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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검색창에 알콜중독치료를 넣어 보신 적이 있다면, 화면에 뜬 말들이 서로 어긋나 더 막막하셨을 겁니다. 어떤 글은 입원부터 시켜야 한다고 하고, 어떤 글은 본인이 마음먹기 전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합니다. 가족이 단호해져야 한다는 조언 바로 아래에는 가족이 나설수록 더 마신다는 글이 붙어 있기도 합니다. 그 시간에 검색창을 붙들고 있는 사람은 대개 술을 마시는 본인이 아닙니다. 거실 불을 켜 둔 채 현관 도어록 소리를 기다리는 가족입니다.
“어젯밤에도 한 시가 넘어서 들어왔어요. 신발도 못 벗고 현관에 주저앉아 있길래 겨우 방에 눕혔는데
새벽에 화장실에서 토하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아침에는 숟가락 든 손이 떨려서 국물만 겨우 넘기고 나갔습니다.
그렇게 힘들어하고는 저녁이면 또 마셔요. 저는 이제 도어록 소리만 나도 심장이 내려앉습니다.”
사십 대 후반 남성분의 아내가 상담을 문의하며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알콜의존증치료를 알아보려고 알콜클리닉도 찾아가 보고 상담센터도 여러 곳에 문의해 보셨다고 합니다. 남편은 그때마다 다음 주부터는 끊겠다고 했고, 실제로 며칠은 지켰습니다. 그러다 어느 저녁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아내는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부터 되짚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술 때문에 다투고, 다음 날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또 같은 저녁이 돌아옵니다. 그러다 보면 가족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하게 됩니다. 저 사람이 왜 저러는지 원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잔소리를 해서 그런가 하며 스스로를 탓합니다.
그렇게 후회까지 하는 사람이 왜 저녁만 되면 다시 잔을 드는지, 그 대목은 가족에게 끝내 이해되지 않습니다.
마신 양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 짚고 갈 것이 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날에 손이 심하게 떨리거나 식은땀이 나고 잠을 아예 못 잔다면, 또는 간 수치나 위장에 이미 이상이 나타났다면 병원 진료가 먼저입니다. 이런 반응은 의사의 진료와 처치가 필요합니다. 이 글은 그 부분을 확인한 뒤에도 저녁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경우의 이야기입니다.
가족이 스스로 가늠해 볼 단서도 하나 있습니다. 마신 양보다 마신 날을 보는 것입니다. 일주일만이라도 그 사람이 술을 많이 마신 날, 낮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짧게 적어 두시면 됩니다. 회식이 있던 날보다 혼자 조용히 들어온 날에 잔이 더 늘어난다면, 술자리 자체보다 그날의 기분 때문에 마시는 쪽에 가깝습니다.
몸이 어떤 신호와 반응을 짝지어 익히는 것을 조건화라고 부릅니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행동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그 상황이 오는 것만으로도 몸이 먼저 반응할 준비를 합니다. 생각으로 판단하기 전에 반응이 먼저 나온다는 뜻입니다.
신 김치를 떠올리면 입에 침이 고이는 것을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침을 고이게 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은 없습니다. 반대로 고이지 않게 하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멈추지도 않습니다. 이미 몸이 익혀 둔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술도 비슷한 방식으로 몸에 익을 수 있습니다. 답답하고 억울한 저녁마다 술이 그 기분을 잠시 덮어 주면, 몸은 그 기분과 술을 한 짝으로 묶어 기억합니다. 이런 연결이 반복되면 비슷한 기분이 올라오는 순간 술 생각이 저절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후회는 술을 마신 뒤 머리로 하는 일이지만, 술 생각은 그보다 앞서 자동으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며칠 잘 지내다가 다시 무너지는 저녁
그래서 알콜중독은 여러 방향에서 함께 다루게 됩니다. 병원에서는 금단 증상을 살피고 몸의 상태를 확인하며, 술에 대한 욕구를 줄이는 약을 쓰기도 합니다. 단주 모임은 혼자 버티지 않도록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이어 줍니다. 상담에서는 술을 마시게 되는 상황을 함께 정리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 나갑니다. 저마다 맡는 몫이 있고,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다만 가족이 가장 답답해하는 고비는 여전히 남습니다. 며칠을 잘 지내다가 어느 저녁 다시 술을 마시는 순간입니다. 그때는 마음먹었던 일도, 미안하다고 했던 말도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기분이 먼저 올라오고 술 생각이 뒤따르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가족은 자기 탓부터 하기 쉽습니다. 내가 잔소리를 덜 했으면, 내가 조금 더 잘했으면 달랐을까 하고 되짚습니다. 그런데 술이 오래 달래 온 감정을 따라가 보면, 가족을 만나기 훨씬 전부터 그 사람 안에 있던 경험과 닿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다시 봐야 할까요. 다짐은 생각으로 하는 일이지만, 특정한 기분과 술이 연결되어 자동으로 반응하는 과정에는 생각이 끼어들 틈이 적습니다. 마음을 다잡는 것만으로 번번이 부족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을 수 있습니다. 최면상담에서는 술 생각이 올라오기 직전의 기분을 실마리로 삼아, 그 감정이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를 따라가 봅니다.
