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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잘 안 쉬어져서 병원에 갔는데, 심전도며 피검사며 다 정상이래요.
그런데 약을 한번 먹어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막상 먹으려니 한번 시작하면 평생 약을 달고 사는 건 아닐까
겁이 나서… 약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자꾸 찾게 돼요.”
약 앞에서 이렇게 한참을 망설이다 오시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약에 기대다 거기서 헤어나지 못할까 두렵다는 분도 있고, 약으로 잠깐 눌러 둔다고 뿌리가 달라지겠냐는 마음에 미루고 미루다 오시는 분도 있습니다. 죽을 것처럼 힘들어 병원까지 다녀왔으면서도, 막상 약은 손에 쥔 채 며칠을 만지작거리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약 없이도 공황장애가 좋아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약이 해 주는 일과, 약이 미처 하지 못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마음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공황발작은 마음이 약해서도, 의지가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우리 뇌 안쪽에는 위험을 감시하는 ‘편도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편도체는 위태로운 낌새를 느끼면 곧바로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고 숨을 몰아쉬게 해, 위기에 대비하도록 몸을 깨웁니다. 그런데 이 편도체가 한번 크게 놀란 적이 있으면, 그 뒤로는 별일 아닌 상황에서도 먼저 경보부터 울려 버립니다. 오래된 화재경보기가 담배 연기 한 줄기, 끓는 냄비의 김 한 모금에도 요란하게 울려대는 것과 비슷합니다.
게다가 편도체는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다룰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의식 아래 무의식의 영역에서 움직입니다. 그래서 ‘여긴 안전해, 괜찮아’ 하고 아무리 타일러도 다짐만으로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습니다.

약은 무엇을 해 주고, 무엇을 못 할까요
많은 분이 이 대목에서 약의 도움을 받습니다. 약은 지나치게 예민해진 편도체를 차분히 가라앉혀, 경보가 쉽게 울리지 않도록 진정시켜 줍니다. 그래서 발작의 강도와 빈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약을 먹는 것은 결코 의지가 약하거나 도망치는 일이 아닙니다. 흔들리는 일상을 붙들어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줍니다.
다만 약에도 닿지 못하는 자리가 있습니다. 약은 예민해진 편도체를 진정시켜 줄 뿐, 편도체가 애초에 왜 그토록 예민해졌는지 그 원인까지 바꿔 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약을 줄이려 하면 ‘또 그때처럼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따라오곤 합니다. 약 없이 좋아질 길을 찾는 분들이 정말 바라는 것도 여기에 있습니다. 경보음을 잠시 줄이는 것을 넘어, 경보가 왜 울리는지 그 근원까지 풀고 싶은 마음이지요.

공황의 뿌리는 엉뚱한 곳에 있었습니다
약 없이 다른 길을 찾던 그분과도, 바로 그 지점을 함께 들여다봤습니다. 최면상담에서는 평소 의식이 미치지 못하던 무의식의 자리로 천천히 내려가, 편도체에 처음 그 경보가 새겨진 때가 언제였는지를 더듬어 갑니다.
숨이 막히고 가슴이 조여 오던 그 느낌을 가만히 따라가 보니, 약과도, 공황과도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아주 어린 시절의 한 장면에 닿았습니다.
걸음마를 막 뗀 무렵, 늘 자신을 안고 토닥여 주던 엄마가 곁에 없던 때였습니다. 동생이 태어나며 엄마가 한동안 자리를 비운 사이, 어린아이는 낯선 방에서 홀로 잠을 자야 했습니다. 밤마다 기대 잠들던 그 품을 찾아 울어도, 엄마는 좀처럼 오지 않았습니다. ‘늘 나를 지켜 주던 사람이 사라졌다, 이제 나 혼자구나’ 하는 막막한 두려움이 작은 가슴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깊은 최면 속에서 그분은, 어른이 된 지금의 자신이 그 어린아이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이제 너는 혼자가 아니야, 내가 늘 곁에 있어 줄게’ 하고 가만히 안아 주자, 텅 빈 방에서 울던 아이의 얼굴이 차츰 편안해졌습니다.
약을 잊고 지낸 어느 날
이처럼 공황의 뿌리는, 정작 약을 고민하게 만든 그 증상이 아니라 한참 거슬러 올라간 어린 시절의 어느 자리에 숨어 있곤 합니다. 본인은 그 연결을 알 길이 없으니, 약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만 붙들고 고민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오래 묵은 두려움을 다루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었습니다. ‘혹시 몰라’ 가방에 넣어 두려고 받아 둔 약을, 그분은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채 몇 주를 보냈다고 합니다. 정작 본인은 알아채지 못하다가, 곁에서 지켜보던 가족이 ‘요즘은 그 약 안 챙기네?’ 하고 물어서야 ‘어, 그러네’ 했다고 하지요. 예전 같으면 약 봉지가 손에 없으면 집 밖을 나서기도 불안했을 텐데 말입니다.
약을 먹을지 말지 망설이는 마음 깊은 곳에는, 사실 ‘무언가에 매이지 않고도 내 힘으로 다시 설 수 있을까’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약은 흔들리는 동안 몸을 지탱해 주는 좋은 버팀목이고, 약을 먹는 것 역시 결코 잘못된 선택이 아닙니다. 다만 약에 기대든 기대지 않든, 편도체가 왜 그렇게까지 놀라 있는지 그 원인을 함께 찾아 풀어 주면 한결 가벼워지곤 합니다. 오래 끌어온 어려움이라도 그 뿌리를 다루다 보면, 대개 한 달 내외에 한결 편해지시는 분이 많습니다.
약을 먹어야 하나, 약 없이도 괜찮을까 — 그 갈림길 앞에서 오래 서성여 오셨다면, 먼저 한 가지를 떠올려 보셔도 좋겠습니다. 정작 풀어야 할 것은 약을 먹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편도체를 그토록 놀라게 한 것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 답은 혼자 애써 떠올리려 하지 않으셔도, 최면상담 안에서 천천히 함께 찾아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