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한다’는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풀려나지 못한 두려움이 몸 깊이 남아, 어른이 된 지금 빽빽한 지하철이나 빠져나가기 어려운 공간을 만날 때마다 그대로 되살아나고 있었습니다.
공황을 겪는 분들의 뿌리도 이렇게, 지금 발작이 일어나는 장소가 아니라 전혀 다른 과거의 한순간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작 본인은 그 연결을 알지 못하니, 애꿎은 지하철만 원망하거나 자신의 의지를 탓하게 되는 것입니다.
상담에서 그분은, 어른이 된 지금의 자신이 시장 한복판의 어린아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이제 길을 잃지 않아, 네가 빠져나오게 도와줄게’라고 말해 주자, 떠밀리며 울던 아이의 표정이 한결 풀린 듯했습니다. 그렇게 두려움을 다루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분은 가족과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긴 터널을 몇 개나 지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차가 터널을 다 빠져나오고 나서야 “어, 내가 방금 터널을 그냥 지나왔네” 하고 깨달았다며 웃으셨다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 터널 입구만 봐도 손이 떨렸을 텐데 말입니다.
공황은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처럼 보여도, 뿌리를 가만히 따라가 보면 지금의 장소가 아니라 과거 어딘가에 새겨진 두려움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같은 자리에서 번번이 무너진다고 자신을 탓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의지가 약한 것도, 마음이 유난한 것도 아닙니다. 다만 편도체가 왜 그렇게까지 예민해졌는지, 그 까닭을 찾아 다독여 주면 되는 경우일 수 있습니다. 오래 끌어온 어려움이라도 두려움의 뿌리를 함께 다루다 보면, 보통 한 달 내외의 단기간에 회복되시곤 합니다.
지하철이든 터널이든, ‘빠져나갈 수 없다’는 느낌 앞에서 번번이 멈춰 서 오셨다면 — 그 느낌에도 분명 그럴 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까닭을 혼자 애써 떠올리려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떤 두려움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는, 상담 안에서 함께 천천히 찾아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