방바닥의 아이와 쿠션 하나
이분의 상담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술 생각이 나기 직전이면 가슴 한가운데가 텅 빈 것처럼 허전해진다고 하셨습니다. 최면이 깊어지자 그 허전함이 또렷해졌고, 뜻밖의 장면 하나가 따라 올라왔습니다.
아직 말이 서툴던 무렵의 집 안입니다. 아이가 방바닥에 앉아 울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울기 시작했는지는 장면에 나오지 않습니다. 아이는 울면서 방문 쪽으로 몇 걸음 나가 어른을 부릅니다.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아이는 문 앞에 서서 조금 더 기다립니다. 그러다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와 벽 쪽에 놓인 쿠션을 끌어당겨 두 팔로 끌어안습니다.
아이는 쿠션에 얼굴을 묻고 몸을 앞뒤로 조금씩 흔듭니다. 울음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숨이 잦아들 때까지 그렇게 안고 있습니다. 어른이 방에 들어온 것은 아이가 이미 다 울고 난 뒤였습니다.
어른의 눈에는 아이가 혼자 잘 그친 저녁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 기분을 말로 옮기지 못하던 아이가 그 저녁마다 익힌 것은 달랐습니다. 속상할 때 사람을 부르기보다 손에 잡히는 것을 끌어안고 혼자 가라앉히는 순서였습니다. 이런 저녁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그 방 안으로 들어가 아이 곁에 앉았습니다. 아이가 안고 있던 쿠션을 살며시 내려놓아 주고, 대신 아이를 두 팔로 안았습니다.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이제는 혼자 그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아이가 쿠션에서 손을 떼고 그분의 옷깃을 쥘 때까지 곁에 있었습니다.
그때 그분의 두 팔이 풀렸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할 때부터 가슴 앞에 모아 붙이고 있던 팔이 천천히 내려와 무릎 위에 놓였습니다. 최면에서 나온 뒤 그분은 쿠션을 안고 있던 아이와 지금의 술이 무슨 상관이냐고 되물었습니다.
냉장고 문보다 먼저 아내에게 말을 꺼내는 저녁
요즘 그분은 일이 잘 안 풀린 날 저녁이면 집에 들어와 그날 있었던 일을 아내에게 먼저 꺼낸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날일 수록 아무 말 없이 냉장고 문부터 열었습니다. 주말 저녁에는 딸이 펼쳐 놓은 문제집을 옆에서 같이 들여다봅니다. 아이가 모르는 것을 물으면 두 번 세 번 다시 설명해 준다고 합니다.
술을 마시는 사람 옆에는 대개 그보다 먼저 지친 사람이 있습니다. 병 개수를 세고, 냄새를 확인하고, 도어록 소리를 기다리며 거실 불을 켜 둔 채 밤을 보냅니다. 그 기다림이 이번에는 끊겠다는 다짐 하나만 향하고 있다면, 비슷한 저녁이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다짐을 한 번 더 받아 내기 전에, 저녁마다 그 사람 안에서 술 생각을 불러오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볼 수 있습니다.










